RPA도입과 함께 시민개발자를 적극 키우고 있는 일본 광고회사 덴쓰의 건물.
RPA도입과 함께 시민개발자를 적극 키우고 있는 일본 광고회사 덴쓰의 건물.
덴쓰는 일본의 대표적 광고기업입니다. 직원이 과로사한 기업으로 한 때 악명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덴쓰는 이후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를 도입해 '일인일봇체제'를 구축해 성공적인 성과를 낸 걸로도 유명합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처리하는 게 RPA입니다. 자동화 수준이 가장 낮은 단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덴쓰는 이를 도입한 뒤 뚜렷한 업무 성과를 올렸습니다. 덴쓰가 성과를 올린 데엔 무엇보다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의 역할이 컸습니다. 시민개발자는 IT 비전공자인 사내 직원을 말합니다. 시스템 전문가가 아닌 영업과 총무 등 일반 업무 부문의 직원들이 단기 훈련으로 RPA 봇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이들을 활용해 훌륭한 성과를 낸 것입니다.

일인일봇체제 구축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 자동 봇에 맡겨

덴쓰가 전사적 RPA를 구현하기 위해 자동화 전문가 조직을 만든 건 2018년이었습니다. 먼저 구조화된 노동 집약적 작업을 선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개인이 수행하는 미세 작업에 노동 집약적인 요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덴쓰가 이 작업을 로봇에 맡기기 위해 수행한 전략이 바로 소규모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시민개발자 모집이었습니다. 덴쓰의 일반 직원이 직접 자신의 업무에 쓸 도구를 만들면 덴쓰에 만연한 관료주의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내에 시민개발자 공모를 한다고 알린 뒤 50명의 직원에게서 신청을 받았습니다. 이들에게 12시간의 기본 교육을 한 후 전문 프로그래머와 협력을 통해 약 60개의 RPA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개발된 자동화 솔루션은 모두 덴쓰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중 두 직원의 작업이 돋보였습니다. 엑셀 을 빼고는 다른 프로그램 경험이 많지 않은 직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똑똑한 사람들이 반복적인 작업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문제를 로봇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가운데 한 직원은 검색 작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구글 광고에서 특정 광고 캠페인을 찾은 다음 내려 받아 이름을 변경하고 저장하는 단순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덴쓰는 이 작업에 매달 5명을 붙여 총 70시간을 투입했습니다. 검색은 정말 하찮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불과 몇 시간 내에 이 작업을 RPA로 간단하게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 결과 덴쓰는 이 광고 작업을 약 35분 만에 처리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다른 직원은 원래 전략 기획부에 근무했습니다. 그는 근무 시간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근무 시간을 채우지 않은 직원들을 일일이 감시하는 게 아니라 근무시간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감시 직원이 필요없게 됐습니다.

시민개발자 3배 늘릴 계획…보상프로그램도 만들어

덴쓰는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올해 시민개발자 수를 3배 늘리기로 했습니다. RPA를 재무와 IT 전 분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 글로벌 조직에도 전파해 국제 업무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또한 덴쓰는 시민개발자들과 이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사람들을 위한 보상 프로그램도 만들었습니다. 덴쓰 관계자는 "시민개발자 기반 자동화가 모든 조직이 RPA를 시작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오춘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