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코닉테라퓨틱스(이하 온코닉)가 개발 중인 ‘JPI-547’은 ‘폴리 ADP-리보스 중합효소(PARP)’와 ‘탄키라제’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표적 항암제다. 김정훈 온코닉테라퓨틱스 대표는 “PARP·탄키라제 이중 저해제는 PARP만을 저해하는 1세대 약물의 내성을 극복할 차세대 약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정훈 온코닉테라퓨틱스 대표. 온코닉의 JPI-547은 린파자와 비교했을 때, 다양한 암세포에서 더 높거나 비슷한 암 성장 억제 활성을 보였다. 사진=서범세 기자
김정훈 온코닉테라퓨틱스 대표. 온코닉의 JPI-547은 린파자와 비교했을 때, 다양한 암세포에서 더 높거나 비슷한 암 성장 억제 활성을 보였다. 사진=서범세 기자
아직까지 PARP와 탄키라제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저해 기전으로 상용화된 치료제는 없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 GSK의 ‘제줄라(니라파립)’ 등이 PARP만 저해하는 1세대 약물이라면, 온코닉의 JPI-547은 PARP 저해 기전에 추가적으로 탄키라제 저해 기전을 더한 2세대 약물이라는 것이 김정훈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JPI-547은 암세포 증식에 영향을 주는 효소를 억제하는 치료제로, PARP만을 저해하는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차세대 약물”이라며 “특히 PARP 저해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ARP 저해제 내성 극복

모든 세포는 DNA를 유전 정보로 가지고 있다. 그런데 DNA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끊임없이 손상을 받는다. 특히 암세포의 경우, DNA 손상이 정상세포에 비해 수백 배까지도 많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PARP 단백질은 DNA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상을 수선(repair)하는 효소다. 핵에서 손상된 DNA를 인지해 활성화된 후, DNA 수선 관련 단백질들을 모아 ‘번역 후(post-translation) 과정’을 통해 이 같은 손상을 수선한다.

PARP 저해제는 이러한 PARP의 기능을 억제해 손상된 암세포의 DNA가 정상적으로 수선되지 않도록 한다. 이를 통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17종의 PARP 패밀리(family)가 알려졌다. 이중 ‘PARP-1’과 ‘PARP-2’ 단백질만이 DNA 수선 효소로 밝혀졌다는 설명이다.

탄키라제는 ‘PARP-5’로, PARP 패밀리 중 하나다. ‘WNT’, ‘YAP’, ‘AKT’ 등 종양 발생 경로와 연관돼 있다. 또 세포 증식을 위한 텔로미어 유지, 유사 분열 과정 등에도 관여한다. 암의 발병과 진행 조절에 관여하는 중요한 암 치료 표적이라는 설명이다.

온코닉이 탄키라제에 주목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1세대 PARP 저해제의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온코닉은 JPI-547이 PARP 저해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서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대표적인 PARP 억제제인 올라파립은 ‘P-당단백(p-gp)’ 기질(substrate)로 작용한다. p-gp는 항암제의 흡수를 방해하는 세포막단백질로, 일종의 ‘펌프’ 역할을 한다. 약물 투여 후 약물을 세포 밖으로 이동시켜 세포 내 축적을 막는 것이다. 항암제 투여 후 암세포에 약물 전달을 저해해 효과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기존 PARP 저해제는 p-gp가 과하게 발현되는 상황에서는 암세포 내로 이동할 수 없어 원하는 약효를 내기 어렵게 하고, 내성 등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며 “반면 JPI-547은 p-gp에 영향을 받지 않아, 적은 양으로도 세포 내 약물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또 탄키라제의 활성을 억제하면 암세포 증식을 일으키는 신호 전달 과정을 차단할 수 있다. 체내에 WNT 신호 전달 과정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베타카테닌(β-catenin)’이라는 단백질이 쌓인다. 이 단백질은 암을 일으키는 단백질 또는 유전자를 촉진한다. 정상 상태에서는 베타카테닌의 분해를 돕는 ‘액신 (AXIN)’이라는 물질이 암 발현을 막는다. 하지만 체내에 특정 이유로 탄키라제 효소가 많이 분비되면, 액신은 줄어든다. 이로 인해 베타카테닌을 분해하기 어렵게 된다.

김 대표는 “탄키라제 저해제를 처리하면 액신의 발현이 증가해 베타카테닌의 분해가 촉진되고, WNT 신호 전달이 억제된다”며 “탄키라제를 억제하는 것이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PARP 저해제 대비 우월한 효능… 6월 ASCO서 임상 결과 발표”

온코닉은 JPI-547의 임상 1상에서 마지막 환자의 투약까지 마쳤다. 오는 6월 미국 임상 암학회(ASCO)에서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온코닉은 전 임상에서 JPI- 547이 각각의 암 모델에서 종양 크기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전 임상은 난소암, 췌장암, 삼중음성유방암(TNBC), 비소세포폐암(NSCLC), 대장암, 흑색종 모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김 대표는 “JPI-547은 현재 항암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ARP 저해제인 린파자와 비교했을 때, 다양한 암세포에서 더 높거나 비슷한 암 성장 억제 활성을 보였다”고 했다. 린파자의 객관적 반응률(ORR) 23%, 질병통제비율(DCR) 62%보다 우월한 효능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동물 효능시험에서 JPI- 547과 린파자, 다른 PARP 저해제와의 단독 투여 비교 실험을 진행한 결과, 높은 종양 억제 활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여러 연구에서 PARP 저해제를 투여하면 ‘PD-L1’이 늘면서 항암 면역력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온코닉은 동물 효능평가에서 PD-L1 항체와의 병용 투여가 단독 투여에 비해 항암 효과에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확보했다”며 “이에 임상 2상에서는 PD-L1 등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 투여를 통해 JPI-547의 유효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온코닉은 올해 안에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임상 2상에서는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JPI-547의 유효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1세대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서 약물 내성을 극복하는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면서 “임상 2상에서 이를 입증하고 약물의 안전성에 대한 자료도 확보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JPI-547은 차세대 PARP 저해제로, 블록버스터 약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글로벌 제약회사와 기술이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의 자체 발굴에도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코닉은 지난해 5월 제일약품이 설립한 자회사다. 제일약품으로부터 JPI-547과 역류성 식도질환 및 위산 관련 질환 치료제 ‘JP- 1366’ 등을 이전받아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일 췌장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JPI-547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Cover story - part.4] 온코닉테라퓨틱스 “PARP·탄키라제 이중 표적항암제 올 상반기 임상 2상 진입”
[Cover story - part.4] 온코닉테라퓨틱스 “PARP·탄키라제 이중 표적항암제 올 상반기 임상 2상 진입”
[Cover story - part.4] 온코닉테라퓨틱스 “PARP·탄키라제 이중 표적항암제 올 상반기 임상 2상 진입”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