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DA, 바이오젠 '아두카누맙' 승인

알츠하이머 유발하는 단백질 뇌에서 제거
FDA, 효능 논란 의식…추가 임상 '숙제' 내줘
1년 치료비용 6200만원…국내 도입은 수년 걸릴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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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은 오랜 기간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가 풀어야 할 최고 난도 숙제 중 하나였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을 확실하게 찾지 못한 데다 약물을 뇌까지 안전하게 전달할 방법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마저 두손 들게 만든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미국 벤처기업인 바이오젠이 도전장을 내민 건 2007년.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지만, 바이오젠은 뚝심있게 밀어붙였고 7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2003년 덴마크 룬드벡의 메만틴 이후 18년 만에 알츠하이머 신약이 나온 것이다.
치매 원인 제거하는 첫 신약
알츠하이머 치료 첫 신약 나왔다…'치매' 정복 성큼

바이오젠이 허가받은 신약의 제품명은 ‘애듀유헬름’이다. 성분명인 ‘아두카누맙’으로 더 잘 알려졌다. 알츠하이머는 전체 치매 환자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아두카누맙은 증상 악화를 막는 데 그쳤던 과거 치료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지 능력 개선 가능성까지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두카누맙은 “뇌에 있는 단백질이 쌓이면 알츠하이머가 된다”는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서 시작된 치료제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에 존재하는 평범한 단백질이다. 단백질 자체는 몸에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해당 단백질이 뭉쳐 신경세포 표면에 끈적한 퇴적층(플라크) 형태로 쌓이면 문제가 된다. 플라크에서 나온 독성이 알츠하이머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아두카누맙은 정상 노인에게 제공받은 항체를 기반으로 만든 치료제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인식하도록 설계된 아두카누맙이 문제가 되는 플라크를 찾아가 면역 체계를 가동하는 방식이다. 바이오젠 측은 아두카누맙이 임상시험에서 플라크를 59~71%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임상…“그래도 허가 가치 있어”
신약 허가의 최종 관문인 임상 3상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임상 3상은 2015년 8월 두 개의 독립된 알츠하이머 환자군 2700여 명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이뤄졌다.

바이오젠은 임상 3상 과정에서 “약물의 효능을 발견할 수 없다”며 2019년 3월 돌연 임상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8개월 뒤 추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약물의 효능을 발견했다”며 임상을 재개했다. 바이오젠은 임상 3상의 첫 번째 환자군 가운데 고용량(10㎎/㎏) 약물을 맞은 집단에서 사고 능력 저하 수치가 대조군보다 23% 정도 낮았다고 발표했다. 아두카누맙을 맞은 사람의 사고 능력이 덜 떨어졌다는 얘기다. 또 기억과 언어, 지남력(시간, 장소, 사람을 기억하는 능력) 등 다른 인지기능 평가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반면 두 번째 환자군에선 고용량 투여군의 인지 기능이 대조군보다 약간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FDA 산하 말초·중추신경계약물 자문위원회 위원 11명 중 10명은 두 번째 환자군 데이터를 근거로 ‘비승인’을 권고했다. 임상 3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FDA는 최종 승인을 결정했다. 현재 아두카누맙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마땅히 없는 데다 알츠하이머협회 등 환자 단체의 압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추가 신약 승인 가능성도 열었다. FDA의 약물 평가 및 연구센터 소장인 패트리샤 카바조니는 이날 “FDA는 알츠하이머 치료 약물 개발 분야에서 엄청난 진전이 있다는 사실에 매우 고무돼 있다”며 “추가 치료제를 승인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FDA는 그러나 정확한 효능과 뇌부종·뇌출혈 등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을 4상 임상(시판 후 조사)을 통해 증명하라는 ‘숙제’를 내줬다. 신약 승인에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해 추가적으로 효능을 증명하란 단서를 내건 것이다.

아두카누맙은 4주 간격으로 주사제 형태로 투여해야 한다. 1회 투여 비용이 4312달러(약 480만원)에 달한다. 1년에 5만6000달러(약 6230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임상 기간이 18개월에 불과해 해당 약물을 얼마나 오래 맞아야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업계에선 한국은 수년 안에 허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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