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스타트업이 설계한 AI칩, 엔비디아·인텔 성능 제쳤다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까다로운 분야로 손꼽힌다. 이미 상당 수준으로 발달한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SW) 기술과는 달리 선점 사업자가 명확하고 기술적 난도도 높다.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와 신경망처리장치(NPU)같이 AI가 발생시키는 무수한 연산을 처리하는 전용 장치는 ARM, 엔비디아 등 글로벌 IT회사들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토종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이 치열한 ‘전장’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9년 11월, 퓨리오사AI는 글로벌 AI칩 벤치마크 테스트 ‘MLPerf(엠엘퍼프)’에서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성능 지표를 인정받았다. 일부 항목은 엔비디아와 인텔을 앞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엠엘퍼프에 아시아권 스타트업이 등재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스타트업이 설계한 AI 반도체는 믿을 수 없다”던 업계 비판이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2017년 창업한 퓨리오사AI는 올해로 업력 5년차에 접어들었다. 미국 조지아공대를 졸업하고 AMD,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설계 연구를 하던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사진)는 “한국이 주저하는 사이, 글로벌 하드웨어 컴퓨팅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AMD, 퀄컴 등에서 10년 이상 전문성을 쌓은 약 40명의 인력과 실리콘 개발부터 SW 스택 개발까지 복합기술을 설계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정부가 인정한 AI 반도체 개발 업체기도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4월 퓨리오사AI를 2029년까지 2475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 서버 주관기관으로 뽑았다. 회사는 SK텔레콤, KAIST, 포스텍 등 15개 기업·기관과 연합해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복합적인 AI 모델을 처리하는 추론형 AI 반도체(NPU) 개발을 이끌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과기정통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미래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돼 3년간 최대 100억원의 신용보증 등의 지원도 받는다.

백 대표는 “높은 개발 난도와 강력한 글로벌 경쟁 상대에 대항하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도전 과제를 안은 상태”라며 “강력한 기술력을 동력 삼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AI칩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