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파트너스는 신생 바이오섹터 전문 투자 벤처캐피털(VC)이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꽉 채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타 애널리스트’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에게 투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 / 사진=김영우 기자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 / 사진=김영우 기자
2014년 디에스벤처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데일리파트너스는 201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며 당 시 삼성증권에 있던 이승호 애널리스트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바이오섹터 전문 투자 VC로 탈바꿈한 것도 이 대표가 합류하고 나서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 110억 원을 마련한 이듬해인 2019년엔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며 운용자금 마련에 숨통이 트였다. 지난 3월 현재 데일리파트너스의 운용자산(AUM)은 2387억 원이다. 올 연말엔 3500억 원 규모로 AUM을 불릴 계획이다.

투자업계가 인정하는 데일리파트너스의 강점 중 하나는 우수한 포트폴리오다. 이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께 상장하는 중대어급 바이오 기업으로 포트폴리오 상당부분을 채웠다. T세포를 활용한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젠셀이나 국내에서 보기 드문 ‘T셀 인게이저’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와이바이오로직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오랜 기간 보낸 경험이 여의도가 납득할 수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 애널리스트에서 벤처투자자로 변신
서울대 약대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수료)를 마친 이 대표는 동아제약을 거쳐 2009년 LIG투자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다년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스타 애널리스트였던 그가 VC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물었다. 그는 “상장기업을 분석하다 자연스럽게 VC에 관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청했다.

이 대표는 “신규 상장 바이오 기업의 상장 후 주가 흐름이 뜻밖에도 어떤 투자 성향을 가진 VC가 주주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더라”며 “이 때문에 VC의 성향을 분석하게 됐고 자연스레 VC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가령 같은 보호예수 기간을 갖더라도 VC의 회수 성향에 따라 오버행 이슈의 경중이 달라지는 식이다.

이후 이 대표는 2017년 고려대 기술경영 박사과정 중 벤처투자론 등을 수강하며 VC 실무에 대해 접하던 중 데일리파트너스의 제안을 받아 대표이사 겸 VC 심사역으로 합류했다.

애널리스트 시절 점찍어 둔 기업에 투자
VC에 합류한 이 대표는 애널리스트 시절 점찍어 두었던 바이오기업을 찾아갔다. VC 심사역이 되면 꼭 투자하고자 일찌감치 마음먹었던 기업들이었다.

이 대표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 중 한 곳이 토모큐브다. 토모큐브는 광학염색 없이 살아있는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유전형 분석(genotyping) 대신 표현형 분석(phenotyping)으로 세포를 구분할 수 있는 기술도 갖춘 기업이었다. 이 기술을 통해 유전형 분석 대비 쉽고 빠르게 세포를 분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 대표는 “삼성증권에 마지막으로 출근하던 날 토모큐브의 홍기현 대표님을 만나 투자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쉽게도 방금 시리즈A 투자가 끝났다고 하시더라”며 “너무 투자하고 싶었던 기업이라고 사정사정해 구주를 받아 간신히 10억 원을 투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이후 토모큐브의 후속투자에 꾸준히 참여해 총 150억 원을 투자했다.

RNA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오케스트라 또한 이 대표가 데일리파트너스에 합류한 첫해에 투자 한 기업이다. 이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상장사가 드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며 “신약 개발에 필요한 동물모델과 진단기술까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의 약물전달기술(DDS)도 주목할 만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개발한 ‘피카소’라는 DDS플랫폼은 뇌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효율이 약 7%였다. 기존 기술로는 0.1% 효율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약 70배 이상 뛰어난 플랫폼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내년께 기업공개(IPO)에 나설 전망이다.

주식을 살 사람의 입장으로 기업을 보다
“스스로에게 자주 묻죠. 이 기업의 밸류(기업가치)를 여의도(증권시장)가 과연 받아줄 수 있을까.”

이번엔 어떤 기준으로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지를 이 대표에게 물었다. 그러자 여의도에서 보낸 10년의 세월 속에 일부 해답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관투자자들이 어떤 비중으로 이 기업에 투자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하는 리포트를 쓰는 게 10년간 이 대표가 애널리스트 시절 해왔던 일이었다.

그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의 눈으로 기업을 본다는 얘기였다. ‘파는 사람(VC)’의 입장이 아니라 몇 년 후 이 기업(주식)을 사게 될 ‘사는 사람(펀드매니저 등)’의 눈으로. 그러다 보니 그는 여의도를 설득할 수 있는 기준을 나름대로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술적인 비교우위와 진입장벽 외에 맨파워와 리더십을 집중해서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리더십을 특히 강조하기도 했다. 초기기업에 투자하게 되면 수년간 기업을 끌고 나가야 하는데 리더십이 부족하면 장기적인 위험(리스크)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결국 다년 간 같은 길을 함께 가야 할 동반자를 찾는 일”이라며 “주주와 투명하게 소통하며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할 기업을 솎아내는 작업을 두고 이 대표는 ‘3D 투자’라며 웃기도 했다. 입체적(3D)으로 평가 해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힘이 들어서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투자를 검토한 기업은 500개가 넘는다”며 “본격적으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지가 2년 반 정도가 됐으니 거의 사흘에 한 개꼴로 투자를 검토한 셈”이라고 말했다. 데일리파트너스가 현재 투자한 기업은 64곳이다.

데일리파트너스만의 특징으론 투자심의위원회에 앞서 여는 기술심의위원회를 꼽았다. MD를 비롯해 약학박사 등으로 구성한 4명이 만장일치로 찬성을 해야 비로소 투자심사를 진행한다. 투자할 만한 진짜 기술력이 있는지 검증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이후 투심위에선 주주 구성과 인력 구성을 평가한다.

전천후 비즈니스 파트너로 변신 중
이 대표가 그리는 데일리파트너스의 미래는 단순 VC가 아닌 컴퍼니 빌더부터 사모펀드운용사(PE)까지 아우르는 ‘전천후 비즈니스 파트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2019년부터 정부의 TIPS프로그램(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을 운영하면서 초기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또 VC보다는 액셀러레이터가 주로 하는 데모데이 등을 열어 초기기업에 적극적인 홍보(PR)·기업설명회(IR)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컴퍼니 빌더’로서 회사의 인적구성부터 후속투자 유치까지 돕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상장사의 전환사채(CB) 발행에도 참여했다. 데일리파트너스는 상장사 셀리드의 190억 원 규모 CB 전체 물량을 인수했다. 데일리파트너스의 첫 CB 인수다.

이 대표는 “셀리드는 상장 전부터 투자했던 기업”으로 “상장 후에도 연속성을 갖고 후속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셀리드는 경기 성남지역에 GMP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그는 “CB 인수 같은 일은 본래 VC보다는 PE가 주로 하는 일인데 이런 일에 대한 칸막이를 없앤 것”이라며 “CB 외에도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다양한 메자닌 투자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헤지펀드처럼 기업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백기사 및 컨설턴트 포지션으로서 기업과 상생하는 투자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前 애널리스트, 現 VC 대표가 보는 2021년 장세는?
이 대표는 올해 바이오주의 흐름에 대해 “만만치 않겠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중 이미 많이 올랐기 때문에 횡보 또는 소폭 하락하고 있다고 현재의 장세를 평가했다. 특별한 악재는 없지만 경기회복주로 투자금이 몰리면서 소외되는 바이오 종목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의 유행이 잡히지 않고 하반기 들어 다시 시작된다면 바이오주의 몸값이 다시 뛸 것으로 본다”면서도 “큰 변수가 없으면 지금(4월) 같은 장세가 연말까지 지속되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단, 호재가 있는 개별종목은 별개로 주가가 뛸 것으로 봤다. 결국 그의 답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공모시장도 증시의 분위기를 반영할 것으로 평가했다. 상장된 바이오 기업의 몸값이 흐르면서 프리 IPO나 시리즈C 투자 유치에서 높은 밸류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올라갔던 바이오 기업의 전반적인 밸류에이션이 지금은 내려가고 있는 단계여서 상장을 앞둔 기업들의 후기펀딩에서 밸류 욕심은 줄여야 투자 유치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고수 열전] 데일리파트너스, 전천후 비즈니스 파트너로 변신 중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