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진 "한국의 mRNA 연구 선구자...내년 말 백신 허가 받을 것"
백신과 혈관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이진을 다녀왔습니다. 이 회사는 제일제당(CJ) 종합기술원 출신인 유원일 대표와 조양제 기술총괄대표(CTO·최고기술책임자)가 만든 회사입니다. 안과 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회사였습니다.

그러다가 대상포진 백신과 코로나19 백신 등 백신 사업에 뛰어들었죠. 일각에선 백신에 전문성이 낮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는데, 조 대표는 CJ종기원 재직 당시 한국 7호 신약인 녹농균 백신을 개발한 주역입니다. 녹농균은 화상, 수술, 외상 등에 의해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를 감염시켜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또 같은 CJ종기원 출신인 이나경 세종대 바이오융합공학과 교수 등도 연구에 참여합니다. SK바이오사이이언스 등도 보유하지 못한, 백신의 효능을 증대시켜주는 면역증강제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도 이 교수의 역할이 컸습니다. 기술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유 대표는 “호주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인 대상포진 백신 개발 경험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움이 됐다”고 말합니다. 이 회사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EG-COVID'는 대상포진 백신과 전달체는 비슷하고 항원만 다른 물질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에 선두 주자로서 기술이전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mRNA 연구 선두주자

아이진이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있는 건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mRNA 백신 임상 1상을 앞둔 회사는 아이진이 유일합니다. 이 회사는 작년에 셀트리온과 정부 등에 mRNA 백신에 대한 개발 노하우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현재 ‘범정부 mRNA 백신 사업단’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옥시리보핵산(D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제넥신은 작년 10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지원’ 사업에 선정돼 93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자본금이 적은 바이오 벤처에 수십억~백억원이 넘는 정부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입니다.

mRNA 백신의 작용 기전을 보겠습니다. 먼저 항원(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보를 가진 mRNA를 몸 안에 주입합니다. 세포 안으로 들어간 mRNA는 DNA에 바이러스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항원이 만들어집니다. 덕분에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코로나19 항체(항원에 대한 면역성을 지니는 물질)를 미리 만들어둡니다.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이 항체들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이죠.

mRNA 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 개발 기간이 짧고 예방률이 높은 게 강점입니다.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의 예방률은 94~95%로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70.4%)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mRNA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선 항원의 정보를 가진 mRNA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한국은 아직 이 분야 기술 수준이 높진 않습니다. 아이진 역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함께 개발했던 미국의 한 회사로부터 이 물질을 가져 왔습니다.

아이진의 기술력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mRNA 백신의 승부는 이후부터 나옵니다. mRNA는 온도나 화학물질 등 주변 환경에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더구나 몸 안에는 mRNA를 잘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 항체가 형성되기 전 대부분 사라집니다. mRNA만 몸 속에 넣으면 세포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백신’이 되는 것이죠.

이를 위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은 mRNA를 보자기처럼 감싸 세포 안으로 전달해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올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달체 역할을 하는 ‘보자기’의 주류는 ‘지질나노입자(LNP)’입니다. 모더나와 독일 바이오앤테크·미국 화이자가 만든 mRNA 백신이 채용한 기술입니다. 두 기업 모두 바이오 벤처기업 알뷰투스 바이오파마에 사용료(로열티)를 내고 쓰고 있습니다. 물에 잘 녹는 물질인 지질과 콜레스테롤, 폴리에틸렌글리콜(PEG)을 조합해 mRNA가 세포 안으로 들어간 뒤 방출되도록 한 기술이죠. 특허로 촘촘이 묶여 있어 독자적인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내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에선 에스티팜이 자체적으로 LNP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LNP 특허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독일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진은 백신 전문가인 이나경 교수와 조 대표가 자체 개발에 나섰습니다. LNP 대신 리포좀을 백신 전달체로 이용합니다. 리포좀은 작은 구 형태의 물질로 보통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 백신 등의 약물전달운반체로 쓰입니다.

유 대표는 자체 기술 개발의 이유로 “LNP 기술의 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아나필락시스는 외부에서 들어온 항원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전신 알레르기를 말합니다. LNP 구성 성분인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LNP 기술을 쓰면 보관도 까다로워집니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모더나는 영하 20도 안팎에서 보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아이진 "한국의 mRNA 연구 선구자...내년 말 백신 허가 받을 것"
아이진 "한국의 mRNA 연구 선구자...내년 말 백신 허가 받을 것"
아이진 "한국의 mRNA 연구 선구자...내년 말 백신 허가 받을 것"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이진의 백신은 도넛 모양의 리포좀과 'CIA05'라는 면역증강제, mRNA로 구성됩니다. 아이진은 세 물질이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데 거의 일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 대표는 “세포막과 비슷한 성질의 양이온성 리포좀이 mRNA를 둘러싸 세포 안으로 안전하게 옮긴다”며 “리포좀을 전달체로 mRNA 백신을 개발하는 곳은 세계에서 아이진이 유일하다”고 말합니다. 세포 안에 들어가 작용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mRNA 백신과 같습니다.

모더나와 동등한 항체 형성 효과

아이진은 전임상 실험에서 모더나의 예방백신과 유사한 수준의 중화항체 역가를 확인했습니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의 입자 표면에 결합해 바이러스와 세포 수용체의 결합을 방해합니다. 백신 개발에 있어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사용됩니다. 이 실험은 질병관리청 산하 분석기관에 의뢰해 진행했습니다. 회사 자체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습니다.
중화항체 효능 평가 시험에서는 플라크억제시험법(PRNT)을 이용했습니다. 이 시험법은 백신 접종 후 혈액 내에 생성된 항체의 중화항체능력을 평가하는 표준 검사법이죠. 바이러스의 감염을 억제시키는 중화항체역가(IC50 titer)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비임상 연구결과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더나보다 효능이 더 좋은 게 낫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물질을 사용하는 경우 효능이 훨씬 더 좋다면 왜 좋은지를 또 입증해야 합니다. 비슷한 수치로도 예방률이 95% 안팎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또 모더나와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동결건조 제형으로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부작용도 없습니다.

아이진은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1상을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소규모 실험자를 대상으로하는 2a상도 동시에 실시합니다. 내년엔 2상과 3상 임상을 끝내고 연말께 신약 허가를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 벤처의 경우 임상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에 공동 연구 등으로 위험을 분산할 방법도 찾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역시 필요해 적극적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회사의 대상포진 백신과 허혈성 질환 치료제 등은 아이진 2편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