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보호막 기술전쟁

한국콜마, 바이오 벤처와 제휴
녹십자, 서울대 등과 손잡아
에스티팜, 기술도입 계약 체결

기술 확보땐 美·獨 특허 피해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물질을 보자기처럼 감싸 세포 안으로 전달해주는 지질나노입자(LNP) 기술 확보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미국과 독일 회사들의 특허를 피해 독자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신약 개발만큼이나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녹십자·콜마 합세…mRNA 보호막 기술전쟁

공동 연구 계약 잇달아
한국콜마홀딩스는 바이오벤처 인핸스드바이오와 LNP 공동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콜마홀딩스는 LNP 기술을 활용해 mRNA 백신과 치료제, 나아가 화장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인핸스드바이오는 이혁진 이화여대 교수가 독자 개발해 특허로 등록한 LNP 기술을 이전해 상업화하고 있다. 이 교수는 모더나 창립자 중 한 명인 로버트 랭어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제자다. LNP 특허는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독일 등 일부 기업만 보유하고 있다.

이날 제넥신도 화이바이오메드와 손을 잡고 LNP 기술 개발에 나섰다. 두 회사가 개발 중인 LNP는 원료로 물에 잘 녹는 지질과 콜레스테롤, 히알루론산 등을 사용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mRNA 백신에 들어가는 LNP는 히알루론산 대신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넣고 있다. 화이바이오메드는 분자 크기가 큰 히알루론산을 작게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PEG 대신 인체에 해가 적은 히알루론산을 넣어 부작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녹십자도 LNP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녹십자는 싱크탱크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를 통해 서울대 가톨릭대 등과 손을 잡고 LNP 기술을 개발 중이다. RNA 전문회사 에스티팜은 더 적극적이다. 자체 개발을 통해 LNP 특허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엔 스위스 제네반트에 13억3750만달러(약 1496억원)를 지급하는 내용의 LNP 기술도입 계약까지 체결했다. 이 교수와도 별도 공동 연구 계약을 맺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LNP 변형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외부에서 들어온 항원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전신 알레르기 등 LNP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아이진은 LNP 대신 리포솜을 백신 전달체로 이용하는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리포솜은 작은 구 형태의 물질로 보통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 백신 등의 약물 전달 운반체로 쓰인다. 나이벡은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를 활용한 mRNA 전달체를 개발 중이다. 모더나 등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mRNA 백신의 핵심인 LNP
LNP는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에 없어선 안 될 물질이다. mRNA 백신은 항원(코로나바이러스)의 정보를 몸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코로나19 항체(항원에 대한 면역성을 지니는 물질)를 mRNA를 통해 만들어 둔다.

mRNA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세포 배양 과정이 없어 개발 기간이 짧고 예방률이 높다. mRNA는 온도와 화학물질 등 주변 환경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몸 안에는 mRNA를 잘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 LNP 등으로 감싸줄 필요가 있다.

LNP 기술 상당수는 이미 특허로 선점돼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 모두 미국 바이오벤처 알뷰튜스바이오파마 등에 적잖은 금액의 로열티를 주고 있다.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mRNA 백신 시장은 LNP 특허가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mRNA 기술 개발에 있어 후발 주자인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모더나의 mRNA 백신 등장 후 세계적인 제약·바이오회사들이 전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촘촘한 특허를 얼마나 피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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