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마이리얼트립 그로스 마케팅팀장 / 사진=마이리얼트립
강형구 마이리얼트립 그로스 마케팅팀장 / 사진=마이리얼트립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으로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습니다”

강형구 마이리얼트립 그로스 마케팅팀장은 “코로나19가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네이버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해 검색, 영화, 웹툰 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틱톡 한국지사 신사업개발팀장을 거쳐 2019년 11월 마이리얼트립에 입사했다.

마이리얼트립 임직원들은 2019년까지 해외 여행 사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려 지난해를 시작하면서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순식간에 시장(해외 여행)이 통째로 사라지는 위기를 맞았다.

Q: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상황은

A: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악재로 시장이 사라져 버려서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위기였다. 하지만 손놓고 기다릴 순 없었다. 모두가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하려고 애를 썼다.

사라진 시장 대신 새로운 시장을 찾기로 했다. 제주에 집중하자고 뜻을 모으는데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제주는 해외와 동일하게 항공, 숙박, 렌터카, 티켓, 액티비티 시장이 모두 존재하는 곳이다. 다양한 카테고리를 모두 취급하는 마이리얼트립의 슈퍼앱(Super-App) 경쟁력을 그대로 이식할 수 있는 곳이라 판단했다.

Q: 제주 여행 시장 공략 방법은

A: 크로스셀(cross sell)을 적극 활용했다. 한 명의 고객이 여러 종류의 상품을 사게 하고, 이를 통해 인당 객단가를 극대화 시키는 전략이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고객들은 여전히 ‘마이리얼트립=해외 여행’이란 인식을 갖고 있었다. 제주 항공권만 사고 마이리얼트립을 빠져나가는 고객이 많았다.

항공권 구매 고객이 다른 상품도 구매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했다. 먼저 제주 항공권 구매자의 전체 여정을 그리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행동을 정의해 나갔다.

그 결과 대부분의 고객이 비슷한 행동패턴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각 상품군별로 구매 시점이 달랐다. 평균적으로 제주 여행 1~2주 전에 항공권을 구매하고, 그 직후 숙박과 렌터카를 구매하고, 투어나 체험 같은 예약이 필요한 상품은 여행 출발 전에, 티켓 상품은 여행중에 구매했다.

마이리얼트립에게는 항공권 정보가 있으니 고객의 여행 시작일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역산하여 고객이 각 상품을 구매하려는 시점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각 상품군별 구매 시점에 적절한 혜택과 추천을 담은 다양한 넛지(nudge)로 다시 서비스로 끌어들였다.

Q: 크로스셀 성과는

A: 국내 여행 거래액이 20배 성장했다. 거래 건 수 기준으론 예전 해외 여행 사업 최고 수준의 90%까지 회복했다.

마이리얼트립은 슈퍼앱을 표방한다. 항공권부터 숙박, 렌터카, 티켓, 가이드투어까지 여행을 갈 때 고객이 구매하는 모든 종류의 상품을 취급한다.

제주 여행 사업에서 쌓은 크로스셀 노하우가 코로나19 이후 재개될 해외 여행 사업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여행 사업이 본격화되면 제주 여행 사업이 고객의 재방문주기를 단축시키고 락인효과를 만드는데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외 여행 대신 제주 여행,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Q: 마이리얼트립 마케팅의 강점은

A: 마이리얼트립과 같은 IT서비스는 마케팅에 있어서도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디지털 광고는 모든 성과가 일일이 지표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어떤 매체, 어떤 소재가 좋은지 정교하게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상품별 최적의 채널과 소재를 찾을 수 있다.

이 과정에 있어 특히 중요한 부분이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다. 마이리얼트립에는 데이터 구축과 분석팀이 별도로 존재하고, 마케팅팀과 같은 조직에 속함으로써 굉장히 쉽게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추가로 각 마케팅의 효율뿐 아니라, 해당 마케팅을 통해 들어온 고객들이 누구인지, 그 고객들이 서비스 내에서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도 세세하게 분석을 할 수가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광고 소재 A의 클릭률이 얼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소재를 통해 들어온 고객의 성별과 연령은 무엇이고, 어떤 페이지를 거쳐서 어떤 상품을 구매하였으며, 언제 재방문 했는지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분석까지 가능해지면, 마케터의 고민과 개선 영역이 개별 ‘마케팅’이 아니라 마케팅을 전후로 고객이 겪는 전체 ‘경험’으로 확장된다.

Q: 사업 카테고리별 전담 마케터?

A: 마케터들은 검색광고, DA 광고, CRM 같이 본인이 담당하는 주요 채널이 있고 특정 사업의 전담 마케터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예를 들어, 검색광고 마케터가 티켓 사업의 전담 마케터로서 티켓 도메인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전략 실행에 필요한 페이스북 광고, 바이럴 광고에 대한 집행을 각 채널 담당 마케터에게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사업부서와의 소통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마케터는 도메인에 대한 전문성과 인사이트를 계속 누적시킬 수 있다.

Q: 마케터로서 본인의 강점은

A: 프로덕트(서비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다. 고객은 마케팅을 통해 서비스와 상품을 인지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최종적인 트랜잭션(가입, 구매)까지는 여러 단계의 제품 사용경험을 거쳐야 한다. 아무리 좋은 마케팅으로 고객을 잘 유인하더라도 고객이 불편하거나 단절된 경험을 하게 된다면 최종적인 트랜잭션으로 이어질 수 없다.

마이리얼트립에서 그로스 마케팅팀장 겸 프로덕트 오너를 맡고 있다. 마케팅의 니즈에 맞게 제품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를 통해 마케팅 순간 뿐 아니라 제품까지 이어지는 고객의 전체 경험을 이상적으로 설계하고, 최적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 Interviewer 한 마디

강형구 팀장은 최근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브랜딩’이라고 했다.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으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고객 인터뷰를 하면서 “왜 마이리얼트립에서 구매했느냐”고 물으면 “여행 전문 플랫폼이라서”라는 답을 듣게 되는데 그동안 브랜딩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가 쌓여왔다는 데 놀란다고 했다.

“해외 여행이 본격화되면 모두가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부을 것이다. 결국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브랜드’라고 생각한다”는 강 팀장의 말에 귀기울일 만하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 한경 CMO 인사이트 구독하기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5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