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說得)’은 사회에 대한 영향을 의미하는 포괄적 용어이기도 하다. 설득을 통해 상대편의 믿음, 태도, 의도, 동기부여,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코로나19 시대에 설득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통제와 자유의지로 인한 문제점들이 세계적으로 상충하다 보니 많은 곳에서 이해 충돌이 일어나는 안타까운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여에 걸쳐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 삶의 방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도 우리의 생활은 더 많은 변화를 요구받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은 상상 속 그림이 되고 역사 속 단편으로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시그널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한 팬데믹 해제를 선언하는 나라들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희망의 불씨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끔 한다.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같은 목표를 향해 도모할 수 있는 원동력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한 ‘설득’이란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칼럼의 소재는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행동한다면 바라던 것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한 ‘캠페인’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한 설득의 수단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다.

구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장 캠페인 광고
코로나19는 급속도로 평소와 다른 일상을 만들어냈다. 줌(Zoom)과 같은 비대면 화상회의,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됐고, 영화제 또는 콘서트와 같이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문화행사들은 디지털 중심의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다. 이제는 당연한 일상인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지속되는 폐쇄와 비대면의 일상에서 벗어나 언젠가는 마음껏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맞이하고자 하는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터널 끝에 불빛이 비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집단면역’에 가까워진 나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반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다음 단계를 밟기를 주저하고 있기도 하다. 불신과 의심 탓에 접종이라는 ‘방법’을 거부하다 보면 실마리가 풀리는 시기도 미뤄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기에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행복했던 시간과 사람들이 붐비던 거리를 회복하기 위해 구글이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구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려 캠페인 ‘Get back to what you love’가 그것이다.

‘좋아하는 것으로 돌아가라’는 타이틀의 1분짜리 광고는 구글의 검색창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검색됐던 검색어, 지도 결과, 달력 이벤트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캠페인은 코로나19의 연장선상에서 무거운 주제나 통계 데이터와 같이 냉혹한 현실의 이미지에 의존하는 대신, 구글의 중심이 되는 검색 플랫폼을 통해 축적된 다양한 내용을 아주 심플하게 변화시켜 전달한다. 광고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그 변화를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캠페인은 매우 심플한 TVC(TV Commercial) 구조다. 섬세한 피아노 선율이 배경에서 흘러나오고 구글의 대표적인 흰색 검색창이 화면에 펼쳐진다. 그리고 지난 한 해 많은 이가 검색했던 단어들이 보이지 않는 사용자에 의해 타이핑된다. 격리, 사회적 거리, 학교 폐쇄, 그리고 영업 중단 등이다. 이들 단어는 이제 일상적이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단어가 됐다는 의미다.

사람들이 붐비던 거리로, ‘우리 일상’으로
구글의 이 광고는 미국의 메인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NCAA 파이널 4’ 경기 때 처음 방송됐는데, 즉각적으로 SNS에 수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이 같은 반응을 끌어낸 영상 초반의 메시지는 짧지만, 심각한 코로나19 피해를 떠올리게 한다. 곧 구글 캘린더 일정도 코로나19로 인해 삭제되면서 영상은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곧 변화가 시작된다. 후반부로 연결되는 영상의 음악은 빠르고 익숙한 소리로 바뀐다. 학교 종소리,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군중의 웃음소리 등이 연달아 흘러나온다. ‘해피 아워(happy hour)’와 같이 일정 시간대에 주로 술이나 음식을 싸게 파는 시간 또는 회식과 같은 일상 속 항상 기다려지던 시간의 단어, 지인들과 함께 즐기던 게임이나 데이트의 단어들은 더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게 되고, 결혼식은 연기되지 않고 스포츠 경기도 취소되지 않는다.

단어들이 가상(virtual)에서 다시 현실에서 쓰이는 것으로 돌아오고, 구글 지도에서의 극장과 식당들은 ‘폐점’에서 ‘개점’으로 전환된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했던 가장 행복했던 시간, 각자가 제일 좋아하던 것을 추억하게 만든다. 생각만 해도 기다려지는 일상이다. 광고의 제목이기도 한 ‘Get back to what you love’라는 간단한 메시지도 여기서 등장한다.

곧이어 검색창에 ‘가까운 곳의 백신(covid vaccine near me)’이라는 단어가 타이핑되고, 페이지는 ‘www.cdc.gov(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로 연결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찾아볼 수 있는 웹사이트다. 이는 캠페인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행동에 대한 설득’이라 볼 수 있다.

모두를 안전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검색창의 타이포와 사운드로만 구성된 아주 심플한 캠페인은 여느 캠페인보다 파급력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를 접한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자사 브랜드의 기능적 속성을 녹인 구글 특유의 캠페인이 또 하나 탄생한 것이다.

미국의 사회적 기업 ‘Run for Something’의 공동 창업자 아만다 리트먼이 이번 구글 캠페인에 대해 ‘나를 눈물 흘리게 했다’고 트윗에 올리자, 마빈 차우 구글 글로벌 마케팅 부사장이 재빨리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라며 답장으로 대응했다. 차우는 “이 캠페인은 기업의 역할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하자고 권고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 역시 1000개가 넘게 달렸다. 대부분은 ‘영상이 강력하다’거나, ‘영상에 감사하다’거나, ‘영상으로 인해 감동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또 SNS 상에서 다른 곳으로의 리트윗도 번지며 유튜브 조회수가 일주일 만에 600만 뷰(현재 1100만 뷰)를 넘어서기도 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캠페인이라는 상징성도 한몫을 했겠지만, 모두가 바라던 일상으로의 복귀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가까이 와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많은 이를 행동하게 하는 ‘강력한 설득의 동기’가 된 게 아닌가 싶다.

세계인의 상당수는 아직도
미국은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접종 초반만 해도 상당수의 미국 시민들은 코로나19 백신 효능에 의구심을 가졌고 부작용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구글의 역할은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의심과 오해를 제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이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하게 된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백신의 효능을 믿지 않는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캠페인화했다. 흔한 ‘내러티브’에서 나아가 훌륭하게 자신들의 컬러에 맞춰 전달하는 것, 브랜드는 자신의 이미지를 위한 도구를 활용해 브랜드를 알리는 목적에 충실했고 그에 힘입어 코로나19 백신 접종까지 독려했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 정당하고 옳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두가 지금이 누구도 완벽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데이터와 투명한 결과로도 소통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구글이 진심이 담긴 메시지가 더 효과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건 그래서일 거다.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설득의 노력
누구나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모두가 코로나19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라는, 현재로서는 최선의 해결책을 위해 설득으로 동참을 이끌어내는 일 말이다.

2021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인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백신을 향한 불신과 의구심으로 인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좋아하던 것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분명하다.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나라 붉은 악마의 응원 문구였던 ‘꿈은 이뤄진다’가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꿈이라는 것은 결코 헛된 희망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노력할 때 만들어지는 ‘공감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심과 반목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나가고 행동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선한 캠페인의 등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Get back to what you love’.
<저자 소개>

[PR 성공전략] 구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 ‘Get back to what you love’
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1년 아트디렉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20년 차 광고인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코웨이, 정관장, 쎌바이오텍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 기업의 영상, 인쇄, 디지털 등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수행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