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리노랩은 미국에 본사를 둔 유전자 진단 및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연내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하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창업주인 이진 회장과 제임스 마조 대표를 만났다.
이진 아벨리노랩 회장(사진 왼쪽)과 제임스 마조 대표 / 사진=이승재 기자
이진 아벨리노랩 회장(사진 왼쪽)과 제임스 마조 대표 / 사진=이승재 기자
아벨리노랩은 2008년 한국에서 설립됐다. 자체 기술로 각막이상증의 한 종류인 아벨리노에 대한 유전자검사를 진행하는 소규모 기업이었다.

2010년에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2011년 미국 법인을 설립하며 본사를 이전했다. 글로벌 사업을 위해서는 미국 본사가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 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클리아랩) 인증을 받았다.

아벨리노는 각막이 혼탁해지는 유전성 질병이다. 라식, 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았을 때 실명에 이를 수도 있어 수술 전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벨리노랩 설립 당시 각막이상증 검사는 안과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었다.

창업주인 이진 회장은 미국에서 학회를 통해 아벨리노 검사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그 결과, 아벨리노 검사는 보조적 성격의 검사에서 탈피해 수술 전 주요 검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한국에서 의료보험 적용을 받고 미국안 과협회의 시력교정 가이드(PPP)에 권고 사항으로 등록됐다. 또 미국 사보험 코드인 ‘CPT(Current Procedure Terminology)’를 획득했다.

‘안과 비즈니스의 왕’ 영입
이진 회장은 안과 산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도 영입했다. 제임스 마조 대표는 작년에 아벨리노랩에 합류했다. 그는 44년간 안과 업계에서 몸담았다. 그중 절반은 엘러간에서 근무했다. 이후 AMO(Advanced Medical Optics)의 대표직을, 애보트메디컬옵틱스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아큐포커스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칼자이스메디텍에서는 글로벌 통합 안과사업부를 총괄했다. 이진 회장은 제임스 마조를 ‘안과 비즈니스의 왕’이라고 소개했다.

제임스 마조 대표는 아벨리노랩이 미래 의료 산업의 지형을 바꿀 만할 기업이라고 생각해 합류했다. 그는 “유전자는 모든 것을 말해준다(Genes are talking)”고 강조했다. 아벨리노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구호다. 아벨리노랩은 유전자와 관련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분야를 점점 확장하고 있다.

설립 초기 아벨리노랩은 각막이상증과 관련된 단 하나의 돌연변이 유전자인 아벨리노를 유전자증폭(PCR) 방식으로 검사했다. 2015 년에는 ‘유니버설 테스트’를 출시하며 유전자 분석 대상을 5종까지 확장했다.

2019년 11월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방식으로 원추각막증과 각막이상증을 동시에 검사하는 ‘아바젠’을 출시했다. 원추각막은 각막이 돌출되는 진행성 유전자 질환이다.

아바젠은 75종류의 원추각막 관련 유전자와 1000여 종의 각막이상증 관련 유전자 변이를 검사한다. 이 검사를 통해 인종과 관계없이 각막이상증 여부를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아바젠은 출시한 직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는 여러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코로나19를 성장의 기회로
작년 아벨리노랩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안과진단 영역의 매출이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기회가 훨씬 컸다. 코로나19 PCR 검사 서비스를 초기에 출시하며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아벨리노랩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중국 직원이 고향인 우한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회사는 즉시 진단법 개발에 착수했다.

오랫동안 PCR 방식으로 안질환 검사를 해온 기업이었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를 개발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시한 3개 표적 중 하나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수정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PCR 검사서비스인 ‘AvellinoCoV2’는 작년 3월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고 출시됐다. 미국 내에서도 빠른 편이라고 마조 대표는 강조했다.

아벨리노랩의 코로나19 사업은 진단시약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다. 미국에서 클리아랩을 통해 코로나19 검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 의료기관과 학교 등에서 채취한 검체를 아벨리노랩의 클리아랩에 보내면 이를 분석해 결과를 알려준다. 진단시약은 자체적으로 설계했지만 외주 생산해 사용한다.

코로나19 이전엔 회사의 클리아랩에서 하루에 1만 건의 검체를 분석할 수 있었다. 지금은 3만 건까지 수행 능력(CAPA)을 확장했다. 앞으로 설비자동화를 통해 하루 10만 건까지 가능하도록 늘려나갈 예정이다. 아벨리노랩이 2020년 수행한 코로나19 검사는 100만 건이 넘었다. 코로나19 서비스 매출은 8890만 달러(약 1000억 원)에 달한다.

마조 대표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서비스는 앞으로도 아벨리노랩 매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신 접종 연령이 아닌 학생들의 등교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코로나19 전수검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아벨리노랩도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마조 대표는 또 아벨리노랩이 코로나19 외에도 다양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은 더욱 큰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촉매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올 4분기 코스닥 상장 목표
코로나19 확산 전에 아벨리노랩은 각막이상증과 원추각막증을 진단하는 안질환 전문기업이었다. 이제는 안질환의 진단뿐 아니라 대상 질환을 확장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집중하기 위해 중단했던 아바젠은 5월 초에 다시 출시했다. 내년에는 녹내장도 진단할 수 있도록 아바젠의 적응증을 확장할 계획이다.

각막이상증 유전자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크리스퍼카스9 유전자가위와 짧은간섭 리보핵산(siRNA)을 각각 활용하는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회사는 특별한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원천기술은 아니지만 많은 기업에서 탐낼 만한 기술이란 설명이다. 일반적인 유전자 가위는 한 쌍의 대립유전자를 모두 편집한다. 아벨리노의 기술은 정상 유전자는 보존하고 변이유전자만 편집한다. 이를 통해 원하지 않는 유전자 변형을 초래하는 ‘비표적 효과(Off target Effect)’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서 각막이상증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또 다른 파이프라인은 siRNA 기술을 활용한 점안액 형태의 각막이상증 치료제다. 원형 대립유전자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돌연변이형 대립 유전자를 침묵(silencing)시킨다. 정상 단백질을 만들고 변이형은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유전자 진단의 영역도 넓혀나가고 있다. 하나의 유전자는 여러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치주염은 심혈관 계통 질환과 연관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한 치과병원과 함께 치과 영역 진단 제품을 개발 중이다. 치주염 환자에게 심혈관 계통 질환의 가능성을 알려주거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치주염 및 심혈관 계통 질환의 위험성을 미리 알도록 하는 것이다.

회사는 다른 유전자 진단 기업과의 차별점으로 ‘유전 정보 빅데이터’를 꼽았다. 수많은 유전자 검사를 수행하며 모은 유전 정보를 분석해서 신약 개발이나 질병 예방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벨리노랩은 오는 4분기를 목표로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클리아랩을 확장하고 유전자치료제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유망기업] 아벨리노랩, 코로나19 발판으로 사업 영역 확장
박인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