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의장/ 사진=최혁 기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의장/ 사진=최혁 기자
방탄소년단(BTS)을 탄생시킨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9일 사명을 '하이브(HYBE)'로 바꾸고 기존 엔터사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2005년 창립 이후 16년만에 회사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새 사명에는 기존에 있던 '엔터테인먼트' 명칭을 아예 뺐습니다. 그만큼 음악 산업에 그치지 않고 콘텐츠와 서비스, 유통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방시혁(사진) 빅히트 이사회 의장 겸 대표는 "사업영역이 넓어지면서 현재의 사업을 아우르고 이를 연결,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사명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기존 K팝 문화의 체질을 개선하고 엔터 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킨 회사로 평가받습니다. 예컨대 음원과 공연 중심으로 한정돼 있던 K팝 문화에 팬들이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의 '팬 콘텐츠'를 더해 팬덤 문화를 거대한 비즈니스 영역으로 폭발시킨 기업이 빅히트라는 게 음악 산업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의 일상, 공연 뒷이야기, 자체 제작 예능 등을 만드는 것이 보편화됐지만 방탄소년단이 나오기 전까지 이런 시도는 전무했습니다. 이런 시도들 덕분에 빅히트는 국내 엔터3사(YG, JYP, SM)과의 격차도 뚜렷해졌습니다.빅히트는 지난해 매출액 7963억원, 영업이익 1424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빅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엔터3사 영업이익 합산액(614억원)의 2배를 넘는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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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빅히트가 '연예기획사'를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것은 '하이브'를 방탄소년단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존속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우선 빅히트 전체 매출에서 방탄소년단으로의 쏠림이 심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빅히트에서 방탄소년단 관련 매출 비중은 2019년 97.4%(5718억원), 지난해 상반기에는 87.7%(2578억원)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사실상 방탄소년단 1인 기획사에 머물러 있는 것은 빅히트에 큰 리스크입니다. 멤버 7인 전원이 현역병 입영 대상이란 점도 회사 입장에선 우려 대상입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이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공연이 전면 중단되는 등 음악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것도 변신을 앞당긴 이유로 꼽힙니다.

빅히트가 내세우고 있는 기업의 방향성은 'IT 플랫폼' 기업입니다. 음악을 만들고(레이블), 원저작물로 영상 콘텐츠, 굿즈, 게임, 교육 등 2차 저작물을 생산해(솔루션즈), '위버스'라고 이름 붙인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겠다는 것이 큰 그림입니다.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KOZ 엔터,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등 원저작물인 음악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각종 회사를 만들거나 인수합병(M&A)한 것도 이 같은 큰 계획 아래 이뤄진 전략적 결정입니다. 플랫폼 기업의 핵심이 '모객'을 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부터 방탄소년단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는 것이 우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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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점은 '위버스'에 찍힙니다. 방시혁 의장은 이번 발표회에서 위버스를 13번이나 언급했습니다. 궁극적으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겠다는 것은 위버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각 레이블에서 오리지널 음악이 만들어지고, 이를 기반으로 팬 콘텐츠 등을 다양하게 변형 출시해 이를 모두 위버스라는 플랫폼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019년 만들어진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는 서비스 출범 이후 광폭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곳을 통해 팬덤 문화를 한 곳으로 집약시키고, 콘텐츠 퍼블리싱, 유통, 커머스 기능까지 연동시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월 방문자 수(MAU)와 결제 금액 역시 증가 추세입니다. 빅히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총 3280억원의 상품과 콘텐츠가 위버스를 통해서 결제됐습니다. 빅히트 총 매출액(7963억원)의 40%가 넘는 규모입니다.

여기에 지난 1월 네이버에서 '브이라이브' 사업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고, 미국 기술 기업 키스위와 함께 디지털 라이브스트리킹 플랫폼 '베뉴라이브'를 출범시켜 미 유니버셜과 YG엔터테인먼트 합류를 이끌어냈습니다. 내부 아티스트에만 그치지 않고 세계관을 넓히겠다는 복안입니다. 이번 발표회에서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라는 새로운 사명을 통해 또 다른 출발을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하이브 시대에도 변함 없이 음악의 힘을 믿고, 산업을 혁신하며,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