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물량이 공급된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최초로 상업화가 이뤄진 mRNA 백신이다. 우리 삶 속에 들어온 mRNA 백신, 다가올 백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기초과학 리포트] 모더나를 통해 살펴본 mRNA 백신의 미래
오래된 미래 : 백신의 원리

백신은 질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병원균에 감염된 것과 비슷한 반응을 유발해 면역을 형성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한다. 전통적인 백신의 원리는 약화, 불활성화한 병원균 전체 혹은 일부(항원)를 우리 몸에 주입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병원균의 침입을 ‘간접경험’하며 면역세포들을 훈련시키고, 실제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그 경험을 토대로 바이러스를 퇴치한다. 코로나19 백신 중 노바백스, 얀센,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개발되었다.

오늘이 된 미래 : mRNA 백신의 등장

1976년 백신의 역사에 전환점이 될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항원 대신 항원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 즉 유전물질을 주입해 비슷한 효과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병원균의 항원 정보를 기록한 설계도를 넣어주면 항원을 인공적으로 주입하지 않아도 우리 몸의 세포가 병원균의 항원을 생산할 수 있다. ‘설계도를 이용한 백신’은 항원을 직접 넣어주는 전통적 백신에 비해 설계와 생산이 쉽고 감염 위험이 없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mRNA 백신 연구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첫 번째는 mRNA가 세포 내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mRNA는 세포 안에서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세포 안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그런데 mRNA의 분자구조가 크고 전하를 띠고 있어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려웠다. 또한 mRNA는 외부의 리보핵산가수분해 효소에 의해 매우 쉽게 분해되었다. 그래서 mRNA 분자 1만 개당 1개(0.01%) 수준의 낮은 전달 효율을 보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대 mRNA를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로 감싸 표적에 갈 때까지 보호, 전달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두 번째는 우리 몸이 주입된 mRNA를 외부 침입자로 생각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었다. 이는 2005년 mRNA 구성 요소인 뉴클레오시드를 일부 변형해 면역원성을 낮춘 변형 mRNA가 개발되면서 해결됐다.

이번 모더나 백신은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이 알려진 지 2일 만에 설계가 완료되었고 불과 11개월 만에 최종 허가를 받았다. 이론으로만 제시되었던 mRNA 백신의 개념입증(proof of concept)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백신 개발에는 통상 5~10년이 소요된다. 그런데 이번 mRNA 기반 백신은 이를 훨씬 단축하는 빠른 속도로 개발되었다. 물론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니다. 초고속 백신 개발 뒤에는 mRNA 발견 이래 반세기 넘게 축적된 탄탄한 기초연구 성과가 있었다.

다가올 미래 : mRNA 백신 플랫폼의 확장

mRNA 백신의 성공은 코로나19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더 넓은 분야로 확장하려면 아직까지 접종대상군에 포함되지 않은 저연령층에 대한 임상 결과와 바이러스 변이로 인해 감염병이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엔데믹’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RNA로 구성되어 있어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지금도 영국, 남아공 변이를 포함한 다양한 변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체에 기존 치료제와 백신이 효능이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19가 엔데믹 또는 인플루엔자와 같이 계절성 독감의 양상을 보인다면 매년 새로운 설계를 통해 백신을 도입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빠른 설계와 생산이 가능한 mRNA 백신이 경쟁우위를 점할 것이다.

mRNA 백신 플랫폼은 그간 백신 개발이 어려웠던 다양한 전염병에도 활용될 수 있다. 모더나는 홈페이지와 지난 1월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거대세포바이러스(CMV), 지카바이러스 등을 포함한 9가지 백신의 파이프라인을 공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새로운 모달리티의 백신을 허가받기 위해 오랜 검증과 서류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상황을 바꿔놓았다. 이번 mRNA 백신의 성공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었기에 나머지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과 허가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mRNA 백신의 성과를 주목해야 할 분야는 암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정상 단백질과는 다른 돌연변이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면역세포가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면,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제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백신이 병원균의 항원을 넣어주어 면역세포를 훈련시키듯, 암세포의 돌연변이 단백질을 항원(암신생항원)으로 삼아 면역세포를 훈련시킬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이다. 대부분의 암은 환자의 면역을 억제해 암세포에 대한 공격을 방해한다. 면역 억제를 역으로 막아 활성화하는 것이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이다. 따라서 면역항암제와 암백신을 병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개발 중인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인해보자. 모더나가 개발 중인 환자맞춤형 암백신 ‘mRNA-4157’은 환자별 암신생항원을 찾아서 항원을 제작해 주입한다.

공개된 임상 1상 결과에 따르면, 두경부암 환자 10명, 대장암 환자 17명에게 키트루다와 mRNA-4157을 병용투여했을 때 두경부암은 2명의 완전관해, 3명의 부분반응, 4명의 안정병변으로 50%의 객관적 반응률 및 90%의 질병통제율을 보였다. 그러나 대장암에서는 완전관해나 부분반응인 환자가 없어 0%의 객관적 반응률을 보였다. 암백신 분야로의 확장이 성공적일지 추후 임상 결과를 더 확인해야 할 것이다.

mRNA 백신은 앞으로 항원을 고르고 설계하는 알고리즘, 전달체 안정화 및 개선, mRNA 변형체 등 더 많은 기술 혁신을 필요로 한다. 혁신을 통해 기존 경제적 해자(경쟁자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를 무력화시키는 새로운 기술 기업이 출현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들을 통해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을 주목해보자. mRNA 백신이 가져올 변화는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로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강석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 연구원

혈관을 연구하는 의사과학자다. KAIST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의사의 길에 발만 담갔다 연구자의 길로 돌아와 생물학과 의학을 잇고자 한다. 현재는 IBS 혈관연구단에서 림프관의 발생과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