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카카오가 카카오페이를 출시하자 네이버는 이듬해 네이버페이를 내놨다. “결제수단인 페이를 잡는 회사가 커머스, 금융도 잡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 회사는 페이 서비스 이용자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페이 잡는 자가 커머스·금융 먹는다"…서비스 이용자 확보 '사활'
각 사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누적 이용자는 3500만 명, 네이버페이는 2800만 명에 달한다. 거래액은 2020년 4분기 기준 카카오페이는 19조9000억원, 네이버페이는 7조8000억원이다. 누적 이용자, 거래액 모두 카카오가 네이버를 멀찍이 따돌린 형국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주로 네이버페이는 ‘결제’ 용도로, 카카오페이는 ‘송금’ 용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액은 단순 수치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이용자 수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다른 사업으로의 확장성을 뒷받침하는 수치라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이용자를 초고속으로 확보한 데는 ‘송금하기’ 역할이 컸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서비스를 처음 출시하고 간편결제를 도입했다. 2016년 4월 송금하기 기능을 넣었고, 같은 해 10월 이용자 1000만 명, 2017년 10월 2000만 명을 넘어섰다.

대다수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생활 속에서 사용이 잦은 송금을 끼워 넣은 게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오프라인 매장 제휴처 확대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비씨카드와 제휴해 오프라인에서 이용 가능한 QR 포인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오프라인 결제는 정부가 운영하는 제로페이를 통해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와는 별개로 자체 QR코드 결제망을 구축한 것이다. 현재 70만 곳에서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다. 오프라인 결제를 한참 전에 시작한 카카오는 60만 곳뿐이다.

두 회사가 페이 이용자 늘리기에 집중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큰 페이사업의 파생가치 때문이다. 탄탄한 페이 시스템은 다른 사업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신규 사업 진출에도 중요한 관문이 될 수 있다. 페이 서비스가 특히 빛을 발하는 분야는 커머스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를 쓰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두 회사는 각자의 커머스 영역에서 이용자를 묶어두는 록인효과를 노릴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전통 유통 서비스와 달리 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서는 오프라인 매장 경험, 지리적 근접성 등 차별화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다”며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차별화를 줄 수 있는 것이 페이 서비스를 통한 편리성”이라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