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한국시장 특수성 고려해 전진"
국내 업체들 프로모션 강화로 맞불
"안일하게 대응했다간 패권 넘겨줄 수도"
국내 음악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시장을 둘러싸고 해외·토종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토종 1위 멜론에 해외파인 스포티파이와 유튜브뮤직이 도전장을 내민 형국.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한 각종 프로모션이 쏟아지는 가운데 아티스트에게 실질적 수익이 돌아가는 시스템 구축 등 장기적 플랜을 세워야 최종 승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포티파이 반등 성공…유튜브뮤직 '대약진'
[사진=스포티파이]

[사진=스포티파이]

2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국내에서 기지개를 켰다. 점유율 반등에 성공하며 외연을 확장하는 추세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2월 국내 상륙 직후 시장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최근 이용지표 개선 추세가 뚜렷하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스포티파이 총 사용시간은 21만 시간으로 출시 직후 관심이 급증했던 2월 수준(23만 시간)을 거의 회복했다. 사용자 수는 28만명으로 2월과 같았고 신규 설치는 5월 기준 10만건을 기록했다. 사용자는 출시 직후 가입자가 대거 유입된 2월(20만건)보단 낮지만 3월 5만건, 4월 8만건, 5월 10만건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달 들어서도 이용지표 상승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더 성장세가 가파른 건 유튜브뮤직이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표본조사 결과 지난 4월 가장 많이 사용한 음악 스트리밍 앱은 전통이 강자 멜론(카카오·531만명)에 이어 298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유튜브뮤직이 2위에 올랐다.

흐름을 눈여겨 볼만하다. 유튜브뮤직 앱 사용자는 2019년 4월만 해도 60만명에 그쳤으나 지난해 4월 140만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300만명에 육박했다. 기존 국내 음악 앱 시장을 장악한 멜론·지니뮤직(KT)·플로(SKT) '3강 구도'를 흔들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포티파이, 아직 지켜보는 단계…유튜브 파워 막강"
[사진=유튜브뮤직 캡처]

[사진=유튜브뮤직 캡처]

스포티파이가 반등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로는 공격적 마케팅이 꼽힌다. 스포티파이는 2월 출시부터 무료이용 프로모션을 펼쳤다. 한 주간 무료 체험기간을 제공하고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3개월 무료이용권을 준다. 3개월 무료이용권 등록 시점이 이번 달 말까지라 이를 활용하려는 이용자들이 다시 모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부터 황금시간대 TV 광고를 시작했다. '나보다 날 더 잘 아는'이라는 카피를 내세워 인공지능(AI) 추천 시스템을 강조했고 광고 배경, 출연모델, 음악 모두 100% 한국에서 진행해 현지화에 힘썼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패밀리 요금제 등 아직 남아있는 카드가 많다는 점도 스포티파이로선 기대 요인이다. 스포티파이의 핵심 비즈니스모델 중 하나는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음원을 듣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포티파이의 음원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아직 국내엔 적용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티파이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음원 공룡'"이라며 "자금이나 경험이 없어서 한국에서 고전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한국 시장을 지켜보는 단계이고 시장 파악이 끝나면 언제든 물량 공세를 퍼부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6000만 곡을 전 세계 92개 국가에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이용자는 3억2000만명을 넘었다. 유료 이용자만 1억4400만 명에 달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지난 해9월 기준 세계 음원 스트리밍 시장 34%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뒤를 따르고 있는 애플뮤직(21%), 아마존뮤직(15%), 유튜브 뮤직(5%) 등과의 점유율 격차도 크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 3월 스포티파이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전진할 것"이라며 '장거리 마라톤' 전략을 시사했다.
"멜론 천하 깨지나"…스포티파이 '기지개' 유튜브뮤직 '약진'

유튜브뮤직의 약진 배경에는 '유튜브 프리미엄'이 있다. 유튜브 프리미엄은 광고 없는 동영상 시청을 제공하는 유료 프로모션으로, 유튜브 동영상 다운로드·유튜브 오리지널 등을 제공한다. 유튜브는 지난해 9월2일부터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유튜브뮤직을 유료로 전환했고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안에 유튜브 뮤직을 담았다.

한 유튜브뮤직 사용자는 "'좋아요' 표시를 하면 비슷한 노래들이 알아서 추천 재생된다. 무슨 노래를 들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이 기능이 너무 좋다"며 "재생목록이 아니라 아무 노래나 재생하는 경우에도 유사한 노래들이 자동으로 틀어줘 몰랐던 명곡을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업계에선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커버(Cover)곡 등을 듣는 사용자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독자 1720만명을 확보한 한국인 '제이플라'의 채널에 올라온 영국 가수 에드 시런(Ed Sheeran)의 'Shape of you' 커버곡 영상 조회수는 무려 3억회에 달할 정도다.
토종 업체들, 오리지널 콘텐츠에 승부
국내 3대 음원 업체 멜론·지니뮤직·플로 [사진=각사]

국내 3대 음원 업체 멜론·지니뮤직·플로 [사진=각사]

토종 업체들 대응도 본격화됐다. 국내 3대 음원 업체 멜론·지니뮤직·플로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승부를 걸었다. 사실상 음원 플랫폼의 공통 자원인 음원을 두고는 차별화를 꾀할 수 없는 만큼 독자 콘텐츠를 통해 이탈을 막고 새로운 사용자를 유입한다는 방침이다.

멜론은 '멜론 라디오'를 '멜론 스테이션'으로 개편했다. 스테이션은 매주 각 장르 대표 아티스트가 음악 장르와 음악 이야기를 전하는 콘텐츠다. 멜론은 카카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와 연계해 '브런치 라디오'도 선보이고 있다. 음성과 음악을 결합해 사용자와 창작자에게 호응을 유도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달 기준 멜론 유료 가입자의 약 20%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뮤직과 플로는 각각 KT와 SKT의 자회사로 이동통신사의 스마트폰 요금제와 결합시켜 가격 경쟁력을 통해 이용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여기에 더해 해외 업체들에 맞서기 위해 지니뮤직과 플로 역시 자체 경쟁력 확보 일환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플로를 운영하는 SKT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는 최근 플로의 오디오 플랫폼 도약을 위해 3년간 2000억원 규모 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프로모션도 강화했다. 멜론은 이번 달까지 진행하려던 '2개월 100원' 프로모션을 다음 달까지 연장했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 관계자는 "멜론을 강화하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라면서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한 콜라보(협업)와 여름을 겨냥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니는 신규가입자 한 달 1000원 이용 프로모션을 상시 운영한다. 바이브도 상반기 일본 전자기기 업체 발뮤다와 협업해 2년 약정 시 30만원대 블루투스 스피커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으로 장기 사용자 잡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서 나타난 '제로섬게임' 양상이 음원 플랫폼 업계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 가수 곡을 특정 플랫폼에서만 스트리밍한다든지, 아티스트에게 실직적 수익이 돌아가게 하는 '음악 ESG 경영' 같은 획기적인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스포티파이는 국내 플랫폼에 비해 한국 음악은 적은 편인데 이를 보강할 경우 엄청난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유튜브뮤직도 유튜브 영향력을 등에 업은 채 점유율을 계속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토종 업체들이 밋밋한 프로모션으로 안일하게 대응했다간 플랫폼 패권을 넘겨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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