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재 한미약품 최고의학책임자. 듀얼아고니스트는 비만 치료제 ‘삭센다’의 주성분인 GLP-1과 글루카곤을 모사한 이중작용제다. / 한미약품 제공

백승재 한미약품 최고의학책임자. 듀얼아고니스트는 비만 치료제 ‘삭센다’의 주성분인 GLP-1과 글루카곤을 모사한 이중작용제다. / 한미약품 제공

지난해 한미약품이 MSD로 기술 수출한 ‘듀얼아고니스트(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과거 한 차례 부침을 겪은 파이프라인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2015년 얀센이 비만 및 당뇨치료제로 도입했다 2018년 한미약품에 다시 반환했다. 반환 사유는 효능 부족.

하지만 후보물질의 체중 감소 효과는 탁월했다. 임상 2상에 참여한 피험자들에게서 두 자릿수 이상의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하지만 당뇨 개선 효과는 목표했던 기준에 미달했고 이것이 발목을 잡았다.

MSD는 달랐다. 임상에 입증된 듀얼아고니스트의 체중 감소 효과에 주목했다. 체중 감량은 NASH 환자들에게 권고되는 처방 중 하나다. 체중을 감량하는 것만으로도 지방간의 진행을 상당 부분 막거나 상태를 진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백승재 한미약품 최고의학책임자(CMO·상무)는 “간에 있는 지방을 30% 이상 감소시킬 경우엔 섬유화가 개선된다는 결과가 있어 많은 제약사들이 GLP-1 등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호르몬으로 NASH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MSD가 주목한 듀얼아고니스트
듀얼아고니스트는 비만 치료제 ‘삭센다’의 주성분인 GLP-1과 글루카곤을 모사한 이중작용제다. GLP-1, 글루카곤 호르몬과 유사한 단백질 구조로, 체내 GLP-1과 글루카곤 호르몬과 결합해야 하는 수용체에 달라붙어 관련 대사를 작동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GLP-1은 흔히 ‘살 빠지는 호르몬’으로도 부르는 장 호르몬의 일종이다. 뇌에 포만감을 느끼게 해 장의 운동을 저하시켜 음식물이 천천히 소화되게끔 하는 효과가 있다. 또 위장에 음식물이 오래 머물다 보니 공복감이 천천히 오게 된다. 본래 식사를 하고 나면 몸에서 분비됐다 수분 내로 사라져야 하는 호르몬이다.

하지만 듀얼아고니스트는 GLP-1이 본래 붙어야 하는 수용체와 결합해 GLP-1이 장시간 붙어 있는 것처럼 작동해 살이 빠지도록 유도한다.

한미약품은 이 후보물질이 GLP-1 수용체뿐 아니라 글루카곤 수용체에도 결합하도록 했다. 글루카곤은 인슐린과 반대 작용을 하는 호르몬으로 평소엔 이자의 알파세포에서 분비된다. 글루카곤은 우리 몸의 지방을 에너지로 바꿔주는 일을 한다. 즉 글루카곤이 간에 쌓인 지방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백 상무는 “체중 감량을 통해 섬유화 진행만 막아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는 게 가능하다”며 “MSD와 함께 임상에서 우리 약이 실제로 간에 있는 지방을 얼마만큼 감소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듀얼아고니스트는 하나의 단백질임에도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모두 결합하는 성질을 가졌다. 백 상무는 “하나의 물질이 GLP-1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어느 정도 친밀도를 갖고 결합하는지가 핵심이며 ‘비밀 레시피’”라며 “한미약품은 2010년 물질 탐색부터 시작해 11년간 주 1회 피하 주사제로 개발하면서 독자적인 작용 기전 및 기술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3중 작용제 ‘트리플아고니스트’, 미국·유럽서 임상 2b상 중
[Cover Story - COMPANY] 체중감량 기전으로 NASH 사냥 나선 한미약품


트리플아고니스트(3중 작용제)는 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또 다른 NASH 치료 후보물질이다. 지난해 8월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다.

트리플아고니스트는 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 외에도 GIP 수용체에 결합하도록 만든 바이오 의약품이다. GIP는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분비자극 펩타이드로 GLP-1처럼 위 운동을 억제해 식욕을 떨어뜨리는 기능이 있다.

백 상무는 “여러 전임상 모델에서 GIP 수용체 작용제 특성을 추가한 트리플아고니스트의 섬유화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며 “지방간 개선에 중점을 둔 듀얼아고니스트에 비해 섬유화 개선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라는 것이 한미약품 측의 설명이다. 먼저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의 NASH 후보물질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삭센다의 주성분인 GLP-1 호르몬을 서방형 제제로 개선한 파이프라인이다.

백 상무는 “듀얼아고니스트·트리플아고니스트의 핵심 기전인 GLP-1을 표적으로 하는 후보물질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라는 건 안전성 면에서 입증이 됐다는 뜻”이라면서도 “임상 2상 결과에서 섬유화 개선이 나타나지 않아 (섬유화 개선 기능이 있는) 우리 파이프 라인이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GLP-1과 GIP 각각의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중 작용제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개발해 제2형 당뇨병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적응증을 NASH로 확장하고 있다. 일라이릴리가 밝힌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터제파타이드 15㎎을 사용했을 때 체중 85.9㎏ 환자의 경우 9.5㎏의 체중감량이 이뤄졌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GLP-1에 GIP를 더한 이중 작용제 개발에 나선 것을 볼 때 한미약품의 개발 방향이 틀리지 않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임상 2b상 결과에 따라 공동개발 또는 기술수출 대상을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분석>

대규모 기술이전 기대 by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
현재 미국에서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는 LAPS-트리플아고니스트의 경우, 지방간 환자들의 간세포에서 지방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NASH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니즈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규모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있다.
[Cover Story - COMPANY] 체중감량 기전으로 NASH 사냥 나선 한미약품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