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구축 의무 완화' 정치권 요구에 정부도 "검토 가능"
"사업성·기술한계 탓 불가피" vs "기업 봐주기 위한 말 바꾸기"

최대 20Gbps의 속도로 '진짜 5G'로 불리는 28㎓ 주파수 대역 5G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접할 기회는 결국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잇따라 28㎓ 서비스에 대한 통신사의 투자 의무를 완화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책 변화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지나친 '기업 봐주기', '말 바꾸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0배 빠른 '진짜 5G' 물건너가나…정부 28㎓정책변경 기정사실화
◇ "28㎓ 공동 구축도 이행사항으로 반영 방안 검토"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8㎓ 서비스에 대해 "서비스 모델이 확실하지 않고 기술과 장비 성숙도도 높지 않다"고 말했다.

임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28㎓ 기지국 구축 의무와 관련해 "공동 구축을 이행사항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한 대안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은 "정부가 28㎓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고 해서 그 약속 때문에 억지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 투자를 계속하라고 하는 게 과연 맞나"(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 "올라간 비용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정책이 잘못됐으면 수정해야 한다"(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 등 청문회에서 제기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해부터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28㎓ 전국망 포기와 기업간거래(B2B) 용도로의 구축 방침을 밝힌 것과 맞물려 정부가 관련 이행 의무의 완화 방침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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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서비스, 국내외서 수익성·사업모델 한계 지적
28㎓ 서비스는 최대 20Gbps의 속도를 지원하지만, 도달 거리가 짧은 고주파 대역 특성상 다른 서비스보다 기지국 설치를 훨씬 촘촘하게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국망 설치 비용이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상용화 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도 28㎓ 대역으로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버라이즌이 최근 3.7~4.2㎓ 중대역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무려 51조여원을 투입하면서 28㎓ 서비스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NTT도코모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통신사들도 B2B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으나 기술적 한계가 지적되는 28㎓ 서비스를 선뜻 도입할 기업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28㎓ 기지국을 공동 구축하려는 시도 역시 일반 이동통신과 달리 수주 경쟁이 불가피한 기업용 서비스의 특성상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출시된 5G 스마트폰 중 28㎓ 서비스를 지원하는 단말기도 아직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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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 신뢰 저하 우려에 기업 봐주기 논란도
그러나 정부와 통신사가 애초에 약속한 바를 포기하고 정책을 뒤집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앞서 정부는 5G 주파수 할당 당시 이통사에 대해 2021년까지 각 1만5천개의 28㎓ 무선국을 의무적으로 구축하도록 한 바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이통 3사의 28㎓ 무선국은 불과 100개도 안 되는 상황으로, 내년 이행 점검 결과에 따라 의무를 미이행한 것으로 파악되면 전파법에 따라 주파수 할당 취소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통신업계가 난색을 보이고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 없이 의무사항을 완화해줄 경우 정부의 정책 신뢰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전체 5G 서비스도 품질 불만과 고가 요금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지나친 '기업 봐주기' 아니냐는 소비자 불만도 우려된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통신 3사가 이렇다 할 시설 투자나 눈에 띄는 의무 이행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입장을 급선회했다"며 "'진짜 5G'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구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통신사 등은 올해 3월 '28㎓ 5G 이동통신 구축 활성화 전담반(TF)'을 발족하고, 서비스 모델 창출과 생태계 조성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