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의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의 기반이 된 선천면역을 유도하는 손상 연계 분자 패턴(DAMPs) 이론이 차세대 mRNA 백신·치료제 및 염증 치료제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커스] 차세대 염증 치료제 기전 DAMPs, mRNA 치료제 개발에 불 지핀다
염증 유발에 관한 두 가지 이론,
PAMPs vs. DAMPs

지난 5월 24~26일 국제학술대회 ‘키스톤 심포지아’가 성승용 샤페론 대표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 학술대회의 주제는 ‘DAMPs Across the Tree of Life Inducing Innate Immunity’. 선천면역을 유도하는 손상 연계 분자 패턴(DAMPs)이 주 내용이었다.

염증은 외부 자극에 대해 생체조직이 일으키는 방어 반응이다. 이 염증 반응을 설명하는 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론은 병원체 연관 분자 패턴(PAMPs) 이론이다. 이 이론은 선천면역계가 활성화되는 이유를 우리 몸에서 유래한 자기(self) 물질과 체외에서 들어온 비자기(non-self) 물질을 구별하는 데서 찾고 있다. 우리 면역체계가 외부에서 들어온 non-self 물질인 병원체를 인식하고 이를 공격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몸의 선천면역세포는 병원체가 지닌 특정한 분자 패턴을 인지할 수 있는 TLR2, TLR4와 같은 패턴 인식 수용체(PRRs)를 갖고 있다. 이 수용체는 우리 몸엔 없지만 병원성 미생물에만 존재하는 분자 패턴인 PAMPs를 탐지한다. 이 PAMPs 물질로는 펩타이드글리칸, 리포테이코산, 세균의 DNA·RNA 같은 물질들이 대표적이다. 이 물질들을 인식한 PRRs는 TNF-α, 인터루킨-1β와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염증을 일으킨다.

1990년대 폴리 매칭거 박사는 PAMPs와는 또 다른 이론인 ‘위험 모델’ 이론을 제시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non-self 물질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손상된 세포에서 흘러나오는 ‘위험인자’들을 선천면역세포가 인식해서 염증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이 위험인자를 인식하는 수용체는 PAMPs를 인식하는 수용체와 동일하다. 위험인자와 PAMPs의 구조가 전혀 다른데도 PRRs는 이들을 탐지해낸다.

수용체는 구조적으로 딱 들어맞는 리간드에 결합한다는 기존 통념과 반대되는 현상이다. non-self 물질인 PAMPs와 self 물질인 위험인자를 어떻게 함께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답이 나와야 했다. 이 답이 될 수 있는 이론이 DAMPs 이론이다.

성승용 샤페론 대표는 2004년 <네이처 리뷰 이뮤놀로지>에 세계 최초로 DAMPs 이론을 제시한다. 신체 내부의 손상된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조직 쓰레기인 DAMPs 물질들로 인해 염증이 유발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DAMPs 이론에 따르면 체내 조직이든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체든 세포가 죽거나 손상되면 기존의 안정된 구조를 잃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불규칙하게 변형된 분자 쓰레기들이 조직 미세환경으로 방출된다. 이렇게 방출된 분자 쓰레기들은 수용 성물질에서 물에 녹지 않는 비수용성 물질로 바뀐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에 녹지 않는 이 쓰레기들이 체액 속에서 과도하게 응집돼 염증을 일으킨다는 게 DAMPs 이론의 골자다.

화이자 mRNA 백신도 DAMPs 이론에 기초
상당수 염증 치료제는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등 신호전달물질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DAMPs 이론을 적용하면 새로운 관점에서 염증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진다. 물에 잘 녹지 않는 분자 쓰레기들을 물에 잘 녹을 수 있도록 용해도를 바꿔주면 염증 억제가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몸은 폐, 간, 혈액 등에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는 물질들을 이미 자체 보유하고 있다. 샤페론은 DAMPs 이론에 근거해 연구를 지속해 온 결과, 체내 계면활성물질에 항염증 기전이 있다는 걸 밝혀냈다. 현재는 염증복합체인 인플라마좀을 억제하면 염증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까지 연구가 진척된 상황이다.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주도한 바이오엔텍의 카탈린 카리코 박사도 이 DAMPs에 기반해 mRNA 치료제를 만들었다. 카리코 박사는 mRNA 자체도 비수용성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mRNA의 용해도가 어떠한가에 대해선 아직 학계 의견이 분분하다. 성 대표는 “RNA는 세포핵에서 만들어진 뒤 200여 종류의 화학물질에 의해 비수용성 성질을 잃게 된다”며 “아직까진 이 변성이 어떠한 목적으로 인해 일어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약 mRNA가 비수용성을 띠고 있다면 백신에 쓰이는 mRNA를 있는 그대로 체내에 주입해서는 약효를 얻기 어렵다. 우리 면역체계가 이 mRNA를 위험 물질로 파악해 염증 등의 면역 반응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DAMPs 이론에 따라 mRNA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선 이 mRNA의 3차원 구조를 안정화해 비수용성인 성질을 바꿔줘야 한다. 성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은 염기서열의 구아닌, 아데닌, 우라실, 시토신 중 우라실을 변형된 형태로 만들어 염증 반응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mRNA 치료제 개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mRNA 기반 치료제는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영하 70℃ 운송이 가능한 콜드체인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공급으로 골드체인 유통망이 깔리면서 이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성 대표는 “기존엔 화합물 기반 신약을 만드는 데 수천억 원의 비용과 15년가량의 기간이 소모됐다”며 “mRNA 치료제는 약물로 만들 단백질만 확보하면 1500억 원 이내의 비용으로 1~2년이면 개발 가능하다”고 말했다.

6월 말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 결과 확보
샤페론이 개발 중인 신약도 DAMPs에 근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약한 계면활성 기능을 가진 물질을 통해 염증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한 결과 ‘GPCR19’라는 G-단백질 결합 수용체가 자극돼 염증이 억제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 회사가 폐렴 및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누세핀’은 선천면역세포에서 많이 발현하는 GPCR19에 반응해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를 차단한다.

성 대표는 “우리 몸속에서 계면활성 기능을 가진 물질들은 장에선 지방을 녹여서 장내 흡수를 돕는 역할, 폐에선 폐포가 쪼그라들지 않도록 폐 표면을 일정 형태로 유지시켜주는 역할, 혈액에선 지질이 뭉치지 않도록 하는 역할 등을 하고 있다”며 “그간 대사기능에 주목해 이들 물질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면역조절 관점에서 이 물질들을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샤페론은 루마니아 소재 5개 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폐렴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누세핀’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5월 공개한 중간 결과에 따르면 중증도 이상 환자의 회복률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6월 말이면 전체 환자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