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硏, 체코 카렐대 손잡고
소행성 'TC4' 공동 연구 결과
'비주축 자전 운동' 모습 포착
'요프효과' 때문이란 걸 밝혀내

지구와 충돌 위험성 큰 소행성
미리 발견하고 정확한 궤도 예측
한국천문연구원 연구팀이 구현한 ‘2012 TC4’ 소행성의 3차원(3D) 모형.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연구팀이 구현한 ‘2012 TC4’ 소행성의 3차원(3D) 모형.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소행성 접근은 인간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소행성은 태양계 탄생 초기 물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열이나 압력으로 변화를 겪은 큰 행성과 달리 소행성은 질량이 작아 이 같은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태양계 역사를 자세하게 밝혀낼 ‘화석’과 같은 셈이다. 그러나 지구와 충돌하면 생명체를 멸종시킬 만큼의 파괴력을 내기도 한다. 세계 천문학자들은 지구와 근접하는 소행성의 궤도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TC4 궤도의 비밀 밝혀
지구 가까이 접근한 소행성 ‘아포피스’를 지난 10일 촬영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 4호기.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 천문대에 설치돼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지구 가까이 접근한 소행성 ‘아포피스’를 지난 10일 촬영한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 4호기.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 천문대에 설치돼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체코 카렐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근지구 소행성 ‘2012 TC4’의 정확한 궤도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인 소행성과 달리 비주축 자전운동을 하는 모습을 포착하고, TC4의 3차원(3D) 형상 모델을 구현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자전 속도가 18초 빨라졌다는 것을 알아냈다.

2017년 지구 근방을 통과한 ‘2012 TC4’ 소행성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2017년 지구 근방을 통과한 ‘2012 TC4’ 소행성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TC4는 2012년 미국 하와이대 팬스타즈(Pan-STARRS)팀이 발견한 소행성이다. 2012년과 2017년 각각 지구에서 9만5000㎞와 5만㎞ 지점까지 접근해 지구를 지나갔다. 크기는 가로세로 15m, 8m로 추정돼 작은 편이다. 그러나 지구에 충돌할 경우 국지적인 피해를 낼 수 있다.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한 소행성과 크기가 비슷하다. 당시 이 지역에선 작은 운석 조각이 떨어져 7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천문연은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WAN)와 TC4의 공동 관측 캠페인을 추진했다. IWAN은 근지구소행성을 발견, 추적하고 충돌 확률을 계산해 일정 수준의 위협이 예측될 경우 유엔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한국에선 천문연이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TC4 관측에는 미국, 일본,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에 있는 세계 21개 천문대가 참여했다.
○“향후 소행성 충돌 예측에 기여”
연구진은 TC4가 자전하며 태양빛을 반사해 나타나는 밝기 변화를 역산해 이 소행성이 비주축 자전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비주축 자전운동은 회전축이 변하는 세차운동과 자전운동이 동시에 나타나는 운동을 의미한다. 쓰러지기 직전에 비틀거리면서 회전하듯이 자전하는 팽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소행성이 어떤 원인으로 비주축 자전운동을 하게 됐는지 파악하는 것은 궤도를 계산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천문연 연구팀은 TC4의 비주축 자전운동 원인이 ‘요프 효과(야르콥스키 효과)’라는 점을 밝혀냈다. 소행성도 지구처럼 자전하기 때문에 낮과 밤이 바뀐다. 지구와 달리 대기와 물이 없기 때문에 낮 지역은 금세 뜨거워지고, 밤인 지역은 빨리 차가워진다. 이 에너지의 차이가 요프 효과를 내 소행성의 궤도에 변화를 일으킨다. 힘 자체는 크지 않지만 소행성을 한 방향으로 조금씩 밀어내 결국 궤도를 바꿀 수 있다. 지구처럼 크고 무거운 행성에선 요프 효과가 작지만, 작고 가벼운 소행성에선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만약 TC4가 완전한 구형이며 표면에 흡수된 태양 에너지가 모든 방향에서 같은 세기로 재방출된다면 궤도가 변하지 않겠지만, 이 소행성은 길쭉한 타원 모양이다. 표면에 흡수된 태양 에너지가 방향에 따라 다른 세기로 방출되기 때문에 회전 방향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희재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근지구 소행성 특성과 요프 효과에 관한 연구는 지구 충돌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확한 궤도를 알아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향후 소행성 지구 충돌 위험 예측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포피스 직접 탐사도 계획
천문연은 비주축 자전을 하는 또 다른 소행성 ‘아포피스’에 대한 직접탐사 임무를 계획하고 있다. 지름 370m로 TC4보다 훨씬 큰 소행성인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14일 지표면에서 3만여㎞ 떨어진 상공을 통과할 전망이다. 천리안, 무궁화 등 정지궤도 위성(3만6000㎞)보다 가까운 거리다. 적은 연료로 소행성 근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천문연은 탐사선 동행비행을 목표로 사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상에서도 아포피스 관측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천문연은 IWAN과 협력해 세계 30여 개 천문대와 함께 아포피스 지상관측 국제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주물체 전자광학 감시 시스템(OWL-Net) 4호기로 촬영한 아포피스의 모습을 공개했다. OWL-Net 4호기는 천문연이 미국 애리조나주 레몬산 천문대에 설치한 관측 시스템이다. 아포피스는 지난 6일 지구 1680만㎞ 거리에 접근했다가 4.58㎞/s 속도로 지나갔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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