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2] 18년 기다린 알츠하이머병 신약, 아두카누맙의 FDA 승인은 어떤 의미를 갖나
지난 6월 7일(현지시간),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약물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번에 승인받은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독성 단백질 제거 기능을 목표로 개발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다. 이 새로운 약물은 현재 사용 중인 치매 치료제들과 비교할 때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갖는다.

아두카누맙은 어떤 약물인가
첫째,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의 직접적 병리 원인을 제거하는 ‘질병 변환’ 효능이 기대되는 약물이다. 기존 치매 약물들은 뇌 내 신경전달신호를 조절하여 ‘증상을 완화’ 하는 제한된 효능을 갖는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핵심 병리 현상은 뇌조직 내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작은 단백질이 서로 엉기면서 점차 끈적끈적한 섬유 덩어리가 되어 주변 신경세포들의 기능과 생존을 파괴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아두카누맙이 증상의 완화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인 병리 진행과정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둘째, 아두카누맙은 항체치료제다. 즉 이 약물 자체가 항체라고 불리는 단백질이다. 스위스의 바이오텍 뉴리문에서 인지적으로 건강한 노인들의 혈액 내에서 치매에 저항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특별한 항체를 분리한 것이 아두카누맙 개발의 시초였다.

항체란 몸속에서 제거하고 싶은 물질, 말하자면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달라붙어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이다. 항체가 어떤 물질에 달라붙게 되면 공격 타깃이라는 신호로 작용한다. 이를 인식한 면역세포들이 와서 타깃을 ‘잡아먹게’ 된다.

기존 치매 약물은 입으로 삼키는 화합물이다. 반면 단백질인 아두카누맙은 위장관에서 소화가 돼버리기 때문에 복용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따라서 혈액 내에서 전신을 돌아다니다가 특히 뇌조직에서 아밀로이드를 찾아가 붙을 수 있도록 한 달에 한 번씩 정맥주사로 맞아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8년 만에 조건부 승인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제품명 애드유헬름).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 단백질 덩어리인 아밀로이드 베타에 달라붙는 단일 클론 항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8년 만에 조건부 승인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카누맙(제품명 애드유헬름).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 단백질 덩어리인 아밀로이드 베타에 달라붙는 단일 클론 항체다.
논란 가운데 승인, 그리고 계속될 논란
아두카누맙의 FDA 최종 발표를 앞두고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승인을 반대하는 전문가(의사 포함) 집단과 찬성하는 전문가 집단이 있었고, 일부 환자와 보호자 단체들은 승인을 옹호하며 FDA를 압박했다. 이런 논란의 이유는 아두카누맙의 임상 3상 결과 때문이다.

그동안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항체치료제 신약 임상시험은 아두카누맙의 경우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수많은 항체 신약들이 장밋빛 전망 속에서 임상 3상이라는 마지막 시험대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용화에 실패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 효능이 효과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지기능을 호전시키는 효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두카누맙도 예외가 아니었다. 각각 135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두 건이나 진행했으나, 여러 다른 치매 후보약물의 경우와 같이, 2상까지 보이던 유망한 결과가 3상 시험에서는 증명되지 않았다. 2019년 3월 21일, 임상 개발을 담당했던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3상 종료 및 실패를 선언했다. ‘단 하나만이라도!’ 라는 심정으로 신약 개발이 성공해 임상현장에 새로운 약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의사와 환자들은 모두 큰 좌절감을 느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희망의 불씨가 살아났다. 고용량을 사용한 일부 대상자만을 따로 분석(하위 분석)하면 의미 있는 효능이 증명된다는 바이오젠의 발표였다. 2020년 초 바이오젠은 이를 증명하는 새로운 임상시험을 계획함과 동시에 다시 FDA 승인을 신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3월 7일 승인 여부 최종 발표를 예정했던 미국 FDA는 결정을 3개월 뒤로 미뤘다. 임상 3상 실패에도 불구하고, ‘혹여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만으로 결정이 유보됐다는 것 자체가 예외적인 일이었다.

이유는 아두카누맙의 효능보다 현재 치매 치료제의 한계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은 4가지밖에 없다. 그중 3가지는 동일한 작용기전을 갖는 약물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부작용도 모두 동일하다는 뜻이다.

효능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환자가 부작용을 겪을 때 달리 처방해줄 선택지가 없다는 것에 의료현장의 무력감이 심하다. 환자와 보호자들도 이 무력감을 알고 있다. 꾸준히 복용해야 그나마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이유로 성실히 약물을 복용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는 현실 속에서 이 들은 질병의 진행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이번 FDA 승인 결정은 이러한 현실 인식도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3개월 전 판단 보류도 예외적이었지만, 이번 승인은 더욱 예외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판단 보류 결정 후 진행된 FDA 외부자문위원회는 전원 승인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전에 미리 계획된 분석 방법에서가 아니라 이번처럼 하위그룹 분석에서 효능이 증명됐다는 보고는 학술논문에서는 받아줄 수 있지만 신약 승인의 근거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라면 미승인이 예상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두카누맙의 경우 냉철한 과학적 잣대만을 가지고 결정을 내리기에는 너무 많은 부담이 있었다. 인구의 고령화와 치매 환자 증가, 막대한 의료 및 관리 비용 부담, 개인과 가족의 고통, 정부의 치매 극복 지원 의지 등이 이번 결정에 복잡한 역학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 때 문에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희망을 선물로 받고, 현실이라는 상자를 열어야 할 때
FDA의 이번 승인은 과학적 사실로만 내려진 것 같지는 않다. 승인을 한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희망’이라는 선물을 거절하기 힘든 현실 인식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바로 이런 ‘현실적’ 이유 때문에 앞으로 아두카누맙은 철저한 ‘현실’ 검증을 다시 거칠 필요가 있다.

막연히 희망을 이야기하기에는 예상되는 약값이 너무 높다. 보험 여부와 할인 등을 고려하지 않고 추정한 연간 비용은 6000만 원 수준이다. 효능이 ‘좋을 수도 있어서’ 승인된 약물에 대해 지불하기에는 너무 높은 비용이다.

또 인지 효능은 치매 전 단계나 치매 초기에서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뇌세포 손상이 진행된 경우 아밀로이드를 제거해도 인지보호 효능이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추가로 진행 중인 임상시험, 그리고 시판 후 성적조사에서 아밀로이드가 뇌에 보이는 초기 인지 저하 환자군만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알츠하 이머성 치매가 아닌 다른 종류의 치매 환자들, 그리고 이미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더 절실한) 사람들의 경우 약물 사용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간절히 신약을 기다리던 이들에게 이는 미승인보다 더 큰 박탈감을 줄 것이다.

뇌 내 아밀로이드가 뇌조직에 존재하는 지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PET 검사도 매우 고비용 검사다. 모든 병원에서 진행할 수도 없다.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뇌 내 부종이나 미세출혈이라는 약물의 부작용을 살피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MRI도 시행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상당한 비용과 대상자 선택이라는 불편한 현실을 초래한다. 치매라는 절실한 문제를 놓고도 기회의 불균형이라는 경제적·의학적 현실을 직면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문제에서보다 개인 간에, 의료기관 간에, 국가 간에, 접근성에 대한 불균형이 더 심할지도 모를 일이다. 치매 치료제 승인을 놓고, 보건정책자의 혜안이 절실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겨진 숙제에도 불구하고, 아두카누맙의 FDA 승인은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바라보며, 쉽게 복용할 수 있고 저렴하면서도 획기적인 효능을 보이는 화합물 기반 약물이 하루속히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진다.
<저자 소개>

[Cover Story - part.2] 18년 기다린 알츠하이머병 신약, 아두카누맙의 FDA 승인은 어떤 의미를 갖나
김어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학교실 교수다. 주요 진료 분야는 알츠하이머병, 인지노화, 스트레스성 인지저하, 노년기 우울증이다. 특히 노년기 치매 예방과 알츠하이머병의 분자정신의학 및 신약 개발에 큰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