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녀'는 청소년이 아닌 건가요.

"
지난 13일 서울시 온라인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 시민제안 코너에 게시된 '청소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마십시오'란 글에 달린 댓글이다.

글 게시자 임모씨는 서울시 10대 여성 지원사업 표지판에 '청소녀'란 표현이 사용된 것을 비판하며 "여성이기 전에 사람이다.

'청소녀'가 아닌 '여성 청소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라"고 요구해 2천여 건에 가까운 공감을 받았다.

[SNS세상] 여성 청소년이 '청소녀'?…성차별적 신조어 논란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와 기업이 최근 여성 청소년을 가리켜 '청소녀'라고 지칭하자 불쾌감이 든다며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 "청소년과 청소녀가 반대말인가요"…비하 표현 논란도
청소녀라는 단어는 가출 청소년 보호 사업이나 생리대 지원 사업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청소년의 반대말로 청소녀를 사용하면 청소년이라는 일반 명사가 젊은 남성만을 지칭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청소년은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을 이르는 말'로 남녀 모두를 포함하는 '청년'과 '소년'을 합성한 단어다.

국립국어원은 청소년에 쓰인 '소년'이 어린 사내아이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 '젊은 나이 또는 그런 나이의 사람'을 의미한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전에 등재된 청소년으로 표현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이디 '해****'를 이용하는 누리꾼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에서 "남녀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에서 굳이 여성만 분리한다면 '청녀', '중녀', '노녀'도 써야겠다"며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NS세상] 여성 청소년이 '청소녀'?…성차별적 신조어 논란

청소녀는 '김치녀', '된장녀'처럼 여성을 비하하는 어감 때문에 '○○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청소녀를 검색하면 여성 청소년 관련 내용뿐 아니라 청소를 하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이미지가 대거 검색된다.

아이디 '구*****'를 쓰는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 인벤에 게시한 글에서 "(청소녀가) 청소하는 여성을 말하는 줄 알았다"며 "남녀 모두를 포함하는 단어를 이상하게 바꿔서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 "성차별적 언어 인지력 높이고 성중립적 용어 사용해야"
전문가들은 남성을 기준으로 두고 여성만 별도로 성별을 드러내는 언어 사용 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되 특정 성을 지칭해야 한다면 표현 앞에 각각 남성, 여성을 붙여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당부다.

[SNS세상] 여성 청소년이 '청소녀'?…성차별적 신조어 논란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남성이 특정 단어를 대표하고 여성은 '여'라는 글자를 추가한 검사·여검사, 교수·여교수 등 표현이 모두 성차별적 언어 사용"이라며 "청소년이라는 기본 명사에 대응하는 형태의 '청소녀'라는 용어를 별도 사용하는 것도 성차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청소년과 구분해 청소녀라는 말을 만들 것이 아니라 성중립적 표현인 청소년을 두고 '남성 청소년'과 '여성 청소년'으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일부 지자체나 기업은 청소녀를 '여성 청소년' 같은 용어로 교체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소녀라는 표현은 여성 청소년의 특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학계 등에서 사용하던 표현을 차용한 것"이라며 "'○○녀'가 부정적인 어감을 준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2018년부터 청소녀라는 표현 대신 10대 여성, 여성 청소년 등 용어로 교체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표지판 등 다른 단체와 협업해 진행하는 사업 중 '청소녀' 용어가 사용된 홍보 문구 등도 조속히 협의해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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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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