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社 비만 치료제
임상 3상에서 체중 20% 감소
심각한 부작용 없어 기대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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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시장의 강자이던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이 지난해 퇴출되면서 챔피언 자리를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2월 벨빅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판매 허가를 철회했다. 5년 동안의 추적 임상 결과 벨빅 복용 기간이 늘어날수록 위약군에 비해 암 진단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벨빅은 2018년까지 ‘국내 1위 비만치료제’ 타이틀을 가졌던 제품. 시장점유율은 10%에 육박했다. 암 유발 논란이 불거지면서 2019년 처음으로 삭센다에 왕좌를 넘겨줬다.

삭센다의 선전에 힘입어 경쟁 업체들을 제치고 ‘비만치료제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른 노보노디스크가 굳히기에 들어갔다. 삭센다보다 강력한 새로운 개념의 비만치료제를 완성 단계에 올려놓은 덕분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노보노디스크의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티드의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진은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등 16개국에서 과체중 혹은 비만인 성인 1961명을 대상으로 세마글루티드를 투여했다. 참여자들은 매주 2.4㎎의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하며 68주간 시험에 참가했다.

그 결과 참여자의 35%가 체중의 20%를 감량했다. 체중 10%를 뺀 참여자는 전체의 75%였다. 시험 참여자의 평균 체중은 105㎏으로, 세마글루티드를 먹은 시험군은 평균 15.3㎏을 뺐다. 위약군은 2.6㎏을 줄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이 세마글루티드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부작용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비만치료제는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데다 약물 특성상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 관리가 핵심으로 꼽힌다. 시험 결과 세마글루티드를 복용한 사람 중 일부가 일시적인 메스꺼움과 설사 등을 호소한 것만 빼면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다.

비만치료제는 크게 뇌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배부르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식욕억제제와 장에서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지방흡수억제제 등 두 가지로 나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비만치료제 제니칼(오르리스타트) 큐시미아(펜터민, 토피라메이트) 콘트라브(날트렉손, 부프로피온) 삭센다(리라글루티드) 중 제니칼을 뺀 나머지는 모두 식욕억제제다.

식욕억제제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대부분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중추신경계 약물이란 점에서 부작용 우려가 상존한다. 식욕에 관여하는 뇌의 회로가 수면이나 기분 등 여러 기능을 주관하는 회로와 겹치기 때문이다. 큐시미아의 주성분인 펜터민은 향정신성 약물로 장기간 복용하면 불면증이나 의존증 등을 낳을 수 있다.

세마글루티드는 이와 달리 비(非)중추신경계 약물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인 삭센다와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GLP-1은 소장 끝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 때문에 애초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됐지만 2015년께부터 GLP-1이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발표되며 비만치료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임상을 주도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GLP-1이 위장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식욕을 관장하는 뇌 시상하부에 작용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삭센다는 다른 약물에 비해 부작용은 적지만 체중 감량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다”며 “체중 감량 폭이 큰 데다 부작용도 적은 세마글루티드가 향후 비만치료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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