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자료=한경DB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자료=한경DB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성과급에 대한 내부 반발과 업계에서 불고 있는 연봉 인상 바람 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일 전사 이메일을 통해 발송된 편지에는 개인적인 의견과 함께 자신도 '해진이형'으로 불리며 사랑받고 싶다는 바람까지 넣었다.

'연단 후에'라는 제목으로 전송된 이메일에서 이 GIO는 "우리 경영진과 스탭(스태프)을 믿어 달라"면서 "사업이 더 커지고 더 잘되어야 타사와의 보상 싸움에서 최종 승자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방향에 대해 수없이 고민을 해야하는 리더들의 힘듦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 GIO는 "'사업'과 '보상'은 제가 20년 일해오면서 늘 가장 고민해온, 고민할 수밖에 없는 동전의 앞뒤면 같은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사업 없이 좋은 보상이 이뤄질 리 없고 좋은 보상 없이 좋은 사업이 지속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 방향을 잘 잡고 사업이 잘돼야 결국 좋은 보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다"라며 "솔직히 저도 뭐 이 회사를 떠나기 전에 '해진이 형이 쏜다' 뭐 이런 거 한번 해서 여러분에게 칭찬받고 사랑받고 하는 거 함 해보고 싶긴 합니다"라며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IT업계에서 불고 있는 릴레이 연봉 인상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넥슨이 개발직 신입사원의 연봉을 5000만원 올리면서, 넷마블과 컴투스 등이 뒤이어 연봉을 인상했다. 엔씨소프트는 개발직군의 연봉을 1300만원 인상하면서 대졸 초임제를 폐지했다. 나머지 회사들도 신입과 재직 개발자들의 연봉을 수천만원씩 올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전경. / 자료=한경DB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전경. / 자료=한경DB
이 GIO는 "지금 업계의 보상 경쟁은 IT업계 인력의 보상 수준을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각 회사마다 사업의 변화나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서로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후유증이 염려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봉 이외 여러 혜택에 대한 고민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양해를 구했다. 이 GIO는 "오는 24일 주주총회 이후 잡힌 이사회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새로운 보상절차가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사외이사님들의 이해를 잘 이끌어낼 수 있으면 진행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네이버는 지난 11일 온라인 사내 행사(연단)를 열고, 전사 임직원에게 향후 사업계획과 보상안에 대한 계획을 제시했다. 연단은 이 GIO가 창업자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자리로 과거부터 진행됐던 행사다. 이메일의 제목이 '연단 후에'인 것으로 보아 해당 행사 이후 이 GIO가 심경을 털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열린 '컴패니언 데이'에서 네이버 경영진은 최근 내부 직원 사이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놓고 불만이 제기된 데 대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등 장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춘 보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네이버 노조 측은 애초 요구한 성과급 지급 수치 공개 및 개선 등에 대해 제대로된 답변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