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애플의 아이폰 생산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이 물량을 맞추기 위해 연일 공장을 풀가동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가격 인하 전략으로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콘, 납기일 맞추려 직원에 인센티브 지급

23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 IT즈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위치한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 파트너 기업 폭스콘이 최근 직원에게 주는 인센티브를 기존 3500위안(한화 약 61만원)에서 최대 8000위안(약 140만원)까지 올렸다. 폭스콘 역사상 최대 규모 보너스다.

폭스콘 중국 공장 중 일부는 150일 이상 근무할 경우 1만위안(약 174만원)의 인센티브까지 주는 곳도 나타났다. 지난 몇 달간 적극적으로 구인 시장에 뛰어든 폭스콘이 직원 관리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요 확대로 인해 더 많은 생산량이 필요한 상황에서 인력난을 겪지 않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13(가칭)의 9월 출시를 위해 폭스콘에 납기 일정을 타이트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애플 주문량은 예상치보다 여유 있게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9월에 맞춰 납기일을 지켜야 하는 폭스콘으로선 생산 차질로 인한 판매량 감소를 겪지 않으려면 모든 공장을 풀가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 향후 1년간 폭스콘 공장이 쉬는 날 없이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전자산업컨설팅업체 윗디스플레이의 루피 린 선임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일부 주문이 인도에도 들어갔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공급 차질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며 "애플의 신규 주문이 앞으로 더욱 중국에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아이폰 수요 대폭 증가 확실시

아이폰12 퍼플 색상 [사진=애플]
아이폰12 퍼플 색상 [사진=애플]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로 팬데믹 상황이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아이폰 수요가 큰 폭으로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아이폰 생산량은 2억2300만대로 전년 대비 12.3%가량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도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애플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서 경제 회복이 기대된다. 화웨이의 하이엔드(최고급)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까지 떨어지면서 이에 따른 아이폰 수혜도 예상된다"며 애플의 선전을 점쳤다.

이 업체는 하반기 출시될 애플 신제품 라인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봤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애플의 올해 총 생산량에서 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9%에 달할 예정. 애플의 첫 5세대 통신(5G) 스마트폰인 아이폰12를 포함해 5G 모델 비중은 올해 75%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맥길로리서치는 또 다른 5G 폰인 아이폰13의 올해 출하량이 4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전문가로 통하는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의 궈밍치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2022년 아이폰 라인업은 고급형 6.1인치와 6.7인치, 기본·보급형 6.1인치와 6.7인치로 출시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신작 뚜렷한 혁신포인트 안 보여"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1월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갤럭시 S21' 시리즈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이 지난 1월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21'에서 '갤럭시 S21' 시리즈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내년부터 본격 5G 생태계가 펼쳐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더 이상 점유율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5G 스마트폰을 1700만대(12.5%) 출하해 애플과 중국업체들에 이어 글로벌 4위에 그쳤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5G 아이폰12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점유율 29.8%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의 오포(15.8%)와 비보(14.3%)가 2~3위에 올랐다. 지난해 4분기 4위였던 샤오미도 삼성전자와 근소한 격차로 5위(12.2%)를 기록했다.

글로벌 5G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의 점유율 방어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5G 스마트폰은 올해 6억2000만대가 출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8억7000만대 출하가 유력하다. SA는 애플이 두 번째 5G 아이폰을 출시하며 올해 31%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삼성전자 열세를 점쳤다.

애플이 5G 스마트폰 아이폰12 출시 단 두 달 만에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1년 동안 판매한 전체 5G 스마트폰 대수를 넘어섰다는 점도 삼성전자엔 뼈아픈 대목이다.

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410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기준 3위(15.1%)를 차지했다. 1위는 7960만대를 출하한 화웨이(29.2%), 2위는 5230만대를 출하한 애플(19.2%)이었다.

특히 애플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애플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1~2개월 늦은 지난해 10월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했다. 그럼에도 출시 초부터 판매 호조를 기록하며 단기간에 5G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을 끌어올렸다.

업계는 내년에도 애플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오는 9월 아이폰13을 내놓을 경우 5G 시장에서의 독주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애플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점유율과 '가격적 자존심' 사이에서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갤럭시 시리즈는 중국과 일본에서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지만 신작에 확실한 혁신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이폰의 물량 공세에 맞설 카드는 '가격 인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