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빠른 '지르텍' 국내 시장 30% 차지
중국에서 건너온 황사와 미세먼지, 거기에 꽃가루까지 가세한 봄이 왔습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달고 사는 분들에겐 달갑지 않은 계절이지요. 병원이나 약국을 찾아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분도 늘었습니다.

봄철만 되면 종종 콧물이 나고 눈이 붓는 까닭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히스타민’이란 면역물질 때문입니다. 알레르기의 주범이란 오명을 쓰고 있긴 하지만 히스타민은 본래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 외래 물질이 우리 몸에 침입하면 분비된 히스타민은 주위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이렇게 확장된 혈관을 따라 혈류량이 늘어나면 여기에 몰려든 백혈구가 세균 같은 침입자를 해치우는 식입니다. 그런데 몸에 유입된 물질이 해로운 것이 아님에도 우리 몸이 히스타민을 과다 분비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알레르기 증상입니다.

알레르기 약으로는 히스타민의 활동을 저해하는 항히스타민제가 주로 쓰입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UCB제약의 ‘지르텍’입니다. 유한양행이 수입해 유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항히스타민제 판매액은 236억원이었는데 지르텍 비중이 30%(70억원)였습니다.

지르텍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인 세티리진을 주성분으로 하는 알레르기 약입니다. 1993년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1세대에 비해 졸음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현저히 적습니다. 1세대를 밀어내고 손쉽게 세대 교체를 이룬 배경입니다. 약효를 내는 분자의 덩치를 키워 뇌혈관장벽을 넘어 뇌로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한 덕분이죠. 그렇다고 아예 졸립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르텍은 2·3세대 항히스타민제 중에서 졸림 유발 부작용이 많은 약으로 꼽힙니다. 지르텍에 밀려난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페니라민’(유한양행) 등은 알레르기 약 대신 코감기 약으로 역할을 바꿨습니다.

지르텍과 같은 2세대 약 중엔 바이엘코리아가 유통하는 ‘클라리틴’도 있습니다. 클라리틴은 2세대 항히스타민제인 로라타딘을 주성분으로 하는 오리지널 약입니다. 동화약품의 ‘플로라딘’도 이 계열 약입니다. 로라타딘은 지르텍보다 덜 졸립다는 게 장점입니다. 단점은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통상 더 길다는 겁니다. 가령 지르텍과 같은 세티리진 계열이 약효를 보는 데 15~30분이 걸린다면 로라타딘 계열은 1~2시간 정도가 필요합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항히스타민제 중에서 지르텍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덜 졸린 것보다는 알레르기를 좀 더 빠르게 완화시켜 주는 약을 선호하는 모양입니다.

졸림 부작용을 더 줄인 약도 있습니다. 3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성분으로 한 약으론 한독의 ‘알레그라’(사진)가 대표적입니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지르텍이나 플로라딘과 달리 알레그라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입니다. 3세대 항히스타민제의 장점은 이전 세대에 비해 졸음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적고 간에 주는 부담을 줄였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간이 좋지 않거나 장기적으로 알레르기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공통적으로 6세 미만의 소아에게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또 소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에 신장에 장애가 있으면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하는 게 좋습니다. 알레르기가 심한 어린이에게는 코에 뿌리는 고농도 식염수인 하이퍼토닉 스프레이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콧속에 분사하면 삼투압 작용으로 코 점막 수분이 자연스럽게 코 점막 밖으로 이동해 붓기와 코막힘이 해소됩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