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AI 혁명가들
(13) 한동훈 우아한형제들 데이터서비스실장

'배민' 주문량만 하루 300만 건
배달 동선 추천에 AI 활용
가짜 리뷰 걸러내기도 척척

"개인 맞춤형 서비스 하려면
데이터 '원석'부터 잘 찾아야"
한동훈 우아한형제들 데이터서비스실장

한동훈 우아한형제들 데이터서비스실장

“일반 데이터와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는 엄연히 성격이 다릅니다. ‘아름다운 AI’를 위해선 명확한 목적성 아래 데이터를 발굴해야 합니다.”

AI 고도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데이터’다. 사람과 같은 사고를 위해선 보고 배울 교과서가 정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자사 배달앱 배달의민족에서 생산되는 하루 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가공한다. 한동훈 우아한형제들 데이터서비스실장은 이 과정을 “쓰레기에서 원석을 찾아내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그는 2016년부터 우아한형제들에서 AI와 데이터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필요한 AI 기술만 뽑아 ‘핀셋 개발’
우아한형제들의 AI 서비스는 다양하다. 지난해 20명에 불과하던 데이터실 인원이 1년 사이 40명으로 불어난 이유다. 데이터 인프라 개발자, 서비스 기획자, AI 모델 엔지니어 등 구성도 다양하다. 한 실장은 데이터서비스실의 역할을 무지개에 비유했다. 그는 “데이터 생산부터 AI 서비스 적용까지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무지개 같은 역할”이라고 했다.

국내 최초 ‘AI 기반 라이더 추천 배차’와 ‘허위 리뷰 차단 시스템’ 역시 이런 환경에서 탄생했다. 초점은 현장에서 AI 기술이 꼭 필요한 곳을 추리는 데 뒀다.

추천 배차 시스템은 AI가 배달원 동선과 음식 특성을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주문 신청과 순서를 배달기사에게 알려준다. AI가 1초에 500만 회에서 5000만 회 계산하며 각종 변수를 반영한다.

허위 리뷰 사전 차단 시스템은 AI가 리뷰를 검수하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작성 완료를 누르는 순간, 주민 기록과 이용 현황 등을 분석해 잘못된 등록을 차단한다. 한 실장은 “리뷰 부분에선 자연어 처리 기술과 통계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리뷰에서 감정을 뽑아내 업주에게 전달하거나, 카드사 입금 시차를 활용해 가짜 매출을 발생시키려는 거래를 탐지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1000만 개 데이터, 개인·최적화 AI로
한동훈 실장 "AI가 매일 데이터 80억건 분석해 메뉴 추천"

배달의민족 앱의 주문량은 하루 300만 건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메뉴별로 따지면 1000만 개가 넘는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 행동을 분석하려면 주문에 이르기까지 어떤 가게를 구경했고, 어떤 메뉴를 눌러봤는지도 따져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 20억~80억 건의 데이터가 발생한다.

한 실장은 방대한 데이터 위에서 “큰 원천기술보다는 ‘뾰족한’ 서비스 기술이 나오도록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경력자를 프로젝트 6개월 전 채용하고, 서비스 기획자를 개발자만큼 주요 인력으로 취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개인화 AI’는 그가 구현하고자 하는 최종 산물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생수, 스낵류 등 편의 물품을 배달하는 B마트 서비스에 AI 추천 물품 콘텐츠를 도입한 상태다. 하반기에는 배달의민족 음식 주문 화면에도 맞춤형 AI 콘텐츠를 적용할 예정이다. 음성을 포함한 여러 상호작용 주문 방식도 연구하고 있다.

한 실장은 “쇼핑몰 소비자는 제주도에서도, 서울에서도 물건을 받을 수 있지만 음식은 근처에서만 시켜먹기 때문에 소비자가 지역을 벗어나면 데이터 활용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고비였다”며 “연내 고통스러웠던 개발 과정의 결과물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적화 AI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했다. 그는 “공장 물품 수요 예측과 B마트의 재고 최적화는 올해 AI 기술이 가장 집중될 분야”라고 말했다.
한동훈 "작지만 강한 AI 성공비결"
"직접 납땜까지…난 산전수전 다 겪은 하드코어 개발자"
“솔루션 개발부터 하드웨어 납땜까지 안 해본 게 없어요. 제한된 조건에서 성능을 뽑아내는 데는 이골이 났습니다.”

한동훈 우아한형제들 데이터서비스실장은 스스로를 ‘하드코어 개발자’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 언어와 솔루션 몇 개만 다루는 여느 개발자와 달리 각종 업무를 몸으로 부딪쳐가며 익혔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에서 담당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일도 그렇다. 예상치 못한 업무를 맡았지만 ‘작지만 강한’ AI 서비스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한 실장은 약 20년간 다양한 업종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1년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보안업체 인젠에서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로 일했다. 당시 보안업계는 ‘솔루션 성능 전쟁’이 한창이었다. 그는 “당시는 지금처럼 클라우드가 보편화되기 전이라 한정된 중앙처리장치(CPU) 조건 하에서 코딩으로 성능을 높여야 했다”고 말했다.

이후 옮겨간 버드랜드소프트웨어에선 방송용 셋톱박스를 담당했다. 솔루션 프로그램 개발부터 하드웨어 납땜까지 해봤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2013년 버드랜드소프트웨어를 떠날 때까지 수많은 업무를 체험했다. 2016년까지는 SK플래닛에서 일했다. 처음으로 데이터업무를 담당한 게 이때다.

2017년 미국 출판사 오라일리가 연 AI 콘퍼런스 참석 경험은 그에게 충격을 안겼다. 새로 둥지를 튼 우아한형제들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룰 뚜렷한 로드맵이 없었다. 확보한 데이터도 사용자가 누구에게 전화했는지 정도의 기록에 그쳤다. 한 실장은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한다면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그때 깨달았다”며 “AI로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게 주문형 앱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AI 조직은 장기 과제와 단기 과제를 나누지 않는다. AI가 핵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초기에 세밀히 설정하고, 이후 포기하지 않고 한 번에 다뤄나간다는 주의다. 한 실장이 지금까지 걸어온 ‘하드코어 개발’ 이력에서 나온 가치관이기도 하다. 그는 “우아한형제들의 AI 기술이 업계에서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배달의민족 서비스 등을 통해 쌓은 방대한 데이터로 풀어낼 수 있는 일이 많다”고 했다. 배달 시스템 개선부터 각 서비스 이용자에게 맞춤형 추천을 하는 서비스까지 가능성이 넓다는 얘기다. 한 실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들과 동반자이자 협력자 관계를 쌓아 배달의민족에 적합한 AI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동훈 데이터서비스실장

△1977년생 △KAIST 전산학과 졸업 △인젠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버드랜드소프트웨어 최고기술책임자(CTO) △SK플래닛 데이터엔지니어 △우아한형제들 데이터서비스실장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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