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연구원이 증강현실을 통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디즈니연구원이 증강현실을 통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는 최악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극장과 테마파크라는 두 개의 주요 수입원이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9% 떨어졌으며 올해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22%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보다 무려 두 배나 올랐으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보다 30% 이상 상승했습니다. 매출액은 떨어졌지만, 디즈니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자들이 몰려든 겁니다. 디즈니가 만든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급성장이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원래 2024년말까지 유료이용자를 90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올해 3월 디즈니플러스 유료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밥 아이거 전 CEO는 디즈니플러스가 '디즈니의 미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의 현재입니다.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문화의 일부가 되는 데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개월 만에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습니다. 디즈니는 2023년에 설립 100년을 맞습니다. AI가 100년 만에 디즈니를 다시 창조하고 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가족 공유 시청기간도 데이터화

디즈니 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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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의 성공은 물론 코로나 덕입니다. 사람들이 영화관을 가지 못하니까 동영상을 집에서 시청했습니다. 하지만 AI 파워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디즈니플러스 시청자들의 데이터를 아주 꼼꼼하게 분석했습니다. 시청시간은 물론 시청한 프로그램과 시청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모두 데이터로 기록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다른 사람들의 시청시간과 비교했습니다. 자신의 시청기록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의 선호도도 중요한 데이터로 간주한 겁니다. 가족끼리 같이 보는지를 예측하는 데이터 등도 만들어 개인 데이터와 차별화했습니다. 하지만 방향성은 역시 개인화 작업이었습니다. AI의 개인 데이터화가 결국 1억 명의 시청자들을 만들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 구독자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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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디즈니의 AI는 영화 제작과 함께 커왔습니다. 디즈니는 스토리 제작부터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왔습니다. 수년 동안 회사는 스토리텔링을 개선하기 위해 AI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습니다. 디즈니는 마이크로소프트, 워싱턴대와 함께 이야기 구조를 추적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문자를 짜는 플롯머신 AI를 개발했습니다. 모든 스토리는 근본적으로 비슷한 알고리즘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를 이용해 플롯머신AI를 만든 겁니다.

관객반응 데이터화와 스토리 제작에 AI 활용


영화 관람객의 반응도 파악했습니다. 디즈니 연구팀은 신경망 기술을 이용해 관객들의 표정과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영화에 대한 관객의 선호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솔루션으로 <빅히어로 6(Big Hero 6)>, <정글북(The Jungle Book)>, <스타워즈: 깨어난포스(Star Wars: The Force Awakens)> 등 총 9편의 영화를 150회나 상영한 다음 야간 투시 적외선 카메라로 관객들의 표정 변화를 모니터링했습니다. 관객들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면 영화에 공감하고 몰입하는 지수가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관객 반응 데이터를 반영해 새 영화 기획이나 마케팅 메시지 개발 등에 활용합니다.
그렇다고 스토리 작가나 영화제작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건 아닙니다. 이들의 일손을 많이 덜어주게 된 겁니다. 물론 일부에선 이런 알고리즘은 과거의 데이터만 학습해 미래의 문화적 환경이나 취향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고객들의 공감과 사회적 관심이 중요한 영화 비즈니스에선 매우 도전적 과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테마파크, 이동 데이터 이용해 관람객 분산


디즈니가 힘쓰는 또 다른 분야는 테마파크 AI입니다. 4월말이면 플로리다 올랜도의 디즈니 테마파크가 다시 문을 엽니다. 미국이 백신의 빠른 보급으로 코로나 확진자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테마파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테마파크는 전통적으로 디즈니가 빅데이터를 무기로 AI 화에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디즈니는 8년 전인 2013년에 벌써 손목에 착용하는 매직밴드를 올랜도 테마파크에 도입했습니다. 이 밴드가 있으면 관람객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본부에 데이터로 쌓입니다.관람객들의 아침 기상시간과 식사 장소, 어트랙션에 대기하는 시간은 물론 심지어 화장실 사용 빈도까지 모두 파악됩니다. 이를 통해 디즈니는 고객들을 분산하는 등 실시간 대응을 합니다.소비하는 장소도 파악해 그 곳을 중점 관리합니다. 일부 지역에서 관람객이 집중되면 한적한 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디즈니캐릭터의 즉석 퍼레이드를 열기도 합니다. 또한 관람객이 계획을 세우면 이를 토대로 원하는 곳을 빼놓지 않고 체험하도록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계획표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조시 다모 회장은 이번 재개장에서 또 다른 AI 경험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먹고 싶은 장소를 찾는데 시간을 줄이고 테마파크에서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한다는 겁니다. 디즈니의 새로운 실험이 기대됩니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