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KRAS’ 표적 항암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허가를 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KRAS 억제제 개발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KRAS 억제제 개발 기업인 나이벡은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효능은 높이고 부작용은 낮춘 차별화된 약물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암젠의 루마크라스(성분명 소토라십)를 'KRAS G12C' 표적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했다. 당초 최종 결정 기한은 전문의약품 허가 신청자 비용부담법(PDUFA)에 따라 오는 8월16일이었으나, 이보다 2~3달 앞서 승인받았다.

KRAS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도와주는 유전자 변이다. 루마크라스는 KRAS G12C 돌연변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의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적어도 한 번 이상 전신요법을 받은 경우 루마크라스를 사용할 수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루마크라스는 임상에 진입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가속 승인을 받아 KRAS 표적 항암제에 대한 수요(니즈)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며 “루마크라스의 승인으로 후발 주자들에게 KRAS 억제제 개발 방향에 대한 지침(가이드라인)이 생겨,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미라티 테라퓨틱스, 존슨앤드존슨(J&J), 일라이 릴리, MSD, 사노피 등이 KRAS 억제제에 대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첫 KRAS 억제제의 승인에 이어 관련 기술이전 소식도 전해졌다. 1일(현지시간) 미라티는 중국 자이랩과 KRAS G12C 억제제 ‘아다그라십’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선불 계약금 6500만 달러(720억원),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2억3300만 달러(2580억원)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자이랩은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지역에서 아다그라십의 개발 및 상용화 권리를 갖게 됐다.

"후발 주자 개발 전략은 안전성 확보가 될 것"

루마크라스의 허가에도 KRAS 억제제 후발 주자들이 파고들 곳은 있다. 안전성과 내약성이다. 암젠은 이번 FDA의 가속 승인에 따라 루마크라스 시판 후 임상 혜택을 입증하는 확증 임상을 실시해야 한다. FDA는 지난 4월 암젠에 시판 후 임상에서 허가한 960mg보다 더 적은 용량(240mg)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FDA가 부작용을 낮춘 물질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루마크라스는 부작용으로 설사, 근골격계 통증, 구역, 피로, 간 손상 및 기침 등이 관찰됐다. 환자가 간질성 폐 질환 증상을 보이면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 의료인들은 복용 전 간 기능 검사 및 복용하는 동안 관찰(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

이 같은 소식에 미라티도 KRAS G12C 저해제 ‘아다그라십’과 ‘SHP2’ 저해제 ‘TNO155’의 병용요법 및 'KRAS G12D' 저해제 ‘MRTX1133’의 개발 일정을 1년 미뤘다. 암젠이 FDA로부터 받은 시판 후 요구사항을 고려해 미라티가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미라티는 600mg의 용량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후발 주자들은 루마크라스 대비 개선된 내성 효능 안전성 등을 보여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나이벡, 주사제·경구제로 개발

국내에서는 나이벡이 KRAS G12C 억제제를 개발 중이다. 나이벡은 폐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벡이 개발 중인 KRAS 억제 항암제는 폐암 동소이식 동물모델에서 치료제를 적용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종양의 크기를 90% 가량 줄였다. 40일의 생명연장도 확인했다. 후속 연구인 대장암 동소이식 모델에서도 종양 크기가 대조군 대비 87% 감소했다.

나이벡의 KRAS G12C 억제제는 주사제형과 경구제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회사는 2019년부터 KRAS 억제제와 관련해 저분자화합물, 단백질, 유전자의약품 등 다양한 형태의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활용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저분자화합물 파이프라인은 경구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폐암에 대해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나이벡 관계자는 "암젠 미라티 등과 같은 저분자화합물이지만, 루마크라스 대비 현저한 저용량에서도 우수한 항암 활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단백질 치료제는 주사제형으로 개발된다. 약효가 작용하는 세포의 선택성을 높인 약물전달기술 ‘NIPEP-TPP’를 적용했다. 나이벡은 현재 세포투과기능성 항체 및 KRAS를 분해하는 단백질을 도입한 물질의 전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이 중 일부 기능성 단백질에 대해서는 유전자 약물로도 설계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경구제형과 주사제형 모두 내년 말이나 2023년 초에 임상 1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이벡 관계자는 “회사의 KRAS 치료제 후보물질은 표적 기능뿐 아니라 분해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암젠과 미라티가 개발 중인 치료제와 차별점이 뚜렷하다”며 “저용량에서도 효능을 확인해 안전성과 효능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포내 전송을 할 수 있어 이 부분 역시 기존 치료제의 단점을 극복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나이벡은 KRAS 억제제의 대장암 전임상 결과를 오는 10~11일(현지시간) 열리는 ‘바이오 USA’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김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