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과 호주공군이 개발한 무인 전투기 로열윙맨이 2월말 첫 비행을 하고 있다. 호주 국방부홈페이지
보잉과 호주공군이 개발한 무인 전투기 로열윙맨이 2월말 첫 비행을 하고 있다. 호주 국방부홈페이지
지난 2월 미국 보잉사와 호주 공군은 공동 개발한 무인전투기 로열 윙맨의 활주로 고속 주행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로열 윙맨은 조종사가 직접 통제하지 않는 인공지능(AI) 무인전투기입니다. 항속거리가 3700km나 되는 전투기입니다. 물론 보잉은 이 AI 전투기를 더욱 더 확장해 AI 민간 항공기로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른바 자율비행 시대의 개막입니다. 보잉의 미래는 결국 AI에 의한 자동화에 달려있다고 본 것입니다.

자율 항공기에 앞선 자율전투기 비행 성공

보잉이 AI에 관심을 기울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보잉은 이미 1990년대부터 자동항법장치를 운영해왔습니다. 일종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잉은 지난 2018~2019년 신형항공기 737 맥스(MAX)8의 연이은 추락을 겪었습니다. 첫 번째 사고는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의 라이언 에어에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탑승객 189명 전원이 사망했습니다. 첫 번째 사고 후 130여 일 만인 2019년 3월 10일 에티오피아에서 두 번째 추락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두 번째 사고 역시 탑승객 157명이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게 737 맥스에 새롭게 탑재된 MCAS(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의 오작동이었습니다. MCAS는 기체 엔진을 보완해 기체의 안전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였습니다. AI의 하나였습니다. 이 사고가 일어나면서 미국 언론계는 들끓었습니다. AI의 실패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AI의 안전과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주가도 급락했습니다. 보잉도 잘못을 인정하고 소프트웨어를 곧바로 보완했으며 AI 개발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뒤 지난해 11월 미연방항공청(FAA)은 737맥스의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해 운항과 판매 개시를 허가했습니다. 이미 항공회사인 사우스웨스트 등에선 737맥스를 이용한 항공기의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보잉 주가 추이
보잉 주가 추이
보잉이 다시 AI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사고났을 때 정리하려던 AI 연구팀들도 다시 가동하고 있습니다. 보잉이 자랑하는 건 매일 쌓이는 엄청난 데이터입니다. 현재 개발되는 항공기들은 비행기 머리에서 꼬리까지 비행기 상태를 추적하는 센서와 회로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수억 개의 데이터가 처리되면서 비행기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항공기가 언제 보수 유지가 필요한지도 모니터링합니다. 이런 역량 축적을 통해 이전에 추진하던 무인 항공기에 다시 힘을 쏟고 있습니다.
보잉이 생각하는 무인기는 무인 여객기보다 무인 화물기입니다. 무인 여객기가 보편화되는 것보다 무인 화물기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보잉은 화물기 시장이 향후 20년 동안 60%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39년까지 2430대의 화물기가 새로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중 930대가 대형비행기이고 제트기가 1500대 정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인 화물기에 관심… 도심형 자율비행기도 개발

이들 화물기를 조종하려면 충분한 조종사 인력이 필요합니다. 공항도 많이 세워야 하고 공항 인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조종사 인력이 충분한 건 아닙니다. 무인 화물기가 활용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보잉은 이미 최대 500파운드(226.80kg)를 운송하도록 설계된 무인 전기 화물기 운항을 테스트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무인 화물기 전용 공항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곳에는 무인관제탑으로 비행기들이 오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X 윙 등 스타트업들이 자율항공 화물기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도시에서 날 수 있는 수직이륙용 무인비행기도 보잉의 새로운 영역입니다. 보잉이 인수한 오로라플라이트사이언스는 우버와 협력해 플라잉 택시 노선망 구축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조종사가 비행 중에 사고를 일으키면 가장 가까운 공항과 지형 날씨 및 항공 교통 관제 기능이 있는 무선 통신을 고려해 안전한 착륙을 위해 항공기를 자동으로 가져오는 패닉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오토랜딩 시스템도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AI와 함께 자동항공 시대가 바짝 앞에 다가왔습니다. 21세기의 항공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짜일 것 같습니다.
오춘호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