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허버·오조오억' 등 표현 남혐 여부 논란

"독자들이 불편해한다면 그걸 바꾸는 게 작가가 할 일입니다"(남성 커뮤니티 이용자 '결***')
"여초(女超)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는 용어라서 남혐(남성혐오)이라고 단정하는 게 말이 되나요?"(여성 커뮤니티 이용자 'n*******')
최근 한 유명 웹툰에 '허버허버'란 표현이 등장한 것을 두고 남녀 누리꾼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SNS세상] "남혐단죄 댓글운동"vs"응원댓글 총공격"…신조어 놓고 젠더갈등
◇ '허버허버·오조오억' 표현에 남녀 커뮤니티 댓글 총공
이 웹툰에 사용된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주로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단어라고 주장하는 글이 지난달 말 한 남초(男超) 커뮤니티에 올라오며 공방이 시작됐다.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허버허버'가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한국 남성을 폄하해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허버허버'는 국어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단어이지만 한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가 남자 친구의 음식 먹는 모습을 보고 '메기마냥 급하게 허버허버 먹는다'라고 표현한 이후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남성 비하 표현으로 인식되고 있다.

'허버허버'란 표현에 발끈한 남성 누리꾼들은 웹툰에 낮은 평점을 주는 '별점 테러'와 작가를 비난하는 댓글을 쏟아내는 '댓글 총공(총공격)'을 벌였다.

이 때문에 해당 작품 최신화 댓글 창에는 20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이들은 웹툰 내용과 무관하게 작가와 여성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의 댓글을 도배했다.

"별점 1점 '허버허버' 드려야지"(아이디 'b******')나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다"(아이디 'z*******')와 같은 댓글이 다수 발견됐다.

이에 대해 여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허버허버'가 급하거나 빠르게 행동하는 걸 의미하는 신조어로, 남녀 구분없이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여성 누리꾼들은 댓글 공격에 나선 남성 누리꾼들에 맞서 정해진 시간대에 웹툰 작가를 응원하는 댓글을 다는 단체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여성들은 "작가님은 잘못하신 게 없으니 힘들어하지 마세요"(아이디 'w******'), "재밌게 보고 있으니 이상한 댓글 신경 쓰지 마세요"(아이디 "z*****")와 같이 작가를 응원하는 댓글을 남겼다.

[SNS세상] "남혐단죄 댓글운동"vs"응원댓글 총공격"…신조어 놓고 젠더갈등
남녀 갈등이 심화하자 웹툰 작가는 지난 23일 작품 말미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혐오와 편견을 떨치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해당 표현이) 다른 의미가 떠오를 수 있음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사과한 뒤 표현을 수정했다.

앞서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발생했다.

한 유튜버는 지난해 7월 올린 영상 자막 중 '오조오억'이라는 단어가 재조명돼 남성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았다.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오조오억'이 남성의 정자 수를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이 유튜버 역시 영상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렸다.

생활용품 판매점 A사도 상품 포장에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가 남성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았다.

그러자 여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해당 표현이 온라인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표현)의 일종으로 큰 숫자를 의미할 뿐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SNS세상] "남혐단죄 댓글운동"vs"응원댓글 총공격"…신조어 놓고 젠더갈등
A사는 22일 고객 문의 답변에서 상품 판매를 즉시 중단했고 문구 내용을 수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 남녀갈등 과열 양상…"미러링 통한 소모적 갈등 멈춰야"
전문가들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역차별 반대 집회 등에서 드러난 남녀 간 갈등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남녀 갈등이 심화하며 서로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온라인 콘텐츠까지 옮겨간 것"이라며 "SNS 이용이 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내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녀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의견 공유의 장이나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인터넷 신조어를 남성 또는 여성 혐오 표현이라고 단정한 채 신조어 사용자를 집단 공격하는 행위를 자제하는 등 누리꾼의 성숙한 대응도 요구되고 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남녀가 감정에 휩쓸리지 않은 채 서로 생각을 들어볼 기회가 부족했다고 본다"며 "상대방 입장을 이성적으로 들어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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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