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도입, 오히려 고용 늘린다
AI(인공지능) 도입과 고용 문제는 최대 경제 난제의 하나입니다. AI를 도입해서 고용이 줄어들고 실업이 늘어나게 된다면 그만큼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연구자가 로봇 도입이 고용을 줄이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의 연구와는 반대의 연구 결과입니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로봇 생산국이자 보유국입니다. 특히 일본이 경제성장을 지속하던 1970, 1980년대에 일본은 로봇을 산업현장에 대거 투입했습니다. 비용절감과 생산량 확대를 위해 산업로봇을 많이 도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로봇이 일자리를 많이 빼앗고 실업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와구치 다이지 도쿄대 교수와 사이토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의 산업용 로봇과 고용 실태를 연구한 논문 ‘로봇과 고용: 일본의 증거 1978~2017 Discussion papers 20051 일본 산업경제무역연구원’을 펴냈습니다. 이들은 이 논문에서 로봇 도입이 고용에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1982년부터 2017년까지 일본에 쓰인 로봇 가격과 로봇 도입비중, 그리고 고용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산업 면에서 로봇 가격이 1% 떨어지면 로봇의 채택이 1.54%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로봇 가격이 1% 떨어지면 고용이 0.44% 늘어나는 것도 실증적으로 알아냈습니다. 이 두 가지 연구를 묶은 결과, 가격 하락에 의한 로봇 채택이 1% 늘어난다면 고용이 0.28%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2020년에 미국 경제학자 대런 애쓰모글루가 로봇의 채택이 실업률을 1.6%나 올렸다는 논문과 완전히 상반되는 연구 결과입니다. 연구자들은 로봇 도입과 고용 증가에 대한 명확한 메커니즘을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로봇 도입으로 작업을 공유하고 고용자들의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설명합니다. 생산 비용을 절감해서 전체 생산규모가 늘어난 것이기도 하고요.
로봇이나 AI와 같은 기술은 경제 전체에 파급 효과를 가져와 효율성을 올리는 건 사실입니다. 단순히 AI와 로봇 도입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더욱 조심해야 할 편견인 것 같습니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