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젠의 병리센터 / 사진=연합뉴스
씨젠의 병리센터 / 사진=연합뉴스
세계 각국서 백신 접종이 잇따른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국, 남아공 발(發)로 추정되는 변이 바이러스가 90개국 이상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전염병 대유행(팬더믹) 사태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독일, 이탈리아에선 최근 코로나19 신규 환자의 절반 이상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에선 신규 확진자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비율이 70% 이상에 달한다.

이 가운데 씨젠이 변이 바이러스들을 한 번에 잡아낼 수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10개 유전자를 한 개 튜브로 검사할 수 있는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한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도 잡는다”

씨젠이 최근 개발을 마친 코로나19 진단키트인 ‘올플렉스 SARS-CoV-2 마스터 어세이(Allplex SARS-CoV-2 Master Assay)’는 튜브 하나에 담긴 검체를 통해 10개 유전자를 한꺼번에 검사한다. 검체 유효성을 확인하는 유전자 1개 외에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4개와 변이 바이러스 유전자 5개를 검사한다. 씨젠은 이달 중 유럽서 CE 인증을 획득한 뒤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 진단키트는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일본·나이리지아 변이 바이러스를 모두 잡아낼 수 있다. 기존 유전자증폭(PCR) 방식 진단키트는 유전자 4개 정도를 동시에 진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확진 기준으로 최소 2개 이상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기존 바이러스 유전자 2개를 검사하면서 다른 변이 유전자까지 검사하는 제품을 만들기가 여의치 않았다.

씨젠은 최대 25종 유전자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다중진단(멀티플렉스) 기술을 보유 중이다. 변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에서만 N, RdRP, S, E 등 4개 유전자를 검사하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민철 씨젠 부사장은 “유전자 일부에서 변이가 일어나더라도 기존 유전자들은 물론 변이 바이러스 5개를 함께 검사하는 만큼 새로운 종류의 변이 바이러스도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체 유효성도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 팬더믹으로 인한 의료 인력 및 도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고 했다.

“확진과 변이 종류 파악을 4시간 안에”

진단업계에선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할 경우 코로나19 방역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이미 개발된 백신 효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WHO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지속되면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향후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바이러스 종류의 정확하고 빠르게 판별하는 진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씨젠은 이번 진단키트 개발로 확진에서 변이 분석까지 하루 넘게 걸리던 검사 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또 다른 변이 진단키트인 ‘올플렉스 SARS-CoV-2 배리언츠1 어세이(Allplex SARS-CoV-2 Variants Ⅰ Assay)’를 개발한 바 있다. 영국·남아공·일본·브라질발 등 4종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여부를 2시간 안에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이다. 다만 마스터 제품과는 달리 기존 코로나바이러스에선 RdRP 유전자 1개만을 검사해 코로나19 확진 용도로는 쓸 수 없다.

기존엔 변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PCR 검사 후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덴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 부사장은 “이번에 개발한 변이 진단키트 2종을 이용하면 도합 4시간 안에 코로나19 감염 여부와 바이러스 종류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10개 유전자를 진단하는 마스터 제품으로 변이를 포함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그 다음 배리언츠1 제품으로 어떤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파악하면 된다. 1차로 변이를 포괄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 한 뒤 2차로 변이 종류를 특정하는 것이다.

“침으로 간편하게 검사”

검사 방법도 간소화했다. 씨젠은 변이 진단키트 2종에 핵산 추출 과정을 생략한 비추출 방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타액(침)을 이용한 검사법도 개발했다. 통상 PCR 방식 진단키트는 콧속에 면봉을 밀어넣어 검체를 채취한다. 씨젠은 타액 검사로도 기존 검사법 대비 98%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했다.

씨젠은 타액 검사가 가능한 유럽을 위주로 타액 검사법을 도입한 변이 진단키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기존 코로나19 진단키트에선 타액 검사법을 적용해 수출 중이다. 이 부사장은 “변이 진단제품을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진단키트와 조합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향후 더 원활한 검사를 위해 비추출 방법과 타액 검사법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독감 등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진단키트와 코로나19 변이 진단키트를 조합해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구상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