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2021 한경 CX 전략 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좌장), 장유성 쓱닷컴 데이터인프라본부장, 천세희 더자람컴퍼니 대표, 오재균 세일즈포스코리아 상무. 신경훈 기자
1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2021 한경 CX 전략 포럼’에 참석한 연사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좌장), 장유성 쓱닷컴 데이터인프라본부장, 천세희 더자람컴퍼니 대표, 오재균 세일즈포스코리아 상무. 신경훈 기자
“유통 기업은 소비자에게 오감의 경험까지 디지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장유성 쓱닷컴 데이터인프라본부장)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 고객의 세밀한 선호심리를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데이터 중심 디지털 전환의 핵심입니다.”(최인혁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표파트너)

○코로나19가 앞당긴 디지털 전환

국내 정보기술(IT)업계와 유통 분야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소비자 기호와 기업 업무 방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으로 ‘디지털 전환(DX)’을 꼽았다. 12일 열린 ‘2021 한경 고객경험(CX) 전략 포럼’에서다. 포럼은 ‘고객 데이터, 팬데믹 이후 도약을 견인할 디지털 혁신 키워드’를 주제로 웨비나 형태로 열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과 상품,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경험하는 소비자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만큼 CX 개념과 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변화는 소비 방식이라는 게 최인혁 파트너의 분석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일명 ‘킬링 타임’이 증가했다는 게 커다란 변화”라며 “홈트(실내 운동), 재테크 공부 등 생산적 활동을 집에서 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이와 관련한 소비자 체험 솔루션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서 5060세대 소비자 비중이 높아진 점, ‘라이브방송’에 소비자가 몰리는 등 동영상 플랫폼이 신(新)소비채널로 자리잡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최 파트너의 지적이다. 최 파트너는 “중고 판매가 가능한 고가 제품, 비싸지만 사고 싶은 제품,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줄 수 있는 제품 등 일명 ‘가치 소비’가 늘었다는 점도 큰 변화”라고 짚었다. 오프라인은 택배 창고 등 온라인 거래를 지원하거나 팝업스토어처럼 브랜드와 제품을 선전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기업의 기축통화”

장유성 본부장(전무)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IT를 기반으로 혁신한 기업들의 성과가 최근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장 본부장은 “100대 글로벌 혁신 기업 명단을 보면 40개 이상이 비(非)IT기업”이라며 “미국 월마트도 10년 전부터 월마트랩스라는 데이터 분석 업체를 설립해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쓱닷컴도 마찬가지다. 쓱닷컴은 동영상으로 음식 상품을 보여주거나 패션 제품 정보를 고해상도로 제공하고 있다. 각종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개인화 기능 덕에 매출도 늘었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빅&스몰 데이터 등 첨단 IT를 어떻게 CX에 활용할 것이냐가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오재균 세일즈포스코리아 상무는 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일종의 ‘기축통화’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X를 개선하기 위해선 결국 고객별 개인화 작업이 필수”라며 “서비스나 제품과 관련한 소비자의 세밀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오 상무는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를 얘기하지만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게 능사가 아니다”며 “주요 데이터를 확보해 쓰임새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온라인몰에서 이용자가 구매한 브랜드와 상품번호를 단순히 모아둬봐야 별 쓸모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데이터가 매출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시스템을 짜야 한다”며 “의류 판매 플랫폼의 경우 상품을 스타일, 계절성, 기능성, 브랜드 등으로 세분화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야 이용자 입맛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상무는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강화되면서 개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잠재적 소비자가 스스로 자기 취향 데이터를 제공하게 하라”고 했다. 미국 속옷기업 빅토리아시크릿이 자사 온라인몰에서 소비자가 자기가 원하는 속옷을 디자인하는 게임 형식 콘텐츠를 넣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감까지 전달하는 CX

장 본부장은 ‘만질 수 있는(tangible) 기술’을 향후 CX의 또 다른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유통업계에서는 촉각, 후각 등 다양한 경험을 소비자에게 최대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사과도 온라인으로 냄새를 맡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단·중·장기 디지털 전략도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원격 근무가 늘어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되, 중기로는 기본 서비스를 100%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모든 일반 금융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게 좋은 예다. 장기로는 소비자 선호도와 행동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천세희 더자람컴퍼니 대표는 스타트업도 CX를 고려해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 시점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시할 수 있는지가 CXM(CX 관리)의 핵심”이라고 했다.

김주완/선한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