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먹는 인슐린 신약 2000억 투자 받아... 코로나 백신 1상 임상·CEPI 지원 신청"
삼천당제약이 먹는 인슐린 신약의 임상 1상을 앞두고 약 2000억 원의 임상 비용 전액을 해외 제약사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 신약 개발 후 치료제 공급과 매출의 일부를 삼천당제약이 가져가는 계약으로 일반 기술수출보다 더 좋은 조건의 딜(거래)이 성사됐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들과 먹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콘소시엄을 구성, 이달 중 전염병대응혁신연합(CEPI)에 임상비용 지원을 신청할 계획이다.

정맥→피하→경구형으로 진화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3일 기자와 만나 “중국의 인슐린 판매 1위 제약사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먹는 인슐린 임상 1상을 하반기 시작할 계획”이라며 “1000억 원의 중국 내 임상 비용은 해당 제약사가 모두 투자키로 했다”고 말했다.

삼천당제약은 일반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에스패스(S-PASS) 기술을 JV에 이전하고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과 매출의 20%를 받는다. 미국 역시 1000억 원의 임상 비용은 파트너사가 대고 제품 공급과 매출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내용의 계약을 조만간 체결한다.

삼천당제약은 바이오의약품을 먹는 약으로 바꾸는 에스패스(S-PASS) 기술을 갖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보통 정맥 주사제로 만들어진다. 정맥 주사를 개량하면 허벅지·배 등 피부에 맞는 피하주사제가 된다. 한국의 알테오젠이 관련한 기술수출을 여러 건 했는데, 이를 경구용으로 만드는 건 더욱 어렵다. 약물을 필요한 부분에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천당제약의 먹는 인슐린은 위나 십이지장 등 위장관 상부에서부터 흡수가 시작되지만 분해 효소에 의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약물을 캡슐처럼 감싸 이를 직접 간 문맥으로 전달한다. 전 대표는 “인슐린은 간에서 직접 작용하고 20% 이하의 저농도 인슐린만 전신 순환으로 온 몸에 전달된다”며 “췌장에서 자연 발생하는 인슐린과 같은 작용 기전이어서 부작용이 적다”고 말했다.

경쟁사 중에선 이스라엘 오라메드가 임상 3상으로 가장 앞서있다. 다만 삼천당제약 제품은 인슐린 원료가 오라메드 제품보다 6분의 1 수준이어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데다 제산제(위산 적용 억제제)를 넣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고 설명한다.

전 대표는 “2000억원 정도의 임상 비용을 전액 지원받는 과정에서 에스패스의 기술력을 철저히 검증받았다”며 “2형 당뇨와 비만 치료제인 먹는 리라글루타이드의 임상 및 계약도 같은 회사와 비슷한 조건으로 체결이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먹는 코로나 백신은 3000억 투자 받아
먹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천당제약은 하반기 1상 임상에 돌입한다. 이미 한 글로벌 백신 개발 회사에 원료를 공급받아 경구용 변환과 전임상에 성공했다. 삼천당제약은 전임상에서 주사제와 동일한 원료를 넣어도 경구용 백신에서 비슷한 수치의 면역 반응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1~1년 반 정도면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며 “확진자가 많은 인도 등에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다. 삼천당제약은 원료 공급사와 글로벌 제약사 등으로부터 약 3000억 원의 임상 비용을 지원받기로 했다. 판매 독점권을 보장해주는 대가다. 먹는 인슐린과 백신에서 5000억원 정도를 투자받는 셈이다. 또 28일 마감되는 CEPI의 백신 개발 지원 사업에 콘소시엄을 구성해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은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삼천당제약은 일본 다케다그룹 계열사인 센주제약과 독점판매권 및 공급계약을 4220만달러(약 470억원)에 체결한 바 있다.

유럽과 미국 판권 이전도 마무리 단계다. 그는 “유럽 시장은 우리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파트너사의 내부 사정으로 계약이 지연되고 있다”며 “계약 체결을 여전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점안제 등의 제네릭 24종도 해외 시장에서 올해부터 매출이 나온다. 내년 해외 시장에서만 매출 1878억 원에 영업이익 1365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