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윤 퓨쳐켐 대표와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의 만남
암과 뇌 질환 치료는 인류의 오랜 숙제다. 이런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진단제품을 만드는 회사들 역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분자진단 전문 기업인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가 방사성 의약품을 활용한 진단제, 치료제를 만드는 지대윤 퓨쳐켐 대표에게 궁금한 점은 뭘까. 이들의 대화를 글로 담았다.
지대윤 퓨처캠 대표(사진 왼쪽),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 / 사진=신경훈 기자

지대윤 퓨처캠 대표(사진 왼쪽),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 / 사진=신경훈 기자

조상래 대표(이하 조) 26년 동안 잡았던 교편을 놓으시고 이제 경영에 집중하고 계십니다. 소회가 궁금합니다.
(지대윤 대표는 지난해 8월 서강대를 정년 퇴임했다. 1995년부터 시작해 약 26년 동안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지대윤 대표(이하 지) 작년까지만 해도 월·수·금은 회사에, 화·목·토는 학교에 있었습니다. 박사를 딴 제자들도 많습니다. 지금은 회사 경영에 더 몰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교수를 하시다가 회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창업을 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연구를 오랫동안 하고 싶었습니다. 약 20년 전만 해도 교수 나이 55세가 되면 연구비가 끊겼습니다. 40대에 접어들자 10년 정도 연구를 더하면 인생이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겐 연구가 곧 인생이었거든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연구비를 충당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돈이 아닌 연구를 더 하기 위해 창업을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55세가 되니, 연구비가 넘쳐나더라고요. 이곳저곳에서 연구비 지원이 많아졌죠. 굳이 창업을 하지 않았어도 된 셈이 됐어요. 다행히 이를 기회로 사업이 무르익었고, 2014년엔 ‘올인’해도 되겠단 확신이 들었습니다.

좋은 인력이 배출됐고, 많은 제자들이 퓨쳐켐에 몸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요. 화학합성의 한 종류인 유기합성을 전공한 인력이 정말 없어요. 그런 면에선 도움을 많이 받았죠. 회사에 한번 들어온 사람들의 인력 이동이 거의 없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좋은 인력은 끊임없이 데려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직 없이 오랜 기간 회사에 몸담은 직원들이 회사의 버팀목이죠.
(퓨쳐켐의 직원은 110여 명이다. 바이오 벤처 기업으로서는 비교적 많은 인원이다.)

방사성 의약품이란
저도 이 업계에 있지만 방사성 의약품은 다소 생소한 분야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회사들이 뛰어든 분야는 아니죠?

맞습니다. 방사성 의약품은 방사성동 위원소와 펩타이드 등을 붙여 치료제나 진단용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펩타이드가 암세포에 가도록 설계를 한 뒤 혈액을 타고 다니다가 암세포에 붙어 방사선을 방출함으로써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입니다.

치료제와 진단제의 구성 성분이 같나요?

네, 그렇습니다. 암세포에 붙어서 폭탄과 같이 강하게 폭발해 암세포를 죽이면 치료제로, 폭죽처럼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불꽃만 튀기면 진단용으로 쓰입니다. 물론 진짜 불꽃은 아닙니다.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으로 잘 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진단이 잘되면 치료도 잘할 수 있는 작용 기전입니다.

(이 회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전립선암 치료제와 전립선암 진단 분야다. 치료제 ‘FC-705’는 현재 한국에선 임상 1상, 미국에선 올해 2분기께 임상 1상에 들어간다. FC-705는 방사성동위 원소인 루테튬177(lutetium177)과 전립선암세포와 전이암세포에 많이 발현되는 단백질인 PSMA 표적 펩타이드를 조합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진단제 개발 없이는 치료제도 없겠군요.

정확한 말씀입니다.

노바티스가 나스닥 상장사인 엔도사이트란 방사성 의약품 회사를 인수하면서 21억 달러(약 2조2000억 원) 정도를 지불했습니다. 이 회사의 파이프라인은 전립선암 치료제 ‘PSMA-617’ 하나였습니다. 글로벌 2상 임상 단계였죠. 노바티스와 퓨쳐켐 간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PSMA-617은 1세대, FC-705는 이보다 진화한 2세대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 약물이 더 낫다는 뜻입니다. 저희 제품은 PSMA-617에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을 붙였습니다. 알부민은 약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상세포에서 터지는 등의 문제, 즉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붙인 것이죠.

해외 기업이고, 임상 단계가 높아서 좋은 평가를 받았나보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노바티스의 PSMA-617에 단점이 있습니다. 침샘이나 눈물샘, 신장에 흡수되는 양이 많습니다. 정상세포가 파괴되는 것입니다. 여러 번 투여해야 하는 치료제 특성상 신장이나 침샘, 눈물샘 등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중간에 새는 약물이 많다 보니 투여량도 많습니다. PSMA-617은 한 번에 200㎎을, FC-705는 100㎎ 정도만 맞으면 될 겁니다.

퓨쳐켐의 시가총액은 2000억 원 안팎인데, 임상 단계 차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봅니다. 주머니의 송곳은 튀어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수년 안에 1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퓨쳐켐은 전 세계 방사성 의약품 회사 중에서 파이프라인이 가장 많은 회사입니다.
또 제품 생산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전국 다섯 곳에 각각 100억 원 정도를 투자했죠. 약물 생산 장비도 직접 제작했습니다. 교수 시절 기계공학과 교수와 함께 만들었죠.

(방사성 의약품은 반감기 때문에 진단제품의 경우 제조 후 10시간 이내에, 치료제는 6~7일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방사성 의약품과 펩타이드를 합성하는 데엔 자동합성장치라는 기계가 쓰인다. 치료제 개발부터 장비까지 생산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퓨쳐켐밖에 없다.)

진단의료 시장이 중요한 이유
진단기업을 하다 보니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정말 ‘갑’이더라고요. 장비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은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 역시 작년 6월에 상장한 후 그 자금으로 전용 장비를 만드는 회사를 샀습니다.

자연스럽게 얘기가 장비 분야로 가는 데, 정말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야 하는데 장비회사가 안 된다면 기회를 놓칠 수 있어요. 갑이다 보니 비용을 높게 줘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합니다. 저희는 임상 시료를 만드는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기준(GMP)의 공장도 만들었습니다. 조 대표님도 나중에 시료 만들 때 오시면 잘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웃음).

네(웃음). 주변에도 많이 소개할게요. 퓨쳐켐은 이미 알츠하이머 진단용 제품인 알자뷰와 파킨슨병 진단제품인 피디뷰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신약으로 분류되는데요, 이전에 없던 제품이라 시장 출시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제품이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제품들은 비급여입니다. 보험이 되고 진단 환자가 많아지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진단용 보험 급여가 나가더라도 전체 질병에 대한 비용은 줄어들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검사 비용이 아까워서 더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죠.
(2018년 출시된 알자뷰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알츠하이머 진단 제품이다.)

검사 비용은 얼마나 되나요.

한국에선 약값이 약 400달러 수준인 데, 미국에선 같은 제품이 2700달러 정도 합니다. 미국은 보험 처리가 가능한데도 가격이 비쌉니다. 한국에서 낮게 받으면 해외서도 가격을 잘 받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격을 낮게 받을 수밖에 없어요. 누가 미국처럼 300만 원 이상을 주고 치매 진단을 하려고 하겠어요.

의료기기 회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제품을 처음 내놓으면 여러 규제가 있죠. 새로운 의료기기를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통과해도 시장에 내놓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신의료기술평가 문턱이 높아 첨단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해왔죠.

맞습니다. 특히 체외진단은 환자에게 해가 될 게 없어요. 안정성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걸 막는 건 말이 안 되죠. 또 후배 창업자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건 특허 관리를 잘하라는 겁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최근엔 지식재산권(IP) 연구개발(R&D)이란 개념도 생겼습니다. 내 특허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자사의 특허에 구멍이 있는지를 확인해주는 것이죠. 한번 해봤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정부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죠. 꼭 활용해야 합니다. 또 특허를 갖고 있다고 해서 상품화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자전거에 붙이는 헤드라이트를 만들었다고 해서 헤드라이트 달린 자전거를 상품화할 수 있다고 보면 안 됩니다. 자전거 자체에 특허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죠.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바이오 벤처들은 특허 출원에 신중해야 합니다. 각 국가에서 특허권을 정식으로 획득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특허청에 그 국가의 언어로 작성된 특허신청서류를 다시 제출하는 국내단계진입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 국내단계진입은 최초의 특허출원일로부터 30개월이내에 해야 하죠. 국가별 특허대리인을 선임해야 하고, 특허출원 서류에 대한 번역도 해야 하는 등 수억 원의 비용이 들어요. 30개월 이후엔 다른 회사들도 할 수 있는 셈인데, 이 기간을 놓쳐서 특허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흑자 내는 바이오 벤처

맞는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특허를 놓치는 기업이 많아요. 이제 실적 얘기를 해볼까요. 지난 1분기에 거의 흑자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방사성 의약품은 재료비가 많이 들진 않아요. 사용자가 많을수록 이윤이 많이 남는 구조입니다.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00% 이상 늘었어요. 회사가 흑자로 진입하는 변곡점인 것 같습니다.

흑자를 내는 바이오 벤처는 정말 부럽습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지금 하고 있는 전립선암 치료제의 임상 1상에 들어갑니다. 임상수탁회사(CRO)도 선정했습니다. 또 기술수출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 6500억원 규모로 했던 것 이상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우섭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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