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렉소는 1992년 설립해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2006년에는 미국에 자회사 ‘싱크서지칼(TSI·Think Surgical Inc.)’을 설립하며 의료로봇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직접 개발하지 않고 TSI의 주력 제품인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의 국내 유통을 했다.

자체 의료로봇 개발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2011년 한국야쿠르트가 큐렉소를 인수하면서다. 이 해에 한국야쿠르트에 재직 중이던 이재준 대표가 큐렉소에 합류했다. 이 대표는 한국야쿠르트에서 기획과 구매, 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제조사와 고객 사이의 소통을 담당했던 그는 의료로봇 직접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우선 한국야쿠르트의 식품원료 유통 영업권을 양도받아 안정적인 수익원을 구축했다. 큐렉소는 제품 개선을 위한 국내 고객들의 의견을 TSI에 전달했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TSI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능과 한국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능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이재준 대표는 “한국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구현한 의료로봇을 자체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사진=이승재 기자
현대중공업 의료로봇사업부 양수

큐렉소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의료로봇 개발을 추진했다. 시작은 현대중공업의 의료로봇사업부를 111억 원에 양수한 것이다. 큐렉소는 현대중공업의 연구개발 인력과 의료로봇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 2018년에는 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개발자금을 유치했다.

회사는 의료로봇사업부 양수 후 관련 인력과 기술로 어떤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했다. 그리고 보행재활, 관절수술, 척추수술 로봇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모닝워크’는 현대중공업에서 제품화를 마친 보행재활 로봇이다. 매출은 거의 없었다. 큐렉소는 모닝워크에 대한 영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기능을 개선한 후속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모닝워크는 안장에 체중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보행에 불편함을 겪는 환자의 재활을 돕는다. 몸에 기계를 착용하는 기존 외골격형 재활로봇보다 사용이 쉽고 간단하다. 구조가 단순해 고장률이 낮고 유지보수가 쉽다는 것도 특징이다.

차세대 제품인 ‘모닝워크 S200’은 사용자 의견을 수렴해 기능을 개선했다. 크기는 더욱 작아지고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훈련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중증환자 탑승 및 하차 모드와 보폭 조절 등의 기능도 추가했다.

현대중공업 의료로봇사업부에서 개발 중이던 시제품 중에는 조직생검 로봇도 있었다. 이 로봇은 컴퓨터단층촬영(CT) 자료를 기반으로 장기 내 암조직 등의 위치를 안내한다. 바늘로 조직을 채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생검 로봇은 제품화를 앞두고 아산병원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 상태였다. 하지만 회사는 생검 로봇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봤다. 생검 로봇의 기술을 조금만 변형하면 척추수술 로봇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큐비스 스파인’을 개발했다.

큐비스 스파인은 척추경 나사못을 정확한 위치로 안내하고 고정하는 척추수술 로봇이다. 위치추적센서를 기반으로 수술계획을 실시간으로 보정할 수 있다. 3차원 영상기기(O-arm)는 물론 2차원 영상기기(C-arm) 영상을 이용해 수술 도구를 목표 위치로 안내한다. 이 과정에서 영상 촬영을 최소화해 기존 손으로 하는 수술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인공관절수술 로봇은 양수 당시 시제품은 있었지만 개발이 중단된 상태였다. 그동안 로보닥을 유통하며 고객들에게 받은 여러 의견을 반영해 ‘큐비스 조인트’를 개발했다.

‘큐비스 조인트’는 인공관절 수술 시 인공관절이 더 정확히 삽입될 수 있도록 돕는 수술로봇이다. CT 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사전 수술 계획을 짠 뒤, 계획에 따라 뼈를 정밀하게 깎고 인공관절을 삽입한다. 뼈를 최소한으로 절삭해 수술 오차 및 부작용을 줄이고 재활기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강점이다. 또 실시간 위치추적 적외선 카메라를 도입해 수술 중 계획 변경이 가능하다.

의료로봇 올해 30대 이상 판매할 것

큐렉소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의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도 총 18대의 의료로봇을 판매했다. 국내에 13대, 해외에 5대를 팔았다. 올해 목표는 30대 이상이다. 개발 의료로봇의 유럽 및 미국 인·허가를 마무리하고 판매 국가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특히 유럽 인증 이후에 빠르게 인허가를 추진할 수 있는 호주와 동남아시아 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모닝워크 S200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을 각각 마쳤다. 유럽 인증도 2분기 내에 받는다는 목표다. 큐비스 스파인은 2019년 12월 식약처로부터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5월 유럽 인증을 획득했고, 2분기에 FDA 승인을 예상하고 있다. 큐비스 조인트는 작년 6월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유럽 인증을 신청하고 2분기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연내 FDA 인증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큐렉소는 각 의료로봇 제품들을 국가별 상황에 맞춰 판매할 계획이다. 현지 시장을 잘 아는 협력사를 통해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다국적 의료기기 기업은 전용 척추 및 관절 임플란트 의료로봇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임플란트 기업은 의사들이 원할 경우에 공급할 수 있는 수술용 로봇이 없다.
이에 따라 임플란트 기업들은 제품의 판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료로봇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큐비스 스파인과 조인트의 강점은 다양한 임플란트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협력사가 임플란트 제품 정보를 제공하면, 큐렉소는 이를 로봇이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에 적용시킨다. 인도에서는 큐비스 조인트에 대해 현지 임플란트 기업인 메릴헬스케어와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에서의 독점 판매 권한을 주고 5년간 최소 판매수량 50대를 보장받았다.

국내 임플란트 기업과 공동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큐비스 스파인의 미국 진출을 위해 작년 11월 국내 척추 임플란트 기업 엘앤케이바이오메드와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밖에 다수의 국내외 임플란트 기업들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및 해외 임플란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및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겠다”며 “해외 판매를 활성화해 세계 의료로봇 시장 공략을 위한 초석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유망기업] 의료로봇 3종, 연내 FDA 추가 승인 기대되는 큐렉소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