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올해 지난해·올해 1분기 실적 역대급
대만 정부, 모리스 창 TSMC 창업주 전폭 지원
TSMC 로고 [사진=AFP 연합뉴스]

TSMC 로고 [사진=AFP 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300억달러(약 33조5000억원)로 늘려 잡았다. 올해 1월 내놓은 최대 280억달러 계획보다 20억달러 상향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투자를 더 강화해 '업계 최강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TSMC 올해 투자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1분기 기업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운영 전망과 함께 설비투자를 역대 최대인 300억 달러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반도체 전체 산업이 12%, 파운드리도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TSMC의 자동차 고객사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도 3분기에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웨이저자 CEO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올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호황) 도래에 따른 5G와 고성능 컴퓨팅(HPC) 및 특수 제조 공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서다. 여기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디지털화 가속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용자 수요에 맞추기 위한 셈법도 깔렸다.

TSMC의 투자가 계획대로 집행되면 이는 지난해 172억달러(약 18조9000억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 된다. 현재 TSMC는 애플, AMD, 퀄컴, 미디어텍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주문량이 넘쳐 생산라인을 풀가동해도 고객사가 원하는 물량을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TSMC의 '화끈한' 투자는 예상을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에서 비롯된 자신감의 발로다. TSMC는 2020년 연간 매출액 1조3393억대만달러(약 52조5540억원), 순이익 5178억9000만대만달러(약 20조2960억원)를 기록했다고 지난 15일 공시했다. 전년(2019년) 대비 각각 25.2%, 70% 폭증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상당하다.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3624억1000만 대만달러(약 14조3000억원)로 전년 동기(3105억97백만 대만달러) 대비 16.7%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1% 늘어난 1505억3800만 대만달러(약 5조9000억원), 순이익은 19.4% 늘어난 1396억9000만 대만달러라고 덧붙였다.

TSMC가 미국과의 관계 때문에 중국 고객사를 포기하고도 올린 '역대급' 기록이란 게 포인트다.
투자에 집착한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모리스 창 TSMC 창업주
모리스 창 전 TSMC 회장 [사진=EPA 연합뉴스]

모리스 창 전 TSMC 회장 [사진=EPA 연합뉴스]

파운드리 시장에서 주도자 역할을 하는 TSMC가 설비 확충에 돈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투자를 기업의 생존 목표로 설정한 창업주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TSMC를 세계 최고 파운드리 회사로 만든 '대만 반도체의 아버지' 모리스 창 창업주는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서 20년간 근무하며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이후 제너럴인스투르먼트(GI)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긴 창 전 회장은 반도체를 본격 육성하고자 연구개발(R&D) 투자비를 대폭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주주들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고, 때마침 대만 정부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창 전 회장이 1987년 TSMC를 설립한 배경이다.

그는 TSMC 창업 이후 GI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매번 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TSMC는 2009년부터 매년 약 100억달러를 들여 첨단 시설을 지었고 R&D 비중도 매출의 8%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R&D 투자에 '집착'이라 할 정도로 매진했던 창 전 회장은 2018년 87세 나이로 모든 직책에서 내려왔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잡스가 떠난 애플'에 비유했다. 창 전 회장은 TSMC를 떠났지만 회사는 대규모 투자를 지속했고 지금도 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만들어달라고 미국·일본도 줄 서

TSMC의 저력은 미국과 일본의 태도에서 엿볼 수 있다.

최근 TSMC는 일본 최대 반도체 회사 르네사스를 위한 증산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화재 피해로 르네사스 공장이 멈추자 일본 경제산업성까지 나서 TSMC에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달라고 읍소했다. 2012년부터 비용 절감 차원에서 TSMC에 반도체 일부를 위탁 생산하던 르네사스는 지난해 가을부터는 자체 생산을 해왔다. 그러나 화재로 공장가동이 멈추자 TSMC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TSMC는 납품 기일을 앞당겨 일찍 출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를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라고 규정한 미국 역시 자국 내 투자를 적극 요청했고 TSMC도 화답했다. 지난 11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공장에 파견할 인력 1000명을 선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빈과일보는 "TSMC는 파견 인력에 기존 연봉의 2배, 주택·차량 제공이라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TSMC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 2곳을 짓겠다"고 발표한 뒤 피닉스시 북부에 대규모 부지를 매입했다. 현재 TSMC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조에 따라 중국 기업과 거래를 끊는 등 미국 내 사업 확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8월26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2020 세계 반도체 컨퍼런스'에서 모습을 드러낸 TSMC 웨이퍼 칩 [사진=AFP 연합뉴스]

지난해 8월26일 중국 동부 장쑤성 난징에서 열린 '2020 세계 반도체 컨퍼런스'에서 모습을 드러낸 TSMC 웨이퍼 칩 [사진=AFP 연합뉴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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