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90자 94.1% 정확도, 마비 장애인 의사소통 도움
머릿속에서 쓰려고 생각한 글자가 실시간으로 컴퓨터 화면에
손으로 쓰려고 생각한 글자를 머릿속 센서가 해독해 화면에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더 발전시키면 마비 장애인의 의사소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HHMI) 연구진은 알파벳 글자를 분당 90자 속도로 전달할 수 있는 손글씨 '두뇌-컴퓨터 접속'(BCI) 시스템을 개발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했다.

HHMI와 네이처 등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시스템은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머릿속에서 쓰려고 생각한 글자를 화면에 보여줄 수 있어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은 사고나 질병으로 사지가 마비돼 움직일 수 없을 때도 걷거나 무언가를 집고, 말하는 등의 두뇌 속 신경 활동은 남아 있는데, 이런 신경 활동을 이용해 생각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BCI로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도우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팔의 움직임과 관련된 생각으로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이동시키는 센서를 장착해 글자를 선택하고 클릭하는 방식이 이미 개발돼 있지만 속도는 분당 40자에 그쳐있다.

손글씨와 같은 섬세한 움직임은 아무도 엄두를 못 냈지만 연구팀은 좀 더 빠른 방법을 찾다가 이를 개발하게 됐다.

연구팀은 척추 부상으로 목 아랫부분이 마비된 환자(65)를 대상으로 팔과 손을 통제하는 두뇌 두 곳에 작은 센서를 장착하고 시험을 진행했다.

펜을 쥐고 종이에 손글씨 쓰는 것을 상상하게 한 뒤 센서가 개별 신경에서 포착한 신호를 이용해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각 글자를 쓸 때 생성되는 독특한 패턴을 파악해 손글씨 BCI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으로 환자는 문장을 받아쓰고 질문에 답을 했는데, 분당 90자를 94.1%의 정확도로 구현해 60대 동년배들이 스마트폰의 자판으로 글자를 적는 것(분당 115자)에 필적하는 속도를 보였다.

[F. Willett et al./Nature 2021 제공]

논문 제1 저자인 스탠퍼드대학 신경과학자 프랭크 윌레트는 각 글자는 매우 독특한 신경 활동 패턴을 끌어내 알고리즘이 서로 구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웠으며 이로 인해 빠른 속도로 글자가 구현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직 개념증명 단계로 임상적으로 활용되려면 안전성과 효율성, 지속성 등에서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근 위축성 축삭경화증, 이른바 루게릭병 환자 등 처럼 말을 할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공동 책임 저자인 스탠퍼드 의대 신경외과의사 제이미 헨더슨 박사는 뇌졸중 장애를 딛고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를 출간한 전 엘르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가 "눈을 깜박여 한 글자씩 선택하는 고통스러운 작업 끝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책을 써낼 수 있었다"면서 "그에게 손글씨 BCI가 있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