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구조를 보는 데 기여한 초저온-바이오이미징 기술은 치료제 개발에 매우 중요하다. 약물이 표적하는 타깃 단백질의 활성에 따라 변하는 구조, 치료제 투여 시 변하는 질환 환경의 파악 등 신약의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효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초저온-바이오이미징 기술이 무엇인지, 왜 각광받고 있는지를 알아봤다.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핵심 단백질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정밀 입체구조를 규명했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빠르게 감염되는 원리를 밝혀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한 지 약 1년 만에 이번에는 초저온-전자단층촬영(Cryo-ET) 기술로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상세한 모습이 밝혀졌다.

시료 결정화 과정 없고
소량만으로 입체구조 규명 가능


Cryo-EM은 정제된 단백질 또는 단백질복합체 등의 생체 물질을 초저온으로 급속하게 유리화(vitrification)하고 전자빔을 이용해 고해상도로 입체구조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생체 물질의 입체구조 분석은 엑스선결정학(X-ray crystallography·정제된 단백질을 결정화해 구조를 규명하는 방법) 기술에 의존했었다. 이 기술은 결정화가 난제로 남아 있는 거대 단백질복합체나 막단백질에는 많은 제약이 있어 이러한 생체 분자들에 이루어지는 중요한 생명 현상은 여전히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다.

따라서 시료의 결정화가 필요 없고 소량으로 입체구조를 규명할 수 있는 Cryo-EM 기술은 미지의 생명 현상을 밝힐 수 있는 핵심기술로 부상했고, 2024년이 되면 엑스선결정학 기술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지속적인 Cryo-EM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은 생체 시료의 초고해상도 입체구조 분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기술의 파급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Cryo-EM 기술은 Cryo-ET 발전을 빠르게 견인해 이제는 단일 생체 물질의 입체구조 분석에서 바이러스 완전체의 모습을 정밀하게 밝힐 수 있는 ‘차세대 Cryo-바이오이미징 기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Cryo-ET 기술은 바이러스뿐만이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와 핵과 같은 세포소기관과 이들을 포함하는 세포 완전체 시료를 초고속·초저온으로 유리화하고 적당한 두께로 박리한 시료를 여러 각도에서 전자빔으로 연속 투과 영상한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들을 수집한 후 일련의 프로세싱 과정을 통해 시료의 3차원적 입체구조를 재건한다. 또한 다이내믹한 세포 내의 특정 단백질 및 복합체, 그리고 세포소기관 등의 위치와 구조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생명연 리포트] 초저온-바이오이미징 기술, 현대생물학 혁명을 이끈다

[생명연 리포트] 초저온-바이오이미징 기술, 현대생물학 혁명을 이끈다

신약 개발에 유용한 Cryo-바이오이미징 기술,
인력 확보와 투자 필요


Cryo-ET 이미징 기술은 질환 환경에서의 치료제 처리에 의한 세포 환경 변화와 세포 내 타깃 단백질의 활성 조절에 대한 시각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해 신약 개발에 혁신적인 활용이 예상된다.

기존의 생명 현상은 2차원적인 환경에 기반한 생화학, 분자생물학, 유전체학 등의 분석과 2차원적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추론적으로 이해하고 있어 대부분의 생명 현상에 대한 원리와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Cryo-EM과 Cryo-ET를 아우르는 Cryo-바이오이미징 기술은 세포 내에 존재하는 지질, 막단백질, 거대 단백질복합체 등의 구성 물질 및 미토콘드리아와 핵과 같은 세포소기관, 더 나아가 세포 완전체 본연의 특성을 보여주는 입체구조학적인 분석 기술이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밝힐 수 있어 기초과학으로부터 신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즉 1953년 DNA의 이중나선 입체구조를 규명한 계기로 ‘고전생물학’이 ‘현대생물학’으로 전환되는 데 엑스선결정학 기술이 가장 큰 공헌을 했듯, Cryo-바이오이미징 기술은 현대생물학의 혁명을 이끌 기술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 분야 전반에 끼칠 혁신성과 파급성을 인지해 이미 선진 과학 주요국들은 발 빠르게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Cryo-바이오이미징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대부분의 주요 연구기관과 대학에 인프라시설을 구축했다. 주요국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 빠르게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Cryo-EM/ET 기술의 미래지향적인 파급효과를 예견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처한 결과이다.

국내의 Cryo-바이오이미징 기술은 세계적 수준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초기 단계이다. 다행스럽게도 몇몇 기관에서 Cryo-EM 시설을 도입 또는 구축 중이어서 연구자들의 장비 활용 기회가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연구와 산업적 수요에 비해 시설과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기초과학과 신약 개발 전반에 미칠 Cryo-바이오이미징 기술의 파급성을 주목해야 한다.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즉각적이고 전략적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투자를 통해 충분한 시설을 구축하고 신규 기술과 방법론 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생명연 리포트] 초저온-바이오이미징 기술, 현대생물학 혁명을 이끈다

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충남대에서 식품미생물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생명연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이후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공동 연구를 한 바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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