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바이오 분야는 인간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분야다. 연구와 산업의 파급효과가 너무나도 커서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이 특히 중요하다. 투명성은 정부에서 국민으로의 일방향적인 정보공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민을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정보를 적시에 공개하는 것이 투명성이다.

투명성은 다차원적인 속성을 갖는다. 첫째, 정보 완전성이다. 정보가 정보 요구자의 의문을 해소할 만큼 충분하고 정확해야 한다(박흥식, 2001, 투명성 가지 개념적 구조와 의미,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12(3)). 완전성을 위한 조건에는 정확성, 적시성, 명료성 등이 존재한다. 정확한 정보를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때에,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둘째, 정보 접근성이다. 접근성은 정보공유 채널, 기회 등의 개방성이 클 때 증가한다. 이해관계자가 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투명한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 민간기업, 국민 간의 상호 균형적인 파트너십 관계하에서 정보공유 및 참여가 전 과정에서 이루어졌으며, 그 방법이 적절하여 이해관계자들 간의 신뢰성이 향상된다면 높은 투명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김태윤의 정책프리즘] 투명성이 문제

왜 탈락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2016년 국내 의료기기 업체인 와이브레인은 약물보다 부작용이 적지만, 항우울제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마인드(MINDD)’를 개발했다. 당시 와이브레인은 스타트업 중 최대 벤처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두 차례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는 두 번 모두 구체적인 탈락 이유를 들을 수가 없었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문헌 및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재신청을 위해서 기업은 근거를 다시 수집해야 하지만, 근거를 제시하는 방안 및 연구 방향을 명확히 모르기 때문에 재신청과 비승인의 악순환만 발생한다.

신의료기술평가의 과정 및 최종심의 결과는 홈페이지에 보고서 형태로 공개된다. 다만, 평가방법, 진행내용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신의료기술평가가 기존 연구가 없는 새로운 의료행위에 대한 평가인 만큼, 승인에 성공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패한 경우의 정보 공개도 매우 중요하다. 실패한 경우의 정보는 신청인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며, 연관 의료기술 개발 당사자들에게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승인 및 비승인에 대한 정보 제공과 기존 사례들을 정리한 예제들이 필요하다.

회의록과 심의위원의 명단 공개해야
2018년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국생위)는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항목 확대에 대한 본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회의록 또한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국생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2018년 연례 보고서에는 의결주문 결과만 기록되어 있어, 회의 당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논의가 누구에 의해 이루어졌는지는 여전히 확인이 불가능하다.

즉 121개 항목으로의 확대까지 이야기되었던 DTC 유전자 항목이 어떠한 근거로 50여 개로 축소되었는지, 과연 논의 테이블이 공정성과 전문성을 지녔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반면에 2019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경혈 두드리기(감정자유기법)가 단 2편의 논문으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당시 의학계는 해당 치료법이 과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평가위원들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다른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사례들도 살펴보면, 낮은 근거 수준인 C·D등급인 경우가 전체의 80.1%를 차지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근거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이에 평가위원의 공정성 및 전문성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회의록 및 평가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관련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평가위원들이 공정성을 가지고 판단했는지 여부는 그 누구도 확인할 수 없었다.

국생위의 경우 발언자 및 논의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는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다. 생명윤리법 및 국생위 운영세칙에 회의 공개 관련 규정은 존재하지만, 회의록 공개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별도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2019년 국생위 회의 당시 회의록 공개 여부에 관한 질의가 있었지만, 별도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기본정책 수립을 위한 특별전문위원회 회의’ 개최 중 회의록 공개 관련 안건에 대하여 제2차 회의(2019년 11월 29일) 당시 전차 회의록 공개에 대하여 위원들이 질의한 결과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답했다. 회의는 공개하는데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반면 국생위와 유사한 기구인 일본의 생명윤리전문조사회는 모든 회의록과 회의자료를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회의록은 녹취록 형태로 공개되어, 발언자 및 심의 과정이 파악 가능하다. 이러한 회의록 공개 관련 규정은 생명윤리전문조사회 운영규칙에 명시되어 있다. 또한 회장이 전체 혹은 일부 심의 내용을 비공개로 한 경우에는, 의사 요지를 작성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공개해야 한다.

영국의 인간배아생식관리국(HFEA)은 홈페이지에서 12명의 ‘Authority Members’들에 대한 이력을 공개하고, 이들이 HFEA의 업무수행과 관련한 이해충돌이 있는지 여부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이력사항 및 이해관계 고지를 투명하게 확인한 국민은 위원들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신의료기술평가의 평가위원 공정성 및 전문성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소관기관은 평가 로비 가능성과 탈락 시 기업의 항의를 우려하여 회의록과 위원회 명단을 비공개로 한다고 한다. 회의록 및 위원명단 비공개는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공정성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시킨다. 더불어 위원들이 불투명성에 기대어 개인의 이득에 치우친 심의를 진행할 위험도 존재함을 부정할 수 없다.

들쑥날쑥한 심의기간, 사업 계획 차질 유발해
2018년도에 국생위에서 DTC 유전자검사 항목을 심의한 이후, 2019년도부터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가 시행되었다. 하지만 당시 다수의 업체들이 IRB 심사 지연으로 시범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고 공용 IRB 심사를 시작했지만, 실제 질병 발생과 DTC 검사 결과의 연계성을 증명하라는 등 갖은 이유로 심사를 지연시켜 기업이 속도감 있게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심지어 DTC 시범사업 대상자였던 대학생들이 IRB 승인이 지연되는 동안 취업하여 신분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 IRB의 경우 표준운영지침상 2개월 이내 심의를 요하는 해당 지침하에 있지만, 실효적으로 반드시 지켜지지는 않는다. 배아연구계획서 IRB 승인의 경우 생명윤리법상 어떤 조문에도 보건복지부의 승인 기한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승인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IRB는 표준운영지침에 적힌 2개월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 연구자는 연구 적시성을 놓친 채 IRB 승인이 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2개월이 지나도 이의제기조차 할 수 없다. 실제 배아연구를 위한 계획서 심사절차 및 소요 기간은 기관 IRB 심의부터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까지 통상 8~9개월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에 영국의 HEFA에서는 배아 연구 승인에 한국의 절반인 약 4개월이 소요된다. 또한 영국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역할을 하는 REC(Research Ethics Committees)는, 심의기간을 명확히 명시하여 연구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REC의 경우에는 심의기한이 연구계획서 접수 후 최대 60일이며, 접수 이후의 단계마다 처리시한이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연구계획서를 검토하는 시간은 5일이며, 지역 REC에 연구계획심사가 배당되면 최대 35일 이내에 지역 REC가 검토의견을 메인 REC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최대 60일은 이러한 모든 절차를 마치는 데 소요되는 기한이라고 한다.

심의기간 명시는 또 하나의 투명성 척도가 될 수 있다. 연구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고 신뢰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심의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사안에 따라 수정 및 추가검토 요구가 있을 경우 심의 및 승인 기간은 기약 없이 늘어질 위험이 존재한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작용 없는 정책 결정, 투명성 저해해
DTC 유전자검사 항목 확대와 관련해서는 회의록 비공개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논란이 존재했다. 2016년에 시작되어 2019년도에 시범사업이 추진되기까지의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점차 감소했었다.

2017년도에 복지부는 ‘DTC 유전자검사제도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민간, 업계,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민관협의체에서 내린 결론은 국생위 회의에서 부결되었다. 그 이후 국생위는 유전자전문위원회 및 시범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DTC 유전자검사 항목 관련 논의 및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위원회에 산업계 위원은 각각 한 명이었으며, 심의과정에서 산업계의 참여 기회는 2017년도에 비해 매우 줄어든 상황이었다.


국생위 및 기관 IRB의 심의과정에서는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자는 연구계획서 제출 이후 심의과정에서 심의위원들과의 토론이 봉쇄돼 있으며, 오로지 일방향적으로 심의결과만을 통보받는 현실이다.

반면 영국의 연구책임자는 REC 심의회의에 참석하여 REC 위원들이 제기하는 의문점 혹은 질의에 대해 직접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또한 배아연구와 관련해서 연구자는 연구계획을 사전에 HFEA와 협의할 수 있으며, 심의 이전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미리 사전 상담을 진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은 연구계획 심사과정에서 연구자와의 협의가 공식화되어 있어 일방향적 정보 제공이 아닌 상호작용을 통한 정보 공유가 가능한 것이다.

이해관계자 참여는 오늘날 확장된 투명성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해 정보가 일방향적으로 흐르지 않고 환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요 이해관계자인 기업, 연구자 등이 소통 가능한 창구가 존재하는 개방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생명(바이오)정책 의사결정과정은 정보의 완전성과 접근성 및 적절한 의사소통 방법이었는지를 논의하기 이전에, 정보 공유부터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연구자의 의견진술 기회를 보장하고 심의과정에서 어떠한 논의가 있었는지를공개하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프로세스가 매우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투명한 과정은 결코 정직하다고 할 수 없다. 가려지고 숨겨진 것들 속에서 각종 로비와 비겁한 꼼수가 자행될 우려는 점점 커지기 마련이다.
<저자 소개>

[김태윤의 정책프리즘] 투명성이 문제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사업평가국장으로 근무했고,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과 간사위원을 역임했다. 한국규제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행정, 경영, 경제를 두루 섭렵한 석학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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