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이어 암젠이 아토피피부염(AD·Atopic Dermatitis)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1조 원 이상을 주고 사들였다. 이들이 사들인 파이프라인은 활성화된 T세포에 발현되는 단백질인 ‘OX40’의 신호전달을 저해하는 항체다. OX40은 아토피피부염과 관련해 새롭게 거론되는 표적이다.
[글로벌 시장 분석] 사노피·암젠, 아토피피부염 후보물질 1조 ‘빅딜’
암젠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를 공동 개발 및 상용화하기 위해 일본 교와기린과 12억5000만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6월 1일(현지시간) 밝혔다. 대상 파이프라인은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는 OX40 완전 인간 단클론항체인 ‘KHK4083’이다. 지난 2월 교와기린은 중등증에서 중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암젠은 일본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KHK4083의 개발 및 제조, 상업화 권리를 갖는다. 암젠은 교와기린에 계약금으로 4억 달러를 지급한다.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8억5000만 달러를 주고, 판매 시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도 지불하기로 했다. KHK4083은 OX40 저해 계열 첫 신약(first-in-class)이 목표다.

사노피는 지난 1월 카이맵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은 계약금으로 11억 달러, 마일스톤으로 최대 3억5000만 달러다. 카이맵 인수를 통해 사노피는 ‘KY1005’의 세계 권리를 확보했다. KY1005는 OX40에 결합하는 ‘OX40L’에 대한 완전 인간 단클론항체다. OX40L은 항원제시세포(APC)에 발현하는 리간드다. OX40과 결합해 다양한 면역세포를 조절한다. KY1005는 OX40과 OX40L의 결합을 막아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효과 T세포 등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KY1005는 아토피피부염 임상 2a상에서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효과를 보였다. 카이맵은 OX40L이 염증 부위에서만 발현되기 때문에 OX40보다 선택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원인을 모르는 아토피피부염
아토피피부염은 주로 유아기나 소아기에 시작되는 만성 재발성의 염증을 동반하는 피부질환이다. 심하게 가려운 습진 병변이 피부에 생기게 되고, 그 부위를 긁거나 문지르면 증상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토피피부염은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한 자가면역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완화하는 약들이 쓰이고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려는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경증에서 중등증 환자에게는 증상 부위에 바르는 형태의 국소 치료제가 많이 쓰인다.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염증 및 아토피피부염 증상 조절에 효과적이다. 다만 장기간 사용하면 피부위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는 스테로이드 연고제와 같은 부작용이 없어 대체재로 쓰인다. 비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로 T세포와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킨다. 면역억제제라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나 지속적인 장기간 사용은 피해야 한다.

화이자의 유크리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토피피부염 국소 치료제로 승인한 유일한 PDE4 억제제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줄인다.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나 칼시뉴린 억제제를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장기 요법이나 1차 치료제로 권장되고 있다.

국소 치료제가 듣지 않는 중등증 이상의 환자에게는 전신 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를 쓴다. 다만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 때문에 단기 사용이 권고된다. 사노피의 듀피젠트는 국소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중등증 이상 성인 환자의 치료를 위해 FDA에서 허가받은 첫 번째 바이오의약품이다. 인터루킨4(IL-4) 수용체에 결합해 아토피피부염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IL-3과 IL-4의 신호를 방해한다.

보조요법으로는 항히스타민제가 사용된다. 항히스타민제는 병변 부위를 긁지 않게 하기 위해 가려움증을 완화시킨다. 졸리거나 입이 마르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세계 시장 2029년 12조 원 전망
미국습진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약 3200만 명이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다. 1000만 명 정도가 중등증 이상의 환자이고, 이 중 3분의 1은 어린이다.

미충족 수요에 신약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옵텀알엑스에 따르면 차세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개발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 중이다. 하나는 듀피젠트와 같은 바이오 인터루킨 저해제다. 나머지는 JAK 억제제를 포함한 저분자 의약품이다. 최소 3개 신약이 올해 FDA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4개의 JAK 억제제가 올해 FDA 심사를 받을 예정이고, 향후 5년간 4개가 더 심사를 앞두고 있다.

신약 출시와 환자의 증가로 아토피피부염 시장은 성장이 예상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세계 아토피피부염 시장이 2020년부터 2029년까지 130% 성장해 113억 달러(약 12조6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연평균 10%의 성장세로 주요 피부과 질환인 건선과 건선성 관절염의 3%와 2%를 뛰어넘는다.

2029년까지 10년간 11개의 FDA 신약 허가가 예상되지만 여전히 문제들이 남아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가격이 비싸고, JAK 억제제는 중증 감염, 암, 혈전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다.

국내 개발사로는 큐리언트, JW중외제약, 에스씨엠생명과학 등이 있다. 미국 임상 2상을 완료한 큐리언트의 ‘Q301’은 국소 치료제다.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유크리사 등과 같은 경증 환자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부작용 측면에서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가격 측면에서 유크리사 대비 경쟁 우위를 예상 중이다.

JW중외제약의 ‘JW1601’은 ‘히스타민 H4 수용체’를 표적해 염증과 가려움증을 동시에 억제하는 기전이다. 2018년 덴마크 레오파마에 한국을 제외한 세계 권리를 기술수출했다. 레오파마는 글로벌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의 줄기세포치료제는 국내 임상 2상 단계다. 기존 치료제와 다른 장기적 효능이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 분석] 사노피·암젠, 아토피피부염 후보물질 1조 ‘빅딜’
한민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