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에 AI기능 대폭 강화
자율주행차에도 진출 가능성
AI 장착한 다이슨, 다시 '모빌리티'에 손대나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발명가입니다. 산뜻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혁신 제품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등이 그가 발명한 제품이죠. 기업도 그의 이름을 붙여 다이슨입니다. 다이슨은 누가 뭐래도 하드웨어 개발자입니다. 다이슨은 10년 전 영국 BBC 방송에서 하드웨어 시장이 소프트웨어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는 하드웨어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세계적 하드웨어 업체들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매출이 높다는 사실을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0년 후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지금 전 세계 시총 순위 상위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그럼 다이슨에겐 10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하드웨어 예찬론자 다이슨의 전기차 실패
다이슨이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5년 전인 2016년에 들려왔습니다. 영국 정부가 작성한 국가 인프라 지원안의 한 부속문서에 다이슨 본사의 전기차 개발사업에 공적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게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다이슨 CEO는 전기차 배터리로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 대신 훨씬 효율적이고 충전 용량이 큰 전고체배터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배터리를 새로 만들고 차체를 깔끔하게 디자인한 다음 차의 엔진도 스마트하게 개조한 전기차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는 전기차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이 핵심인 제품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기존 자동차업체 및 소프트웨어 업체와 가격 및 성능 경쟁을 하는 게 힘들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결국 2019년 말에 다이슨은 전기차 사업을 접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다이슨의 사업 경로에서 크나큰 실패를 했던 셈이죠. 그는 전기차 실패 이후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얘기를 되뇌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얻은 교훈은 기업이 핵심역량 사업에서 벗어난다면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가 어렵다는 점일 것입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은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입니다. 그런 와중에 다이슨의 핵심 상품인 무선청소기와 헤어케어 제품 매출은 여전히 많이 팔려나갔습니다.
AI 장착한 다이슨, 다시 '모빌리티'에 손대나

사용자 기분 맞춰 밝기 달라지는 조명
다이슨은 전기차 사업 철수 이후 1년이 된 지난해 11월 27일 앞으로 5년 동안 27억5000만파운드(약 4조587억원)를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로봇과 같은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업계에선 다이슨의 향방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당장은 회사의 핵심 역량인 청소로봇과 헤어드라이어 조명 분야를 AI화하고, 로봇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이슨은 2016년 자동청소로봇인 ‘다이슨 360 eye’를 내놓았습니다. 360도 전방위로 방안을 인식한 뒤 세부 평면도를 만들어 지능적이고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청소기입니다. 탱크 바퀴는 어떠한 유형의 바닥에서도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며 작은 장애물도 넘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앱을 설치해 원격으로도 작동할 수 있게 만든 제품입니다.
AI 장착한 다이슨, 다시 '모빌리티'에 손대나

다이슨은 여기에 AI기능을 추가해 ‘Dyson 360 휴리스트’ 로봇 청소기를 공개했습니다. 이 진공청소기는 메모리 용량만 10기가 바이트에 달합니다. 프로그램 코드가 45만 개 이상의 라인으로 구성돼 기존 모델보다 훨씬 지능화된 상품입니다. 8개 센서와 카메라가 있어 방과 장애물 주변을 구석구석 탐색해 말끔히 청소하는 기기입니다. 헤어드라이어나 고데기 등도 지능형 온도조절등을 통해 맞춤형으로 서비스하는 기능을 넣었습니다. 고객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지해 고객의 바이오리듬에 맞게 조명의 색깔과 밝기 등을 자동 조절하는 AI조명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녁에 집에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감정과 분위기에 맞게 조명이 조절됩니다. 물론 이런 조명이 집안 실내에서만이 아니라 야외와 자동차 등 모빌리티에서도 가능한 일입니다.
필리핀에 소프트웨어 연구소 차려
정작 다이슨이 추진하는 AI 신사업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다만 다이슨은 필리핀과 싱가포르에 각각 소프트웨어 연구소와 제조시설 등을 구축하고 연구 개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 설립하는 새 소프트웨어 연구소는 2025년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두 배로 늘리는데 집중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가전 분야에 중점을 뒀다면 가정을 넘어선 분야에서 AI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다이슨이 그동안의 핵심역량을 간과한 채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다이슨의 핵심역량은 청소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앞세운 간편하고 깔끔한 청정 사업일 것입니다. 다이슨이 집중하기로 한 전고체 배터리 사업과 디지털 모터 사업도 다이슨의 핵심역량인 배터리를 더욱 강화하는 사업의 연장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전기차 사업에 엄청 투자해 온 성과물도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산업 시설과 사무시설 등의 공기 청정 설비나 장치 등을 AI로 구현하는 일도 할 수있을 것입니다. 공원이나 거리를 청소하는 자율 차량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싱가포르의 구 발전소 건물을 연구 시설로 삼은 것도 크나 큰 공간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말뫼스베이의 연구소는 고급 인공지능 연구를 맡는다고 합니다.
다이슨은 앞으로 5년 동안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진출한다고 했습니다. 향후 5년 이내 자율주행차가 본격화되면 청소와 조명 공기청정 등 자율차에 필요한 요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율주행 이외에 드론이나 로봇 등 다른 지능형 모빌리티 사업도 가능한 얘기입니다. 지난해 다이슨 CEO는 기자회견에서 "운송분야에 항상 관심이 있다"면서 "(전기차 포기가) 모빌리티 사업에서 관심을 끊는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차세대 지능형 자율차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이슨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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