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한파'에 셧다운, 삼성은 '원점'에서 재검토
② 세제 혜택은 텍사스보다 애리조나가 낫다?
③ 바이든, 반도체 행정명령에 州정부 유치 경쟁
삼성전자 미 텍사스 오스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미 텍사스 오스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약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로 미국에 추가 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부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존 텍사스 오스틴 공장 부지 인근이 사실상 유력해보였으나 최근 이 지역에 불어닥친 한파와 주(州) 정부의 세제 지원, 경쟁사 TSMC의 투자 행보 등을 고려할 때 애리조나가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삼성전자가 최대 170억달러(약 18조8000억원)를 투자해 애리조나 피닉스, 텍사스 오스틴,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를 놓고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해 현지 매체들은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증설 후보지로 텍사스 오스틴만을 언급했으나 최근 보도에서 애리조나주와 뉴욕주가 추가로 거론되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측은 여전히 "투자 규모와 위치는 물론 투자 여부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 텍사스주 오데사의 눈 덮인 발전소 옆 도로를 차량이 지나고 있다. AP 제공.

미 텍사스주 오데사의 눈 덮인 발전소 옆 도로를 차량이 지나고 있다. AP 제공.

최근 이 같은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미 텍사스 지역에 불어닥친 한파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 오스틴에 14나노공정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한파로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전력과 물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하루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공장은 현재까지 약 2000억원의 손해가 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한 번 멈춘 반도체 공장을 재가동하려면 정교하고 세밀한 라인 점검이 필요해 용수와 전력 공급이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2~3개월은 반도체 생산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경우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입을 피해는 1조원 이상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삼성전자가 팹(반도체 공장) 정상화를 위해 국내에 있는 엔지니어 100여명을 텍사스에 급파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텍사스 한파는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에 머물러 있던 찬기운이 아래로 밀고 내려오면서 발생한 것이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이 같은 일이 언제든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입니다. 그 어느 공장보다 24시간, 365일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가동돼야 할 반도체 팹이 이 같은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미 애리조나 피닉스시에 짓기로 한 팹 조감도. TSMC.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미 애리조나 피닉스시에 짓기로 한 팹 조감도. TSMC.

경쟁사 TSMC가 애리조나주 피닉스로부터 적극적인 '후방 지원'을 받으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텍사스 이외의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입니다. 우선 애리조나주는 텍사스에 비해 주정부에 내야할 세금이 크게 낮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미 현지에 추가 증설을 선언한 TSMC가 기존 120억달러에서 투자금액을 최대 350억달러(약 40조원)까지 크게 늘린 것은 애리조나 피닉스가 지자체 예산까지 투입하며 대규모 인센티브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오스틴에 향후 20년간 8억550만달러(약 9000억원)의 세금감면이라는 구체적인 '계산서'를 제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세금감면은 오스틴에 8720만달러, 텍사스주 트래비스 카운티에 7억1830만 달러 규모로 요청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도체·차량용 배터리·의약품·희토류 등 4가지 품목의 공급망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반도체·차량용 배터리·의약품·희토류 등 4가지 품목의 공급망을 긴급 점검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반도체 칩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TSMC는 피닉스시의 적극적인 지원에 대한 화답으로 1000여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현지 채용으로 뽑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TSMC는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5나노 공정을 할 수 있는 팹을 이 지역에 건설 중입니다. 5나노와 3나노로 이어지는 팹은 TSMC가 향후 삼성전자와의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승기를 쥘 수 있는 핵심 공장으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텍사스 오스틴시 당국에 팹 증설과 관련, 세금 감면을 해주지 않을 경우 증설 지역을 옮길 수 있다는 투자의향서 수정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는 투자의향서에서 "기술자들의 접근성과 기존 반도체 제조 생태계, 시장과의 거리, 공적·사적 파트너십 등 네 가지 기준으로 후보지를 평가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텍사스의 높은 세금이 고려 요소"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첨단 공정수주에서 아직 TSMC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팹을 증설한다면 TSMC보다 이른 완공을 목표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현재 미국의 각 주(州) 정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계기로 반도체 공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에 발맞추기 위해 조만간 증설 지역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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