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임플란트 기업 엘앤케이바이오메드가 미국에서 일부 품목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회사가 진행 중인 글로벌 기업과의 공급계약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게 엘앤케이바이오와 업계의 관측이다.

22일 엘앤케이바이오메드에 따르면 미국 판매 법인인 이지스 스파인은 최근 일리노이주 지방법원으로부터 가변형 제품인 '엑셀픽스 XT'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았다.

이 소식을 알린 지난 18일 엘앤케이바이오의 주가는 7% 급락했다. 이번 결정의 효력은 가처분을 신청한 라이프 스파인과 진행 중인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유효하다. 가처분이 실제 집행되기 위해서는 라이프 스파인이 600만 달러(약 70억원)을 법원에 공탁해야 한다.

라이프 스파인은 엑셀픽스 XT와 같은 가변형 제품인 ‘프로리프트(Prolift)'를 유통·판매하기 위해 이지스 스파인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양사 간 갈등으로 인해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엘앤케이바이오는 가변형 첫 제품인 엑셀픽스 XT의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직후인 2019년 10월께 라이프 스파인은 이지스 스파인을 상대로 대리점 계약위반을 이유로 엑셀픽스 XT의 판매중지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판결이 지연되자 라이프 스파인이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라이프 스파인은 이지스 스파인이 계약을 위반하고 프로리프트 제품과 가격 등의 영업 정보를 엘앤케이바이오에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엑셀픽스 XT가 프로리프트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essentially the same)’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다수의 고객을 잃는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지스 스파인은 관련 주장에 동의하거나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기각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시에 미국 현지 변호사를 통해 본소송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엘앤케이바이오는 미국 판매에 대한 제재는 한시적이며 그 영향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가처분은 엑셀픽스 XT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엘앤케이바이오가 개발한 가변형 제품 중 현재 FDA로부터 승인받은 것은 엑셀픽스 XT, XL, XTP 등 3종이다. 가처분 결정을 받은 엑셀픽스 XT는 척추 후방에서 삽입하는 가변형 제품이다. XL은 척추 측면에서 삽입하고, XTP는 배와 옆구리 사이에서 대각선으로 넣는 제품이다.

또다른 가변형 제품인 엑셀픽스 EXT, XA, XAI, XCI에 대해서는 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코로나19로 늦어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승인을 받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EXT는 기능이 추가된 XT의 후속 제품이다. 높이 조절뿐 아니라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EXT가 FDA 승인을 받으면 XT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또 판매금지는 미국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유럽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의 지역에서의 판매에는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엘앤케이바이오는 가변형 척추 임플란트 시장의 성장성을 강조했다. 회사에 따르면 글로버스메디컬이 처음 가변형 제품을 개발한 이후, 고정형 제품의 수요를 가변형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기존 고정형 제품을 판매해 온 회사들도 가변형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개발 중이거나 품질 문제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엘앤케이바이오는 엑셀픽스 제품군이 글로버스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신 중이다.

이는 해외 기업들과의 판권 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엘앤케이바이오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대형 의료기기 업체와 가변형 제품에 대한 기술이전 MOU를 체결했다. 현재 본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일본의 교세라와 제품 판매계약을 맺었다. 다른 의료기기 기업들과도 판권 협상을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엑셀픽스 XT의 미국 판매금지 가처분은 이들 계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결정은 제품의 특허권에 대한 소송이 아니라, 미국 내 판매금지에 대한 것이라서다.

박종익 엘앤케이바이오 부사장은 "이번 가처분 결정은 이지스 스파인을 통하지 않는 판매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현재 MOU를 맺고 논의 중인 대형사와의 본계약에 미칠 영향은 전혀 없디"고 말했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미국 대형사가 판매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이병화 KB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겠지만 특허권 이슈가 아니기에 본 계약 체결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이번 소송은 엘앤케이바이오의 제품의 시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