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패스가 비마약성 진통제로 개발 중인 RNA 치료제의 임상 1b상의 잠정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임상 2상에선 이번 임상에서보다 적은 용량을 투여해 약효가 극대화되는 구간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위약군에 실제 약물이 소량 섞이면서 더 큰 효과가 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이번 분석 결과 공개는 지난 8일 비마약성 진통제 ‘OLP-1002’의 호주 임상 1b상 중간 결과를 공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임상에선 위약군, 실제 약물 5㎍(마이크로그램) 투여군과 10㎍ 투여군 등 3개 군으로 나눠 2주간 5회 투약 후 6주간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5주 뒤 통증 감소율이 가짜약 투여군에서 44%가 나왔다. 5㎍ 투여군(15%), 10㎍ 투여군(19%)보다 2배 이상 결과가 좋았다. 특히 가짜약 투여군 10명 중 5명에선 무통에 가까운 70% 이상까지 통증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Focus] 올리패스, 약효 더 내려고 투약량 줄이는 까닭은
올리패스는 약물 일부가 주사제에 섞여 들어갔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위약군에서 무통 환자가 50%가량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전임상에서 가짜약과 투약 약물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교차 오염이 종종 발생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정신 올리패스 대표는 “동물 모델에선 30ng(나노그램·0.03㎍) 투여에서도 효과가 나타났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효과가 위약군에서 나온 것을 고려하면 위약품 제조 과정에서 일부 약물이 들어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상 2상에선 임상 1상에서보다 적은 용량 단계서부터 투여를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5·10㎍ 투여군에서 안전성을 확인이 됐지만 과다 투여로 인해 약효가 오히려 떨어졌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용량을 떨어뜨리는 건 이례적이다. 통상 효과를 더 늘리기 위해선 약물 투여 용량을 더 늘리기 때문이다. 올리패스는 자체 개발한 인공 유전자인 ‘OPNA’를 과다 투여하는 경우 되레 통증 유발 단백질의 발현이 억제되는 정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OPNA는 질환·통증 유발에 관여하는 ‘전구체 전령 리보핵산(pre-mRNA)’과 결합한 뒤 질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부위(엑손)만 떨어뜨린다. 이 방식을 ‘엑손 스키핑(exon skipping)’이라 부른다.

이 엑손 스키핑 과정에서 엑손이 떨어져 나오면서 부산물로 ‘원형RNA(circular RNA)’도 함께 생긴다. 원형RNA는 떨어져 나온 엑손과 비발현 유전자인 인트론으로 구성된다. 세포 내 OPNA 농도가 높아지면 이 원형RNA가 안정적인 결합 상태를 유지한 가운데 축적된다. 정 대표는 “새포 내에 원형RNA가 축적되면 표적 유전자의 발현이 되레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올리패스는 임상 2상을 두 단계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5㎍보다 적은 용량에서부터 시작해 20㎍ 수준까지 투약 범위를 넓힌 뒤 적정 투약 구간을 우선 확인할 계획이다. 이어 적정 투약 용량에서 효력 시험을 추가 진행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현재 임상에선 기존 관절염 진통제인 ‘셀레콕스’ 정도의 효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안전성을 확인한 만큼 훨씬 센 효과가 있는 구간을 찾는데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