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냐 철수냐…스마트폰 고민 커지는 LG
지난 1월 ‘스마트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선언한 LG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개월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매각, 철수 등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직원들은 물론 투자자의 불만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개월 지났지만 여전히 “검토 중”

매각이냐 철수냐…스마트폰 고민 커지는 LG
24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전자 주주총회에서 배두용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경영 보고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스마트폰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 주요 안건에 스마트폰 사업 방향에 관한 내용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권봉석 LG전자 사장과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이연모 MC사업본부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LG전자는 지난 1월 권 사장 명의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모바일 사업과 관련,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바일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 라인업 재편과 생산기지 해외 이전,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비중 확대 등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누적 적자는 5조원에 이른다.

발표 초기에는 매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2개월 넘게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업계에선 이해관계가 맞는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의 빈그룹과 페이스북, 구글, 폭스바겐 등이 매각 대상자로 거론됐다. 빈그룹의 경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북미 영업조직만 따로 인수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들도 ‘통매각’보다는 일부 조직이나 지식재산권(IP)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매각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사업 존속보다는 철수가 유력하다. 권 사장은 내부 메시지를 통해 “MC사업본부의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다음달 초 이사회를 열고 방침을 확정한 뒤 3700명에 이르는 MC사업본부 인력을 재배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출시 일정 없지만 제품 개발은 계속

LG전자가 ‘장고’에 들어가면서 제품 출시는 모두 중단됐다. 작년 내놓은 ‘벨벳’의 후속작인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레인보우’(프로젝트명)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에서 선보여 주목받았던 롤러블 스마트폰 모두 출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중저가폰인 LG Q 시리즈의 후속작 소식도 사라졌다.

신제품 출시가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MC사업본부 직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내부 직원들에게 “현재 위치에서 하던 업무를 계속해달라”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전에 출시한 제품의 유지·보수 등 일상 업무는 기존처럼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 신제품 개발은 계속되고 있지만 출시 일정이 잡히지 않은 만큼 진행이 더디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MC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일부 부서나 팀의 경우 다른 사업부로 옮기는 것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더라도 통신기술 연구는 꾸준히 할 방침이다. 지난 23일 KAIST와 함께 6G(6세대 이동통신)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6G는 5G 대비 빠른 속도와 저지연, 고신뢰 통신이 가능하다. 사람과 사물, 공간이 모두 연결된 ‘만물 지능 인터넷(AIoE)’을 위한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6G 기술은 스마트폰이 아니더라도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며 “스마트폰 사업과 관계없이 6G 기술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김진원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