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라이더스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사진=강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egkang@hankyung.com
배민라이더스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사진=강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egkang@hankyung.com
"배달 경쟁이 심한 데 '콜'을 매번 놓쳐서 어쩔 수 없이 LTE 모드로 씁니다. 언제쯤 제대로 된 5G를 쓸 수 있는 건가요."
지난 29일 서울 양천구에서 활동하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 A씨는 "실내에서 안터지는 경우가 있어 배달 기사들 사이에서는 5세대(5G) 쓰면 손해"라며 "지난해 5G 휴대폰으로 새로 바꿨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끊김 현상이 나타나 1년 넘게 LTE 우선 모드로 해놓고 쓰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5G 우선모드로 하니 자꾸 LTE와 5G 통신이 왔다갔다 하면서 배터리 소모가 크다"며 "모드가 전환되면서 놓치는 콜이 많아 마음 편하게 그냥 LTE 우선모드를 기본으로 해놓고 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내 5G 서비스는 2019년 4월 첫 상용화된 이후 서비스 개시가 만 2년이 가까워지고 있으나 여전히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약 1300만명. 국민 3명 중 1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5G가 보편화되고 있지만, 이통사들이 홍보한 만큼의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부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5G 고가 요금 내고 사실상 LTE만 쓰고 있어"

31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5G 일부 소비자들은 현재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집단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과 네이버카페 '5G 피해자모임'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단소송 의사를 밝힌 소비자는 약 1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5G 끊김현상, 빠른 배터리 소진,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 가능, 4G 대비 고가 요금제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집단소송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3000명에 가까운 5G 가입자들이 이통 3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에 참여했다. 김진욱 변호사는 "소송 참여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고가 5G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LTE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요금 부과가 과하다는 것"이라며 "지난 22일 집단소송 모집 이후 일주일 사이에 2000명이나 소송 참여자가 몰릴 정도로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5G 스마트폰은 5G 신호를 잡지 못하는 경우 자동으로 LTE로 전환이 되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될뿐더러 휴대폰 배터리 소모가 커 이용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배달업 종사자들은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배달 장소를 확인하고 콜을 잡는데, 통신 수신 불량으로 콜을 놓치거나 주소지 착오 등으로 재산상의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소송은 소비자 기만은 물론, 약관규제법에서 요구되는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된다"며 "가입시 5G 커버리지 현황 및 음영지역 발생 등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해 민법상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고 설명했다. LTE와 5G 요금제의 단순 금액 차이와 실제 LTE 대비 5G 가용률 등을 분석한 결과 한 달동안 인당 5만~7만원 수준 요금 차이가 발생하고, 2년 약정 기준 약 100만~150만원에 이르는 피해보상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변호사는 "현재까지 취합된 자료를 보면 (이통사의) 채무불이행 인정 요건들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한다"며 "이르면 5월말께 소장 접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비싼 요금제 쓰는데"…'먹통 5G'에 결국 소송전 돌입하나

"코로나 타격에도 5G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이통사들은 대외적인 악조건 속에서도 5G서비스 품질과 속도 개선에 그 어느 때보다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LTE와 다르게 5G 기지국 구축에는 안테나 2~3개가 더 들어가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인빌딩 작업이 힘들어지면서 기지국 구축이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G 품질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봤을때 절대 뒤처지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이통사의 주장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이통사들의 5G 평균 다운로드 전송속도는 상반기보다 33.91Mbps(메가비트) 빠른 690.47Mbps 수준으로 개선됐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은 속도, KT는 인빌딩 커버리지, LG유플러스는 옥외 커버리지에서 강세를 보였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도 한국 5G 전송속도는 세계 1위(평균 속도 354.4Mpbs) 수준으로, 2위인 아랍에미리트공화국(292.2Mps)보다 크게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5G 속도(690.47Mbps)는 당초 업계가 공언했던 20Gbps(기가비피에스)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단기간에 사그라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들은 2019년 5G 상용화 당시 기존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광고 했으나 실제 속도는 약 4.5배 빠른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전국망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초고속 주파수 대역인 28GHz 전파를 사용해야 하는데, 막대한 재원 투입이 필요해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타격 등으로 다소 더디긴 했지만 지난해 서울과 6대 광역시를 시작으로 5G 기지국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트래픽이 적은 도서 산간이나 농어촌 지역도 이통사간 공동 기지국 구축으로 커버리지를 빠르게 확대해 계획대로 2022년까지 끊김없는 5G 전국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