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라면 약의 상표나 디자인 등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이 깊을 것이다. 약의 물질과는 별개로 상표권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상표로 인해 분쟁이 일어난 사례를 알아보고, 상표와 특허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짚어봤다.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은 특허 외에도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 등이 포함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제약업계에서 주로 분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특허이지만, 상표에 대해서도 문제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상표의 기본적인 내용을 알아둔다면, 지식재산권을 더욱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현 변리사의 특허법률백서] 상표에 대한 이해
상표의 분쟁 사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상표권에 대해 얀센은 오리지널 ‘레미케이드’ 상표와 혼동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2013년에 무효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 사건은 2014년 대법원까지 올라갔으나 ‘램시마’와 ‘레미케이드’는 함께 공존하여 사용되더라도 수요자 간 혼동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었으며, 이에 따라 ‘램시마’ 상표권은 그 등록이 유효한 것으로 확정되었다.

이와 같이 다국적 제약사가 상표권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바이오시밀러나 제네릭이 출시될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늦추려는 의도가 있다. 상표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승소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분쟁의 당사자는 그 자체만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으며 만일 패소하게 되면 브랜드를 변경해야 하므로 마케팅에 있어서도 타격이 크다.

따라서 상표권은 타인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독점권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상표권 행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상표의 기본 개념
면역항암제 중에서 펨브롤리주맙은 키트루다라는 상표명으로 시판되고 있고, 니볼루맙은 옵디보라는 상표명으로 시판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표명의 오른쪽 상단에 Ⓡ이 붙은 형태와 TM이 붙은 형태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은 특허청에 상표권을 등록한 자만 사용할 수 있는 표시이므로, 상표를 출원하였으나 아직 등록받기 전이라면 Ⓡ을 사용하는 것은 허위표시에 해당한다.

Ⓡ은 해당 상표가 특허청에 등록받은 것임을 나타냄으로써,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는 침해에 해당하므로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TM은 ‘TradeMark’를 나타내는 표시로서, 해당 상표가 누군가의 출처를 표시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나타내려는 목적에서 사용된다.

특허청에서 상표가 심사 중이거나, 또는 상표를 출원하지 않은 자도 TM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특허청에 상표권을 등록한 자가 Ⓡ을 사용하지 않고 TM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선택사항이며 미관상 Ⓡ을 대신하여 TM을 사용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상표권은 상표를 등록받은 날로부터 10년 동안 존속된다. 미국, 필리핀 등과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10년의 상표권 존속기간 동안 사용증거를 제출해야만 상표권이 유지된다. 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사용증거를 제출하지 않아도 상표권이 유지되는데,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허는 존속기간 동안 유지비용으로서 연차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상표권은 10년 동안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상표권은 10년마다 갱신할 수 있으므로 반영구적인 권리라고 이해할 수 있다.

특허와 상표의 차이점
특허와 상표는 유사한 점도 있지만 다른 점이 더 많다. 여기에서는 지면 관계상 알아두면 유용한 차이점을 위주로 기술한다.

차이점 1
특허권은 청구항에서 발생하는 권리범위에 속해야만 침해가 되지만, 상표권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에 대해서도 권리범위가 미친다. 양 상표를 객관적·전체적·이격적으로 관찰하되 요부(要部)를 분리하여 비교해 외관, 칭호, 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면 유사상표로 본다. 양 상표의 유사 판단 시 비슷한 케이스의 판례를 참조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장 및 시대의 변화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므로 전문가에게 문의하는 것이 좋다.

차이점 2
특허는 논문 등에 의해 발명이 공개되면 원칙적으로 선행기술에 의해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문제되어 등록을 받기 어렵다. 반면, 상표권의 경우에는 해당 상표를 먼저 사용하는 타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먼저 출원하는 자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①먼저 사용되고 있는 상표가 주지성 또는 저명성을 획득한 경우 ②동업ㆍ고용 등 계약관계와 같은 특수 관계인이 타인이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상표 출원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먼저 출원한 상표가 등록되었더라도 무효 사유가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입증과 같이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므로 보호받고자 하는 상표가 있다면 빨리 출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차이점 3
상표권을 등록받은 후 해당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허청이 직권으로 상표권을 소멸시킬 수는 없다. 다만, 해당 상표를 사용하려는 타인이 있다면 상표 선택의 자유를 보다 넓게 보장해준다는 취지에서, 그 타인은 불사용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특허는 등록된 후 사용하지 않더라도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과는 상이하다. 이러한 상표 불사용취소심판 제도는 대부분의 국가에 존재하며, 이 경우 상표권자가 3년 동안 해당 상표를 한 번이라도 사용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그 상표권은 취소된다.

국가별 상표권 확보 전략 계획 필요
중국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출원된 상표의 개수는 약 780만 건으로서, 월 평균 65만 건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기록을 보여준다.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들은 모두 중국에 상표출원되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며, 상표 브로커에 의한 상표 무단선점 피해도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특허권과 마찬가지로 상표권도 지식재산의 하나로서 그 중요성을 인지하여야 하며, 향후 제품 판매 또는 서비스업 제공 계획이 있는 국가, 또는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의 시장성을 고려하여 라이선싱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상표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국가별로 상이하지만 상표출원을 한 후 등록까지 일반적으로 약 1년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리 상표 포트폴리오도 구축하는 것을 권장한다.
<저자 소개>

[김정현 변리사의 특허법률백서] 상표에 대한 이해
김정현

고려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2007년부터 제약·바이오·화장품·건강기능식품 분야 전문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특허법인 코리아나, 특허법인 오리진, 미리어드IP를 거쳐 현재 특허법인 아이피센트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