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향 KT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김도향 KT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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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가 운영하는 글로벌 테크 미디어인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매년 엠테크(EmTech)콘퍼런스를 통해 최신 기술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3월 개최된 ‘EmTech Digital 2021’에서는 AI 최신 트렌드와 이슈를 다뤘다. 이 행사에서 구글 브레인팀 설립자이자 바이두 수석 과학자 출신의 앤드류 응이 벤처 기업 ‘Landing AI’ 운영을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했다. 기업은 AI를 우선시하는 ‘AI-First 비즈니스(기술)’가 아닌 ‘실질적인 고객 또는 해야 할 업무’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구축해야 하며 기술이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일본에서는 인공지능 거품 논란이 화두다. 소프트뱅크가 2015년 개발한 AI 로봇 페퍼는 초반 AI 로봇에 대한 기대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페퍼의 성능이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페퍼를 도입한 상점이나 기업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손정의 회장이 이른 시일 안에 로봇을 실제 생활에 안착시키고 싶다는 목적만을 가진 채 실제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이와 비슷하게 AI를 단지 마케팅 목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의 실패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이 AI를 도립할 때 성능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거나 지나친 기대로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 시장조사기관 MM 종합연구소 조사 결과, AI를 도입한 일본 기업의 23%가 “예상보다 해결 가능한 것이 적었다”고 응답했다. 이 설문조사는 AI에 너무 기대하지 말고 현실적인 답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기업의 AI 도입이 일종의 트렌드가 된 후로 AI를 도입한다는 것이 인간의 개입을 배제한다거나 최소화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객의 핵심적 요구에 집중하여 AI를 도입
지난 4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CB인사이트는 ‘2021 글로벌 100대 AI 기업’을 발표했다. 2017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5회 동안 매년 전 세계 AI 기업 중 가장 유망한 100개 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 4년 만에 국내 스타트업 뤼이드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뤼이드는 AI 튜터 서비스 산타토익을 제공하는 교육 스타트업으로, AI가 학습자의 문제 풀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력을 예측한다. 정해진 기한 내 학습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고 동시에 동기부여에 최적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산타토익은 이용자가 10문제만 풀어도 자주 틀리는 유형 또는 오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파악해 제시한다. 2017년 유료서비스를 시작한 산타토익은 높은 만족도로 토익 학습자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현재 누적 가입자 수는 250만명을 넘었고, 2020년에는 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이렇게 뤼이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고객의 핵심적인 요구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즉, 토익점수를 올리고 싶어 하는 학습자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해주기 위해 AI를 활용한 것이다. 실제로 뤼이드는 학습자가 산타토익을 20시간 학습한 경우 평균 130~160점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고객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고도의 AI를 활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Peloton)’은 고도의 AI 없이도 데이터와 분석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저와 개인 코치(PT)를 매칭하고, 실내 자전거 페달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천 개 콘텐츠 중 맞춤 콘텐츠를 추천한다. 기존 한 방향의 온라인 강습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양방향 강습으로 고객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유통 및 물류 업계에서는 2~3일 안에 배송하는 것은 기본이고 당일 배송, 실시간 배송 추적 등 더 높은 수준의 고객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유통 및 물류 업계는 앞다퉈 스마트 물류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12월 KT가 GS리테일과 손잡고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예가 대표적이다.
KT는 AI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운송 경로와 운행 일정을 자동 수립해주는 물류 최적화 서비스를 GS리테일에 제공한다. AI 물류 최적화 플랫폼은 기존 운송 데이터와 실시간 교통 상황, 화물량 및 영업점별 인수 시간 등 복합적 변수까지 포함해 적용한다. 또한 화물차 높이·길이·무게와 좁은 길, 유턴, 회피 옵션 등 외부 환경까지 반영해 최적 경로를 안내함으로써 운전 편의성을 높이고 이동 거리 단축에도 도움을 준다. 이러한 AI 물류 운송 플랫폼을 통해 배차 스케줄, 운송 루트가 효율적으로 수립되면서 약 20%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사례와 같이 물류 최적화를 위해 자율주행과 같은 실험적 AI 기술의 도입을 서두르는 것보다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AI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가치 관점에서 AI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
기업의 AI 도입시 고객의 만족도 향상에 초점을 둔다면 AI 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분명 높아진다. AI의 기술적 가치와 고객의 경험적 가치 사이에는 반드시 갭(gap)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AI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매달리기 보다는 현재의 AI 수준을 정확히 인지하고, AI 오류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고민하면서 AI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는, '서비스 완결률'을 제고해 고객 만족도를 향상할 수 있다면 AI와 인간의 협업도 필요하다.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 다음 AI를 도입해야 한다. AI 자체가 완전하기보다는 AI 기반 고객 서비스가 완전해야 한다. AI 기술이 반영된 제품과 서비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량이 많아지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더 발전한다. 때문에 단순히 새롭고 신기한 제품을 출시해서 반짝 세일 효과를 낼 것이 아니라 AI 기술을 조금씩 진화시켜 나가는 장기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 이렇게 AI를 바라보았을 때 우리가 기대하는 완성도 높은 AI 서비스와 제품을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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