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패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맞붙는다. 네이버는 패션 플랫폼 브랜디와 손잡고 동대문 물류 풀필먼트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고, 카카오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했다. 빠른 유행 주기와 다양한 상품군으로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특히 까다롭다고 꼽히는 패션 분야에서 빅테크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네이버 vs 카카오 '패션왕 경쟁'…"빅데이터로 물류시스템 선점"

○네이버, 동대문 풀필먼트 구축

네이버가 브랜디와 ‘동대문 패션산업 디지털 혁신을 위한 플랫폼-풀필먼트 시스템 구축’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풀필먼트는 물류 전문업체가 판매자 위탁을 받아 포장, 배송, 보관, 재고 관리, 교환 및 환불 서비스 등을 대신해주는 ‘물류 일괄대행 서비스’를 말한다. 브랜디는 국내 최초로 동대문 패션시장에 연면적 7200㎡ 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열었다. 올해에는 2차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해 총 1만3200㎡ 규모로 확장한다.

네이버 vs 카카오 '패션왕 경쟁'…"빅데이터로 물류시스템 선점"
네이버는 브랜디의 동대문 풀필먼트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패션 도소매 사업에 종사하는 동대문 중소상공인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와주면서, 이들과의 접점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판로 개척에 나서기로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데이터를 연동하고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현재 월 100만 건인 물동량을 세 배 이상 늘려 동대문 소상공인의 영업 공간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으로 두 회사는 동대문 기반 풀필먼트 통합관리 시스템 ‘FMS’를 새로 개발해 적용한다.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는 “동대문 상인들이 물류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을 덜고 상품 기획과 판매에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상인들의 개성이 담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만들어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지그재그 인수해 직접 진출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 스타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한다. 합병 법인은 올 7월 출범하고,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된다. 대표는 서정훈 크로키닷컴 대표가 맡을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합병 법인은 지그재그가 패션 분야에서 보유한 빅데이터와 카카오 기술력 등을 활용해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vs 카카오 '패션왕 경쟁'…"빅데이터로 물류시스템 선점"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서 제공하는 모바일 서비스다. 20~30대 충성 고객을 확보해 지난해 연 거래액 7500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패션 전자상거래 업체 중 무신사에 이어 2위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구매 이력에 따른 개인 맞춤형 추천 상품, 선호 쇼핑몰 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CIO)은 “향후 물류 접근성이 용이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분석이 향배 가를 것”

두 회사가 패션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전자상거래 시장이 네이버와 쿠팡의 양자구도로 좁혀진 반면, 패션 전자상거래 시장 주요 참여자들은 무신사, 지그재그, 더블유컨셉 등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카카오의 점유율은 아직 3% 미만이다. 일반 전자상거래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 네이버도 이를 놓치지 않고 사업확대에 나섰다.

패션 전자상거래 시장은 다른 전자상거래보다 더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온라인 패션플랫폼 입점 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패션 전자상거래 플랫폼 판매 수수료율은 평균 26.7%로 국내 전체 전자상거래 플랫폼 평균 13.6%보다 높았다.

빅테크 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패션 전자상거래 업종이 다른 전자상거래 업종보다 성장세가 더뎠던 것은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패션 업종은 유행 주기가 빠르고,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수요 예측이 힘들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 플랫폼, 메신저 등으로 소비자 접점이 많고 데이터를 쉽게 모을 수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를 통해 유행을 파악하고, 물류를 장악하는 기업이 패션 플랫폼 전쟁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