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 기술 박람회 ‘컴퓨텍스 2021’과 지난 28일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기술 전시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1’. 주력 분야가 다른 두 행사에서 회자된 공통 키워드가 있다. 바로 ‘에지 컴퓨팅’이다. 인텔, 엔비디아,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들 행사에서 “에지 컴퓨팅이 초연결 시대 핵심 기술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연결 시대 대안 떠오른 에지 컴퓨팅

"에지 컴퓨팅이 대세"…삼성·인텔 앞다퉈 진출
30일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작년 36억달러였던 에지 컴퓨팅 시장은 2025년 157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아우디 등 글로벌 기업이 선제적으로 에지 컴퓨팅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텔 엔비디아 등이 에지 컴퓨팅 솔루션을 잇따라 내놓는 등 관련 산업 생태계도 날로 확장되고 있다.

2010년대 데이터산업 트렌드는 ‘클라우딩 컴퓨팅’이었다. 대형 데이터 서버를 갖춘 클라우드 컴퓨팅이 기업들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처리하는 방식이다. 최근 이런 트렌드가 급변했다. ‘중앙 집중식’ 클라우드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경제’가 떠오르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급증하고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늘어난 탓이다.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게 에지 컴퓨팅이다. 2025년엔 기업 생성 데이터의 75%가 에지 컴퓨팅으로 처리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한화테크윈 에지 AI 도입

국내에서도 에지 컴퓨팅 도입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로봇청소기 ‘제트봇 AI’가 대표적이다. 제트봇 AI는 기존 로봇청소기와 달리 전선이나 수건, 반려동물 배설물 등을 스스로 인식해 회피할 수 있다. 에지 AI 솔루션과 라이다(LiDAR) 센서를 적용한 덕분이다. 전력 효율도 기존 제품보다 10배 이상 좋다. 영상 감시장비 업체 한화테크윈과 국내 1위 농기계 업체 대동공업도 에지 AI 도입에 나섰다. 한화테크윈은 올초 AI 기반 물체 감지 시스템을 선보였다.

해외 주요 업체도 에지 컴퓨팅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우디는 최근 생산 공정에 에지 컴퓨팅을 적용해 용접 검사 속도를 100배 향상시켰다. 그 결과 아우디의 네카르줄름(Neckarsulm) 공장의 인건비가 30~50% 절감됐다.

인텔·엔비디아 등 공급社 경쟁 치열

에지 컴퓨팅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엔 인텔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참전한 상태다. 에지 컴퓨팅 솔루션엔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프로세서와 이를 뒷받침하는 소프트웨어, AI 애플리케이션, 5세대(5G) 통신기술 등이 필요하다. 이들 구성 요소 기술을 고루 갖춘 인텔이 에지 컴퓨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제트봇 AI와 한화테크윈, 대동공업, 아우디의 에지 AI가 인텔의 작품이다. 인텔은 제조업, 유통, 교육 등 산업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에지 컴퓨팅 종합 솔루션인 ‘IoT 마켓 레디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 IBM, 아마존웹서비스(AWS)도 경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는 “높은 수준의 IT와 제조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의 에지 컴퓨팅 활용이 늘면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에지 컴퓨팅

정보기술(IT) 기기 내부나 근처에서 바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중앙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를 보냈다 받을 필요가 없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인터넷을 통한 데이터 전송을 줄일 수 있어 보안도 강화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